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총선부터 영향력?… 대선시계 빨라질 수도

입력 2011-11-1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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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0억 상당 주식 사회환원 발표에 정치권 파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4일 자신이 가진 안철수연구소의 주식 지분(37.1%) 중 절반(1500억 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동아일보DB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정치적 침묵’에 들어갔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4일 안철수연구소 주식 지분(37.1%) 절반(1500억 원 상당)의 사회 환원을 전격 발표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환원 계획을 직접 공개했고, 그 배경과 취지를 자세히 설명한 점 등을 들어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정치 행보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0·26 서울시장 보선 이틀 전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게 응원 편지를 보낸 데 이어 이번에도 편지(e메일)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안철수식 정치 스타일’을 다시 보여줬다는 말도 나왔다.

○ 왜?

안 원장은 “다른 목적을 갖고 있지 않고,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것을 실천한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순수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프로그램의 성격을 넘어섰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2007년 대선에 이어 내년 대선에서도 주요 정치인의 재산 환원 선언이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2007년 대선에서 재산의 사회 환원 공약을 제시했으며 2009년 사저 등을 제외한 331억 원을 재단법인 ‘청계’ 설립에 출연했다.

안 원장도 특정 법인에 기부하기보다는 별도의 공익 법인을 만들어 주식을 기부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 원장은 공익법인이 만들어지면 이를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원장의 이런 행보는 ‘청춘콘서트’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통 큰 양보’ 등으로 부각된 ‘공감’ ‘배려’ 등의 이미지에 ‘헌신’ ‘나눔’이라는, 기성 정치권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정치적 자산의 축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지율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10·26 서울시장 보선 후 ‘대선에 뛰어들려면 정치권에 들어와서 검증을 받으라’는 식으로 정치권이 안 원장을 정치공학 프레임에 가두려는 상황에서 안 원장이 재산 환원 공개 카드를 꺼내들며 다시 한 번 기존 정치권을 뒤흔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 원장은 15일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자신의 재산 환원에 대해 직접 태도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 대선 행보 본격 탄력?

정치권은 안 원장의 이날 재산 환원 결정으로 안 원장에 대한 유권자의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면서 그의 대선 행보가 본격화되거나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정치학)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안 원장의 사회 환원은 한국 정치가 보여주지 못한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며 자연스레 유권자들의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 원장에게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야권의 통합 과정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잠재적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안 원장이 당장 야권 대통합에 함께하지는 않지만 높은 지지를 받고 있고, 이러한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야권 전체에 소중한 자산”이라며 향후 역할을 기대했다.

특히 안 원장은 이날 e메일에서 “건강한 중산층의 삶이 무너지고 있고 꿈과 비전을 갖고 보다 밝은 미래를 꿈꿔야 할 젊은 세대들이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다”며 10·26 선거에서 기존 정치권을 ‘탄핵’한 ‘2040’ 민심을 겨냥했다.


○ 미묘한 시점

안 원장은 내년 총선과 대선의 최대 화두 중 하나이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공을 들이고 있는 복지 이슈와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안 원장은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가치의 혼란과 자원의 편중된 배분이며 그 근본에는 교육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규정한 뒤 “자신이 처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마음껏 재능을 키워가지 못하는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에 (환원되는 내 재산이) 쓰였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정치권의 복지 이슈 논쟁이 ‘무상급식’ 방식과 시기를 놓고 여야 간 이전투구 양상으로 전개되어 온 상황에서 ‘저소득층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한 재산 헌납’이라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역시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안 원장은 정치세력 결집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도 했다. 그는 “오늘의 제 작은 생각이 마중물이 돼 다행히 지금 저와 뜻을 같이해 주기로 한 몇 명의 친구처럼 많은 분들의 동참이 있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른바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도록 요청하는 ‘안철수식 화법’이 아니냐는 적극적 해석도 나온다.

한편 이날 안 원장의 결정에 대해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은 놀라면서도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박근우 홍보팀장은 “안 원장이 2005년 대표이사 자리를 그만둘 때에도 직원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해 사의를 밝힌 바 있다”며 “이번도 오래 근무한 직원에겐 고개를 끄덕일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이날 결정에도 남은 186만 주만으로도 안철수연구소 최대주주의 위치를 유지하게 된다.

○ 정치권 엇갈린 반응

안 원장의 이날 결정을 놓고 여야의 반응이 엇갈렸다.

한나라당은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정치인이 사회 환원을 한 것도 아닌데 굳이 논평을 낼 이유가 있느냐”며 “마냥 훌륭한 일로 치켜세우기도, 그렇다고 정치적 행보로 폄훼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참 쉽지 않은, 좋은 일을 했다고 본다”며 “기업가들의 기부문화를 선도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올해 8월 형제들과 만든 아산나눔재단에 20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한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아주 좋은 일이며 이런 기부문화가 각계각층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며 “우리 모두 (안 원장과 같은) 키다리 아저씨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는 ‘큰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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