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박현범(등번호 5번)이 20일 열린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부산 아이파크와 경기에서 왼발 슛을 날리고 있다. 부산 골키퍼 전상욱(맨 오른쪽)가지 골문을 비운 상황이었지만 베테랑 미드필더 김한윤(49번)이 몸을 날려 머리로 막아내는 투혼의 수비를 펼치고 있다. 수원|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체감온도 영하권 불구 중원혈투 치열
정확한 프리킥 패스에 양팀 승패 갈려
후반엔 닥치고 수비…맥빠진 경기 흠
20일 벌어진 수원과 부산의 K리그 6강 플레이오프(PO)는 수원의 1-0 승리로 끝났다. 현장을 찾은 이영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전 대구FC 감독)을 통해 수원의 승리 원동력을 문답 풀이로 알아본다.
Q : 경기 흐름을 가른 변수는.
A : 체감온도가 영하권(실제 기온 영상 3도)이었던 날씨가 큰 영향을 끼쳤다. 2만4000여 팬들이 빅버드를 찾았지만 열기는 크게 높은 편은 아니었다. 만원 관중이었다면 수원이 좀 더 강하게 몰아칠 수 있는 장외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었다. 정규리그가 끝난 뒤 한참 동안 쉰 탓에 감각도 잘 살아나지 않은데다 몸도 굳어 있어 부상 우려가 있었다. 수원 수비수 곽희주가 일찌감치 교체 아웃된 것도 분명 추위가 한 몫 했다. 전체적으로 리듬이 매끄럽지 못했고, 패스와 슛의 질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물론 단기전인 만큼 모험적인 경기를 선택하기는 양 팀 벤치로서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Q : 양 팀은 특급 슈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A : 예상대로 전반부터 미드필드 공방전이 심했다. 좋은 찬스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사실 세트피스에서 강한 왼발잡이 슈터를 양 팀이 모두 보유해 기대가 컸는데, 수원이 결국 웃었다. 염기훈의 날카롭고 정확한 궤적의 프리킥 패스가 승부를 갈랐다. 부산 한상운에게는 볼 배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Q : 전후반 포메이션이 바뀌었다.
A : 전반에는 수원이 포(4)백, 부산이 스리(3)백을 활용했다. 측면 활용이라는 점에서 포백 수비진이 좀 더 공격에 무게를 둔 포석인데, 후반 들어 이러한 진용이 바뀌었다. 스리백 일 때에도 단기전에선 결국 골을 넣어야 하므로 양 사이드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기대했지만 양 팀 모두 거의 수비에만 전념해 다소 맥이 빠져 있었다. 한상운-바그너-임상협이 주축을 이룬 부산 스리 톱은 효율적이지 못했다. 후반 양동현과 윤동민이 투입되며 투 톱 전환을 시도했는데 다소 타이밍이 늦은 감이 있다. 양동현 투입 후 수원은 오장은을 측면으로 돌리고, 오범석을 중앙에 배치시켰는데, 이는 상대 공격 변화에 대해 사전에 준비된 전술 카드였다.
Q : 양 팀 핵심선수가 결장했다
A : 부산은 올림픽대표 박종우의 결장이 아쉬웠다. 중원에서 보다 안정된 패스가 이뤄졌어야 했다. 수원은 핵심 공격수 스테보가 AFC 징계로 출전하지 못해 공격의 무게감이 많이 떨어졌다. 하태균이 결승골을 넣었지만 결정력이란 측면은 부족했다. 초반 빠진 곽희주의 부상 상태까지 감안하면 사흘 뒤 공수 공백을 모두 메워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분명 곽희주가 빠지면 리스크가 있다.
Q : 준PO 키포인트는 무엇인가.
A : 수원은 홈 어드밴티지가 분명 있다. 울산이 서울전 경기력만 그대로 발휘하면 상당히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이다. 양 팀 선수들의 면면과 커리어까지 흥미요소들이 많다. 울산이 수비에만 강한 팀이 아님이 확인됐다. 부산은 리바운드 볼을 자주 놓치며 위기가 많았는데, 울산에선 그런 장면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공격수들의 집중력과 수비의 실책이 변수가 된다. 수원은 울산의 장신 골게터 김신욱에게 올라가는 볼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이영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전 대구FC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