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심좋은 광주의 ‘비빔밥 축구’

입력 2012-03-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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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판 스코어가 제주의 2-1 리드를 알리고 있던 후반전 막판. 그 때만 해도 홈 팀 광주FC의 패배는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시계를 가만히 들여다보던 광주 관계자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지금부터 우리의 ‘쇼 타임’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사실이었다. 18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K리그 3라운드에서 내내 끌려가던 광주는 후반 42분 동점골과 추가시간 때 역전 골을 뽑아내며 짜릿한 ‘펠레스코어(3-2)’ 역전승을 일궜다. 지난 시즌 포항을 떠난 뒤 한동안 팀을 찾지 못하다 테스트를 거쳐 간신히 광주에 안착한 브라질 용병 슈바는 자신의 골로 승리하자 ‘내가 돌아왔다. 하나님 감사합니다’란 글귀가 새겨진 속옷을 내보이며 눈물을 쏟았다.

K리그 2년차 광주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2승1무로 단독 4위. 광주 특유의 ‘비빔밥 축구’의 힘이 컸다. 광주는 작년 창단하며 고만고만한 멤버로 팀을 꾸려야 했다. 이름값은 없지만 각자 개성을 고루 섞으면 나물 넣고 비벼 먹는 비빔밥이 완성된다는 의미였다.

광주 최만희 감독이 항상 언급하는 두 가지가 있다. 열정과 혁명이다.

“스티브 잡스가 IT혁명을 일으킨 것처럼 우리도 프로축구 혁명을 일으키고 싶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하지만 우린 ‘할 수 있다’는 마음이다. 작년은 촌닭처럼 생각 없이 마냥 뛰었다. 그런데 올해는 여유도 생겼고 만들어 낼 줄 안다. 지금 가진 열정을 좀 더 숙성시키면 8위 진입도 가능하다.”

이날 제주전에서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를 펼쳐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최 감독은 “우린 돈도, 아무 것도 없지만 꼭 이기고 싶었다. 질 때 지더라도 공격 카드를 꼭 쓰고 싶었다. 광주의 147만 시민들 중 1%만 모아도 1만4000명이다. 앞으로 더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광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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