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진 위원의 문답풀이] “고맙다 추위”…하늘은 울산편이었다

입력 2011-1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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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1 K리그 챔피언십 준 PO 수원과 울산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확정지은 울산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수원|김종원 기자 won@donga.com @beanjjun

■ 수원 vs 울산 준PO

쌀쌀한 날씨탓에 수원 홈 이점 못살려
단판 승부…양팀 벤치 수비위주 전술
울산, 측면에 공격집중…선제골 결실

강추위 속에서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울산의 현대오일뱅크 2011 K리그 챔피언십 준 플레이오프(PO)는 연장 승부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현장을 찾은 이영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전 대구FC 감독)을 통해 경기 분석을 문답 풀이로 정리했다.


Q: 전체적으로 경기 흐름이 둔탁했다.

A: 역시 날씨 영향이 컸다. 영상 2도의 추위에서 정상적인 경기력이 발휘되기는 아무래도 무리였다. 수원은 긍정적인 어드밴티지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날씨가 따스했다면 더 많은 관중들이 찾아와 훨씬 뜨거운 장외 분위기가 연출됐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게 아쉽다. 지난 주말 6강PO를 거치며 경기 감각은 찾았어도 선수들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빨리 땀을 내야 리듬을 찾을 수 있는데, 추위가 훨씬 강했다. 경기 내내 매끄럽지 않은 플레이가 이어지는 건 당연했다.


Q: 수원이나 울산 모두 수비 위주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A: 단판승부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려있어 양 팀 벤치는 쉽게 ‘공격 앞으로’를 외치기 어려웠다. 모험적인 플레이를 시도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전반 초반은 수원이 몰아치는 형국이었는데, 10분을 넘기며 울산이 안정을 찾았다. 이후 수비가 주관전포인트가 됐다. 문전 위험 지역에서 얼마나 파울을 덜 내주느냐가 관건이었다. 수원과 울산 모두 프리킥 찬스에 능했다. 수원은 특급 키커 염기훈을 보유했고, 울산은 미드필더 고창현이 빠져 안정된 볼 배급을 하기 어려웠지만 일단 문전으로 띄우기만 하면 제공권에 능한 김신욱과 세트 피스에 강한 수비수 곽태휘가 있었다. 국가대표 골키퍼 정성룡(수원), 김영광(울산)의 대결 또한 볼만 했다.



Q: 가장 단순한 공격을 구사했다.

A: 울산의 패턴은 예측하기 쉽다. 하지만 가장 뚫기 어렵다. 일단 디펜스가 두텁다. 곽태휘-이재성이 구축한 울산의 국가대표 센터백 라인은 막강하다. 상대 지역에서 볼을 빼앗기면 곧바로 하프라인 아래로 전원이 이동한다. 그러다 다시 볼을 차지하면 길게 연결해 공중 볼과 리바운드 볼 다툼을 벌였다. 울산 공격도 나쁘지 않았다. 주 공격 루트를 왼쪽 측면에서 찾았다. 윙 포워드 설기현-미드필더 고슬기의 콤비네이션과 포지셔닝 체인지, 왼쪽 풀백 최재수의 오버래핑이 계속 이어져 공간 확보에서 유리했다. 김신욱의 선취 골도 여기에 1차 이유가 있었다. 공격 깊숙이 가담한 중앙 수비수 이재성의 적절한 패스도 칭찬할 만 했지만 측면을 장악하며 수원 수비 라인을 분산시킨 게 좋은 영향을 끼쳤다. 반대로 수원은 전반까지 오른쪽 풀백 오범석이 쉽게 공격에 가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왼쪽의 양상민도 너무 위축돼 있었다.


Q: 교체 카드 활용은 어땠나?
A:
수원은 센터백 곽희주를 선발로 세웠지만 영양가는 없었다. 플레이가 크게 나빴거나 불안했던 건 아니었다. 다만 발목 부상 여파가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분명 아쉬운 선택이었다. 이는 일찍 교체카드 한 장(전반 30분 최성환)을 쓰는 결과를 냈다. 수원은 밀리고 있었던 시점이라 좀 더 공격에 무게를 실어야 했다. 선수 활용이 제한됐다. 박종진이 후반 17분 투입됐으나 포메이션(4-2-3-1) 변동은 없었다. 원 톱으로 나선 하태균이 오랫동안 묶여 있었다. 연장 돌입 후에 디에고와 게인리히를 투입했지만 딱히 효과는 없었다. 울산은 후반 26분 강민수를 투입해서 스리백으로 전환했다. 수비 강화가 목적이었지만 이로 인해 볼 점유율에서 수원이 앞선 상황이 됐고, 결국 마토에게 PK 동점 골을 내줬다.


Q: PO 키포인트는 무엇인가.
A:
체력과 감각의 대결이다. 준PO 연장 승부는 분명 악영향을 준다. 물론 어려움 속에서 이기는 방법을 경험했다는 건 큰 자산이다. 오래 쉬었던 포항은 경기력을 최대한 빨리 찾는 게 관건이다. 포항은 김재성-신형민-황진성 등 최적의 중원 진용이 제대로 가동되면 보다 유리하게 경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전 대구FC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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