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커버스토리]신사동 호랭이 “내 음악의 힘은…수다!”

입력 2012-03-09 10: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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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명 신사동 호랭이는 그의 게임 아이디에서 따왔다. 그는 PC방이 있던 신사동에 자신의 별명 호랭이를 붙여 예명을 만들었다.

●저작권 수입 상위 1%, 히트곡 하나로 10억 수입도
●어려울 때 만원씩 용돈 주던 여자친구, 이젠 내가 카드 선물
●SM, YG, JYP, DSP 오디션 탈락, 대학 낙방…그래도 신나는 인생
●‘네 멋대로 해라’ 강연 들은 대기업사원이 사표, ‘난감’
“아, 안돼~ 벌써 인터뷰가 끝난 건 아니죠? 가지 마요. 더해줘요. 재미있단 말이야. 수다 떠는 게 행복해. 스트레스 제로가 됐어요.”

‘아이돌 음악의 대부’ 신사동 호랭이(본명 이호양·29)는 말하는 걸 무척 즐기는 사람이었다. 동글동글한 얼굴로 풍채만큼 넉넉한 입담을 과시했다. 하긴 MBC ‘무한도전-나름 가수다’에서 열변으로 ‘국민 MC’ 유재석의 입을 20분간 닫게 했던 그가 아닌가.

포미닛의 ‘핫이슈’, 시크릿의 ‘매직’, 티아라의 ‘롤리폴리’ ‘보핍보핍’, 트러블 메이커의 ‘트러블 메이커’, 에이핑크의 ‘마이마이’, 비스트의 ‘픽션’, ‘배드 걸’ 등 수 많은 히트 곡을 작곡한 신사동 호랭이는 “음악적 영감의 원천은 수다”라고 했다.

“비스트와 포미닛 멤버에게 현승과 현아가 어떤 아이냐고 물었더니, 다 좋은데 장난꾸러기라는 거예요. 그럼 둘은 ‘트러블 메이커’네. 이엑스아이디(EXID)의 ‘후즈 댓 걸’도 우리가 길을 막고 프로필 촬영을 하니까 외국인들이 ‘누구야?’라고 묻기에 제목으로 삼았죠.”

▶진돗개 닮은 여자친구, 애칭은…

인터뷰 중에도 계속 전화벨이 울렸다. ‘롤리폴리’를 국회의원 후보 선거 곡으로 쓰고 싶다는 전화였다. “롤리폴리가 짱~! 제일 잘 팔려요.”

신사동 호랭이의 저작권 수입은 업계 상위 1%로 알려졌다. 히트 곡 하나로 모두 합쳐 1년에 10억 원가량을 번다고. 하지만 그는 “달마다 일정치는 않다”며 “제 나이에서는 벌 수 없는 돈”이라며 정확한 공개를 꺼렸다. 그는 수입의 70%는 자산관리사에게 맡겨 저축한다고 했다.

“저는 아직 연예인보다는 고향 친구들하고 놀아요. 한 친구가 ‘이번에 연봉 협상했는데 3300이 됐어!’라고 해요. 나는 그 돈을 한 달에 벌수도 있는데…. 돈 많다고 티 내지 말아야지 싶죠. ‘야! 돈도 못 버는 것들이 내가 낼게!' 하는 순간 정말 나쁜 사람이 되는 거니까.”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 눈여겨 본 친구로 SBS ‘K팝 스타’의 이하이 양을 꼽았다.


“제가 일찍 빛을 본 케이스라 20대 중반 넘어가면서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 벌었어요. 옷을 매일 사 입고 서너 달 흥청망청 썼죠. 나중에는 작곡가 동생들이 막 욕했어요. 여자친구도 헤어지자는 장문의 편지를 보냈고요. 그때 정신 차렸죠.”

6년 사귄 3살 어린 일반인 여자친구는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어려운 시절, 여자친구는 매일 그에게 만원씩 용돈을 줬다. 그걸 모아 옷을 사 입었다는 그는 여자친구가 돈을 끊을까 봐 불쌍한 척하며 컵라면만 먹기도 했다고.

“지금은 그 친구에게 신용카드를 줬어요. 보답해야죠. 돈 쓰기 전에는 항상 전화가 와요. 그런데 검소한 성격이라 한번에 만원도 못 써요.” 진돗개를 닮았다는 여자친구의 애칭은 ‘개’다.

▶히트곡 제조기 별명 뿌듯, 장타율로 따지면 5할 타자

인기곡이 참 많다고 하자 그는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첫 인터뷰 때 받은 질문이 ‘히트곡이 뭐야?’였다면서. 가장 아끼는 별명은 ‘히트곡 제조기’다.

“장타율로 따지면 한 10곡 중 5곡은 히트하지 않나? 5할 타자요. 제 곡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삼박자가 잘 맞았어요. 가수도 잘해주고 회사도 지원을 잘해주고 저도 그런 운을 만들려고 노력하고요.”

인터넷 지식 검색에 올라온 질문 중 가장 많은 게 ‘신사동 호랭이와 용감한 형제 중 누가 작곡을 더 잘하나?’이다. 그도 알고 있다고 했다.

“제가 더 잘해요. 농담이고요. 하하. 그 형과 저는 너무너무 달라요. 저는 남자답고 센 사운드를 즐기고 형은 여성들이 공감하고 신나고 그런 감수성 있는 곡을 잘 만드는 것 같아요.”

일각에선 그의 노래를 두고 ‘후크 송(hook song)’,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비판한다. 그도 “틀린 말은 아니다. 변하려고 한다”며 인정했다.

“잊지 못할 곡이 있다면 비스트의 ‘픽션’이에요. 상을 받아서가 아니라, 앨범 작업을 다 해놨는데 팬들이 ‘작곡가를 바꿔 달라’고 요청했어요. 저도 상처받았지만, 비스트도 난처했죠. 그때 제가 멋진 척을 하며 ‘내가 바뀔게. 나를 버릴게’라고 했죠. 한 달 고생한 결과가 ‘픽션’이에요.”

▶ ‘완벽주의자’ 유재석 인정!

작곡가로서의 명성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이어졌다. 지난겨울 MBC ‘무한도전’ 나름 가수다 가요제를 일주일 앞둔 유재석이 그에게 SOS를 쳤다. 노홍철의 ‘더위 먹은 갈매기’를 복고풍으로 소화한 유재석은 본 무대에서 4위에 올랐다.

“재석 형은 저보다 더 무서운 분이에요. 정말 완벽주의자고, 본인이 마음에 들 때까지 연습하고. 공연 전까지 밤샘하더라고요. ‘유재석 인정!’”

그는 실은 유재석이 다른 작곡가에게 갔다가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왔다고 했다. 처음에는 올드 디스코 스타일로 곡을 바꿨는데, 시간이 없던 유재석이 더 쉽게 해달라고 했다고. 쉽지는 않은 작업이었다.

“재석 형님이 롤리폴리 스타일을 말하더군요. 저는 믿어달라고 했고, 그 형은 ‘넌 사기꾼 같아. 못 믿겠어’라고 하면서도 맡기더군요. 순위는 그다지 부담 없었어요. 무한도전의 큰 팬이기 때문에 참여에 의의가 있었죠. 작업 비용을 준다는 말에 ‘아 기분 나쁠 뻔 했네’라고 했죠.”

▶AB엔터테인먼트 설립, 걸 그룹 이엑스아이디 데뷔시켜

지금은 인기 작곡가지만 원래 그의 꿈은 아이돌 가수였다. 경북 포항 출신인 그는 아버지를 따라 전남 광양으로 이사 갔다. 그리고 고교 1학년 때 무작정 상경해 SM, JYP, YG, DSP 4대 기획사 오디션에 참가했지만 다 떨어졌다고.

“큐브의 홍승성 대표가 JYP 사장이었잖아요? 얼마 전 ‘호랭이도 자기 앨범 내야지?’하기에 ‘날 떨어뜨려 놓고 무슨 말이에요?’했죠. 홍 대표는 ‘할 말이 없군’이라며 웃더군요. 탈락 경험 때문인지 지금도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모진 말을 못해요.”

고교 2학년 때부터 작은 기획사에 들어가 트로트 가수 매니저, 리믹스, 행사 진행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시트콤 ‘논스톱’ 같은 대학생활을 꿈꾸며 실용음악과에 원서를 냈지만, 전부 낙방했다. 사채업자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한 적도 있었다.

“당구장 하우스 보이를 하다가 알게 된 사채업자 하는 형 사무실에 가서 돕게 됐어요. 사무실 구석에 제 작업실을 하나 만들어주셨어요. 대신 잔심부름을 부탁하셨죠. 제가 광양에서 살다 와서 전라도 사투리를 하잖아요? 전화해서 ‘은제 갚을라구 그래(언제 갚으려고 그래)?’하고 협박하라고 하고. 나중에 나쁜 일이라는 걸 관뒀죠.”

그러다 2005년 더 자두의 ‘남과 여’를 작곡하면서 저작권협회에 이름을 올렸다. 첫 작곡료는 50만 원. 예명 신사동 호랭이는 그의 게임 아이디에서 따왔다.
“어려서부터 호랑이를 좋아해요. 친구가 에버랜드 사육사라서 보러 간 적도 많았죠. ‘멍충이’라는 이름의 샴 고양이도 한 마리 키웠어요. 지금은 누나 집에 가 있죠. 사무실에도 호랑이 인형이 2개 있어요. 아직 철이 없어요.”

신사동 호랭이의 첫 자식 EXID는 타 기획사 연습생 출신이 많다. 그는 “비스트 초창기가 생각났다. 이런 친구들의 장점은 밟아도 밟히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직원 15명 규모의 음반 회사 AB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6인조 걸 그룹 이엑스아이디의 데뷔 싱글 ‘홀라(HOLLA)’을 내놓으며 제작자로서 제2의 인생을 걷고 있다.

“저는 작곡가, 프로듀서, 제작자로서 분업이 확실해요. EXID 다음 곡은 제 노래가 아닐 수 있어요. 작곡가 형들이 본인 곡에 욕심을 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모습이 싫었어요. 회사 이름에도 호랑이를 넣지 않았죠. AB는 a better blank의 약자예요. 언제나 앞서 가겠다는 의미죠. ABC 기본에 충실한 회사가 되자는 뜻도 있고요.”

▶인터넷 방송 통한 재능기부 나설 것

그는 앞으로 방황하는 청소년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절대 빈말이 아니라면서.

“대학은 못 갔지만, 강의하는 건 좋아해요. 강연 형식의 인터넷 방송을 생각 중이에요. 부모님의 인생을 대신 사는 청소년이 많잖아요? 정말 원하는 길을 찾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남의 멘토가 된다는 건 쉽지는 않을 일. 그는 강의하면서 난감한 상황에 직면한 적도 있다. 멀쩡한 대기업 사원이 ‘네 멋대로 살아라’는 그의 강의에 감명해 작사가가 되겠다며 사표를 낸 것.

“이메일로 사표 인증 샷을 보내온 거예요. 서른두 살 남자가! 바로 전화해서 미친 거냐고 했죠. 내 한 마디로 누군가의 인생을 망친 게 아닌가 하고 무섭긴 하죠. ‘당신은 작사가로서 재능은 없다. 하지만 대기업 취직해본 사람이기에 그걸 희망하는 사람에게 글을 써라. 그럼 팔리지 않겠느냐’고 역 제안을 했죠.”

끝으로 그에게 ‘천재형인지, 노력형인지’를 물었다.

“노력하는 데 천재죠. 부족함을 잘 알기에 엄청나게 노력해요.”

글 최현정기자 phoeb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pyw06@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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