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와이번스 정대현. 스포츠동아DB
■ FA우선협상 중단 선언
“빅리그는 평생의 꿈…가족 생각에 머뭇
아내 흔쾌히 허락하는 순간 결심 굳혔다”
SK구단 사전예고 없이 찾아 속마음 전달
SK 사람들이 정대현(33)에 관해 얘기할 때 꼭 꺼내는 말이 있다. “성격이 곧은 선수.” 관철할 바가 있다면 앞뒤 재지 않는 정대현의 그런 성품이 17일 그의 발길을 인천 SK 구단 사무실로 이끌었을 것이다.
우선협상기간에 프리에이전트(FA) 선수가 원 소속구단을 사전 예고도 없이 찾기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있었더라면 전화로 해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대현은 굳이 친정팀까지 발걸음을 옮겼다. 민경삼 단장, 진상봉 운영팀장을 만나서 꺼낸 말은 그의 성격만큼이나 단호하고, 간결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겠다.”
SK와 정대현은 우선협상기간 최종일인 19일 담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SK의 제시조건은 아직 듣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17일 SK 잔류 협상 중단을 밝힌 이유는 친정팀 SK를 위한 배려와 미래의 꿈을 향한 확신, 두 가지였다.
정대현은 미국행 선언 직후 전화통화에서 “담담하고 후련하다”고 말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던 것은 예전부터의 꿈이었다. 생각은 쭉 있었는데 낯선 곳에서 생활해야 되고, 학교를 다녀야 될 가족을 생각했다. 그러나 그저께 아내가 ‘당신의 꿈을 이루라’고 말해준 순간, 결심을 굳혔다.”
평생의 꿈,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기회는 이제 지금뿐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가서 실패할지 성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고의 무대에서 도전하고 싶었다.” 만약 진출에 성공하면 프로야구 FA 출신 첫 메이저리그 입성이 된다.
바로 전날인 16일 메이저리그의 신분조회가 있었다. 복수의 구단이 정대현에 관심을 둔다는 얘기도 야구계에선 나온다. 그러나 정대현이 어느 팀을, 어느 조건으로 갈 수 있을지는 아직은 먼 얘기다. 다만 한국야구 현역 최고의 잠수함 투수로서 가치는 잊지 않을 생각이다.
우선협상기간을 이틀이나 남겨두고, SK의 조건조차 안 듣고 구단을 찾아 미국행을 밝힌 데 대해 민경삼 단장도 고마움을 나타냈다. “대현이한테 ‘우리는 너를 임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해줬다. (공표하지는 않았으나) 우리가 책정한 잔류 조건은 정대현이 나중에 만약 돌아와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주변에선 보장된 미래보다 꿈을 우선시한 정대현을 두고 “의외”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대현은 바깥의 시선에 따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바를 실행할 뿐이다.
한편 올 시즌 후 FA를 선언한 17명 가운데 삼성 진갑용과 강봉규, LG 이상열이 17일 잔류를 선택해 총 5명이 우선협상기간 안에 원 소속팀과 계약을 마쳤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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