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토크] 정해성 감독 “이현승 영입…내 집 마련처럼 든든” 이현승 “

입력 2012-01-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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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정해성 감독(왼쪽)과 이현승이 광양 클럽하우스에서 사제토크를 마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광양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이현승 “공격형 미드필더 포인트 업…느낌 좋아요”
광양벌은 내내 후끈했다.

60년 만에 맞이한 흑룡의 2012시즌. 용들이 뭉친 그곳에는 필승 의지를 불태운 푸릇한 사내들의 땀내로 가득 차 있었다. 전남 드래곤즈 정해성(54) 감독과 ‘용띠’ 이현승(24)이 스포츠동아의 구정 특집 사제토크를 위해 자리를 함께 했다.

다정다감 호랑이 스승과 한 때 최고 기대주였다가 잠시 잊혀졌지만 재기 의지로 가득 찬 제자의 대담은 솔직담백했다. 간혹 웃음 참기 힘든 농이 오갔을 정도로 진지함이 묻어나왔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정해성(이하 정) : 우리 (이)현승이 너무 예쁘지. 본인 스스로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말이야. 최고도 좋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훨씬 값진 거야.

이현승(이하 이) : 작년에도 잘해주셨는데, 올 시즌도 많이 부탁드릴게요. 경기에서 이기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걸 알아요.

정 : 한 단계, 더 나아가 몇 단계 충분히 오를 가능성을 봤어. 그래서 널 완전히 영입한 거야. 전셋집에 살다가 내 집 마련한 느낌이랄까.

이 : 고난이 많긴 했어요. 2006년 입단해 전북에서 3년 뛰면서 제 위치를 찾았다고 봤는데, 그게 아니었죠. 2010년 서울에서 1년 간 뛰며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어요. 딱 3경기에 공격 포인트 ‘제로(0)’였어요.

정 : 넌 돌파구를 찾은 거야. 작년 너와 함께 하며 이제 뭔가 그림을 그려가는구나 싶었어. 열정과 열망을 봤고. 작년보다 올해가 훨씬 중요한 걸 알지? 네 역할이 절대적이야.

이 : 또 다른 기회로 봐요. 저희 동료들 모두가 잘 알고 있으니 염려 마셔요.

정 : 난 한순간도 널 택한 걸 후회한 적이 없어. 내가 2010년 말 부임했을 때, 선수단 구성이 거의 끝난 상태였어. 신인 드래프트도 완료 단계였고. 내가 전남에서 첫 영입한 게 바로 너야. 시련이 컸으니, 실패 없이 잘 해보는 거야. 오케이(OK)?


○생각지 못했던 옥석 고르다!

이 : 참, 절 왜 택하셨어요?

정 : 남아공월드컵 준비할 때, K리그를 관전하려 다녔지. 전주에 내려갔다 네게 꽂혔어. 사실 다른 선수를 보러 간 건데. 그때 코치들 사이에서 네 얘기가 오가기도 했어. 나이답지 않은 축구 센스를 가진 네 생각이 났다. 서울 2군에서 뛰더라고. 그래서 결심했지.

이 : 서울에서 거의 못 뛰는 동안,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었죠. 전남에서 절 ‘콜’한다고 했을 때, 무조건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정 : 네 이적료가 꽤 비쌌어. 임대를 먼저 한 거지. 진짜 네가 전남 소속이 됐으니 독기 품고 해봐. 즐겁게 놀아봐라.


○선생님 폼이 영 아닌데

이 : 아, 걸림돌이 있긴 했어요. 선생님 스타일을 몰랐거든요.

정 : 넌 중앙 2선에서의 플레이가 굉장히 맹랑한 구석이 있어. 톡톡 튄다고 할까. 근데, 좀 게으르다는 생각을 했어.

이 : 아, 게으르다는 지적은 1년차 때부터 들어왔죠.

정 : 그런데 노력하는 느낌을 받았어. 지적을 한 번 하면 바꾸려고 하는 자세를 보였고. 서너 게임 정도 뛰며 자리를 잡았어. 참, 3월 말 상주와 컵 대회 예선 때 멋지게 꽂아 넣은 프리킥 골을 잊을 수 없어. 그런 장면 올해도 콜?

이 : 당연하죠. 2010년의 아픔을 되풀이하진 않을 겁니다. 마음 굳게 먹고 있어요.

정 : 참, 넌 날 어떻게 보냐. 무능력한 것 말고. 단점은 없어?

이 : 사실 패스 가르치실 때, 볼을 좀 덜 찼던 분이란 생각? 엉성한 폼 아셔요?


○전남의 재건을 위해

이 : 지난해 공격수와 미드필더의 포인트가 적었죠? 올해는 배 이상!

정 : 약속해주니 고마운데. 우리 35명 선수단 전원이 주전이야. 그 중 18명 엔트리에 11명 베스트를 뽑아야하니 경쟁도 치열할거야. 승천할 용의 해처럼 ‘용띠’인 네가 해봐.

이 : 저도 감이 와요. 느낌도 좋지만 연습할 때 보면 작년보다 한층 수준이 높아졌단 생각을 해요. 기대되고, 설레고. 올해는 어떻게 끝날까 궁금하고.

정 : 다만 급하면 돌아가라는 말을 네게 해주고 싶다. 우리가 6강에 아쉽게 못 들었지. 그게 큰 동기부여가 아닐까? 선생님이 스트레스를 감내할 테니, 너희들은 그냥 할 일만 해줘. 너희가 있어서 내가 있는 거니까. 우리 잘해보자.

광양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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