윤석민 “맘고생하는 부모님 보며 재기 다짐”

입력 2011-11-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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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득표로 MVP를 차지한 KIA 윤석민이 부상으로 받은 자동차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 @binyfafa

■ MVP 윤석민의 눈물

작년 ‘자해 사건’ 후 야구 관둘까 고민
용기 준 부모님 생각에 두눈엔 눈물이
좋은 모습으로 약속 지켜서 정말 기뻐


2011년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가 된 윤석민은 트로피를 손에 들고 눈물을 흘렸다. 한 해 전 야구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고 고민했었다.

컴퓨터를 켜면 온갖 험한 욕설이 쏟아졌다. 가슴 아팠지만 아들에게 내색하지 않고 끝없이 용기를 준 부모님을 생각하니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7일 MVP투표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 하모니볼룸. 한 중년 부부가 설레는 표정으로 객석에 자리했다 이날 주인공 KIA 윤석민의 아버지 윤달중 씨와 어머니 김정열 씨.

윤석민은 부모님께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협찬 받은 슈트와 구두로 멋을 내고 아버지 어머니를 시상식장으로 모셨다.

함께 후보에 오른 삼성 오승환과 최형우의 기록도 빼어났기 때문에 혹여 MVP 수상에 실패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열심히 던졌고 동료들 덕분에 좋은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자신감을 갖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또 언제 이런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까 싶어 부모님을 초청했다.

모든 공식인터뷰와 사진촬영을 마치고 잠시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 윤석민은 다시 부모님에 대한 말이 나오자 눈가에 눈물이 비쳤다. “지난해 어려운 일이 많았었잖아요. 큰 잘못도 했고, 부모님이 많이 힘드셨어요. 올 한해를 시작하며 각오했어요. ‘연말에는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자.’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기쁩니다.”

윤석민은 지난 시즌 스스로 부진에 화를 참지 못하고 라커를 주먹으로 내리치다 손가락 골절 부상을 당해 가장 중요한 순간 그라운드를 떠나야했다. 반성 또 반성을 하고 돌아왔지만 롯데 홍성흔이 공에 맞아 손등이 부러지면서 감당하기 힘든 비난을 받아야했다. 힘들어하는 아들을 보는 부모님의 마음은 더 찢어졌다. 고교시절 경기도 구리에서 분당까지 출퇴근하며 아들을 뒷바라지 했던 어머니, 아들을 위해 산삼까지 캐온 아버지.

윤석민은 “홀로 떨어져 사는 아들 걱정이 많으신데, 지난해는 너무 힘들게 해드린 것 같아 죄송했어요. 모레(9일) 일본으로 마무리훈련 떠나기 때문에 내일은 부모님과 많은 시간 보내고 가족들과 저녁도 함께 하고 싶어요.” 부모님의 이름으로 값진 상을 받은 아들은 어느 때보다 뿌듯하게 웃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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