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 “격투기 장면 위해 12kg↓…연기를 취미로 한다고요?”

입력 2011-11-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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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굴곡이 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배우라는 직업의 큰 재미 중 하나라고 밝힌 연기자 윤태영.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트위터 @k1isonecut

■ 드라마 ‘심야병원’으로 2년만에 돌아온 윤태영

美서 경영학 전공한 대기업 임원진의 아들
연기자 아내와 세 아이를 둔 원조 ‘엄친아’

하지만, 그에게 연기는 절실한 삶의 원천
“살아보지 못한 굴곡 있는 역할 또 없나요?”


사람들의 눈이 비친 연기자 윤태영(37)의 삶은 비교적 평탄하다. 아니, 평탄함을 넘어 많은 부러움과 때로는 질시를 받기도 한다.

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의 외아들, 미국 일리노이웨슬리안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대한민국 원조 ‘엄친아’. 여기에 연기자 출신인 사랑하는 아내 임유진과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려 슬하에 예쁜 아이가 셋이다.

그러나 조금만 그의 연기 인생을 되짚어 보면 결코 편하고 쉬운 길을 걸어오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1999년 윤태영이란 연기자의 이름을 알린 MBC 드라마 ‘왕초’의 맨발역부터 2007년 ‘태왕사신기’의 연호개, 2009년 ‘2009 외인구단’의 오혜성까지 한번도 만만한 인물을 연기한 적이 없다.

이번에 2년 만에 출연한 MBC 토요드라마 ‘심야병원’도 마찬가지다.

윤태영은 극 중 이식외과 전문의 허준 역을 맡았다. 간이식 수술 권위자로 명성을 날리다 눈앞에서 아내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범인으로 몰리는 인물. 무죄로 풀려났지만 범인을 찾아 이종격투기장을 전전하면서 밤에만 문을 여는 심야 병원을 운영하는 복잡한 캐릭터다.

“평소에 정적으로 살아서 그런지 연기할 때는 동적인 캐릭터에 끌리는 것 같아요. 늘 어려움에 부딪히면서 극복하고, 인생에 굴곡이 있는 인물을 만나는 과정이 즐거워요. 연기의 큰 재미 중 하나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사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도 이종격투기 장면을 위해 촬영 전 몇 개월 동안 액션스쿨에서 살다시피 하며 체중을 12kg이나 줄였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2년 가까이 한 인물을 준비하다보니 ‘다작 출연’이란 그에게는 인연이 없는 말이다.

“간혹 ‘연기를 취미로 한다’고 말하는 분들이 계세요. 저한테는 너무 절실하고 중요한 일인데. 물론 여러 작품에 동시에 출연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럴만한 능력은 안 되는 것 같아요. 양다리를 걸쳐 둘 다 놓치는 것 보다 하나라도 제대로 하자는 게 제 고집이에요.”

‘심야병원’은 5명의 작가와 5명의 PD가 두 편씩 나누어 연출하는 10부작 옴니버스 드라마다. 새로운 형식을 경험 중인 윤태영은 10명의 연출진과 작업하는 것이 배우에게는 힘든 작업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신 시행착오가 적다”고 말했다.

“한 작품을 10명이 만드니까 의견 충돌이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반대로 생각하면 의견이 부딪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하면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잡아 갈 수 있고, 각자 장점들만 취합할 수 있어요. 정수기의 필터처럼 층층이 걸러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다섯 살 딸과 8개월 된 쌍둥이 아들을 둔 윤태영은 아빠로서의 행복한 삶도 살짝 공개했다. “선배들이 ‘예쁜 자식들 보는 힘으로 연기한다’고 한 적이 있는데 이제 그 뜻을 이해하죠. 나중에 아이들이 제 작품을 봤을 때 ‘우리 아빠는 참 성실한 연기자’라는 인상을 주고 싶어요. 아내(임유진)는 연기보다는 육아와 살림에 전념하고 싶은 의지가 강하고요.”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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