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영’ 이후 5년 만에 정통사극 ‘태종 무열왕’에서 주연을 맡은 최수종.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나의 사랑 하희라, 아내로서 엄마로서 배우로서 존경”
■ ‘태종 무열왕’되어…정통사극 왕 최수종의 귀환
‘얼굴은 인생의 성적표’라는 말이 있다. 올해 오십이 된 배우 최수종의 얼굴은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이라는 말처럼 편안하고 여유로웠다. 그는 KBS 정통 사극 ‘태종 무열왕’으로 5년 만에 사극에 컴백한다. 최수종은 “생활이 특별히 달라진 게 없어서 재미있는 얘기가 많이 없다”면서 새 작품에 대한 기대와 가족에 대한 사랑을 특유의 유쾌함으로 쏟아냈다.
● 5년 만에 사극 복귀…“책임감이 크다”
그는 2007년 ‘대조영’ 이후 사극 활동이 없었다. 최수종은 “출연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사극 시청률 보증수표’라 불리는 그의 고민은 다름 아닌 ‘책임감’이었다. 시청자에게는 최수종의 사극이 보기 편하지만, 배우 본인은 익숙함을 깨는 것이 숙제였다.
요즘 안방극장은 ‘퓨전사극’이 대세다. 지난해 ‘공주의 남자’와 ‘뿌리 깊은 나무’가 이를 증명했고, 시청률 40% 돌파를 노리는 ‘해를 품은 달’은 100%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둔 사극이다. 하지만 최수종은 이번에도 정통 사극을 택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퓨전 사극을 피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다”고 했다.
“만약 퓨전 사극 제의가 들어왔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했을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 이도(한석규) 역할을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연기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정통 사극을 고집하기 보다는 아직은 대중들이 ‘정통사극=최수종’을 기대하는 것 같다.”
● 연기 필수품 국어사전…시대가 변해 이젠 ‘국어사전 앱’
1987년 KBS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데뷔해 어느덧 연기 경력 25년. 최수종이 촬영할 때 늘 대본과 함께 가지고 다니는 것이 있다. 바로 국어사전.
스마트폰 시대에 맞춰 요즘은 휴대전화 속 국어사전 앱(애플리케이션)으로 바뀌었지만 그의 사전 사랑은 유별나다. 최수종은 “국어사전 앱도 나름 돈을 지불하고 콘텐츠가 가장 우수한 것으로 특별히 골랐다”며 웃었다.
지금은 잘 상상이 안되지만, 신인 시절 최수종은 연기 논란에 종종 휘말렸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연기의 기본이 되는 발음 훈련이다. 그때부터 언제 어디서나 국어사전을 들고 다니며 단어의 정확한 뜻과 장단음을 구분해 연습했다. “처음에는 사전 찾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수 있지만 연기자에게 큰 자산이 된다.”
● 후배들에게 아쉬운 건 ‘스킨십’
연예기획사가 전문화되면서 언제부턴가 연기자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매니저가 됐다. 최수종은 후배들에게 아쉬운 점으로 ‘스킨십’을 꼽았다. “대기실도 따로, 식사도 따로 하다보니 전만큼 후배들과 시간 보내기가 힘들다. 어느새 작품에서 내가 중간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됐다. 그래서 그런 점이 눈에 더 보이는 것 같다.”
최수종은 또 후배들에게 “물어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1989년 MBC ‘조선왕조 500년-한중록’에서 사도세자 역을 맡은 그는 연출자 이병훈 PD에게 매일 혼이 났다. 최고의 청춘 스타였지만 어색한 사극 대사가 지적을 받은 것. 최수종은 선배 연기자 한인수의 집을 찾아가 연기를 배웠다. “대본과 녹음기를 가지고 무작정 찾아갔다. 선배가 읽은 대사를 그대로 녹음해 차에서 하루 종일 듣고 다녔다.”
그러면서 그는 후배 하지원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하지원이 2003년 ‘다모’에 출연하기 전 집에 찾아와 사극 연기에 대한 도움을 얻고 싶다고 했다는 것. 최수종은 “하지원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었고, 지금 정상에 있는 그녀의 노력이 남다르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 내 사랑 하희라…“우리는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존재”
최수종은 연예계 애처가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스타다. 이 날도 그는 아내 하희라와 두 아이들의 얘기가 나오자 입꼬리부터 올라갔다. 가족을 변함없이 사랑하고 아끼는 비결을 묻자 그는 대답대신 휴대전화 문자를 보여줬다. 부부가 주고받은 문자는 추운 날씨에 영화 촬영 중인 남편의 건강을 걱정하는 것부터 책을 보다가 발견한 좋은 글귀, 성경 문구 등이 빼곡하게 담겨 있었다. 빨간 색의 하트 이모타콘도 여러 개. 특히 깍듯한 존대에서 느껴지는 부부 사이의 ‘존경’이 남달랐다.
최수종은 “아내로서, 아이들의 엄마로서, 그리고 배우로서 존경한다. 얼마 전 땀을 흘리면서 열심히 운동해서 ‘훌륭한 여배우’라고 칭찬해줬다. 그랬더니 아내가 ‘운동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남편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여자로 보이기 위해서고, 두 번째는 여배우로서의 관리’라고 하더라.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늘 자극이 되는 존재다”고 말했다.
최수종은 요즘도 아내를 위한 이벤트를 자주 하느냐고 묻자 “변한 게 없다고 하지 않았냐”며 웃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