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챔피언 결정전은 KGC 이상범 감독을 재발견한 시리즈다. 그는 스타플레이어 출신도 아니고, 사령탑 경험 역시 풍부하지 않다. 그러나 철저한 지략을 바탕으로 동부를 맞아 선전하고 있다. 사진제공|KBL
주력 김태술 박찬희 등 일찌감치 군제대
올시즌 대비한 포석…오세근 화룡점정
챔프전 포커스 맞춰 ‘PO 졸전’ 전략도
양희종 카드 적중…1승 더하면 첫 우승
KGC 이상범(43) 감독은 두 가지 진기록을 갖고 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KGC의 전신에 해당하는 SBS에서 뛸 때 프로농구 사상 첫 득점(그것도 3점슛)을 올린 기록이 하나다. 이후 이 감독은 2000년 은퇴할 때까지 이 팀에서만 뛰었다. 미국 UCLA 코치 연수를 1년 받은 뒤에는 SBS 코치로 일하다 2005년 KT&G로 팀이 인수된 뒤에도 계속 유임됐다. 2008∼2009년 감독대행을 거쳐 정식 감독에 취임했고, KGC인삼공사로 팀명이 바뀐 이후에도 계속 감독직을 맡았다. 1년의 연수를 제외하면 20년간 오직 한 팀에서 선수, 코치, 감독대행, 감독을 거쳐 우승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제 동부와의 챔피언 결정전 6·7차전 중 1경기만 더 이기면 생애 첫, 창단 첫 우승에 입맞춤할 수 있다.
○인동초 감독, 리빌딩의 꽃을 피우다
KGC의 최근 세 시즌 순위는 7위→8위→9위였다. 주력 멤버들을 2011∼2012시즌에 모으기 위해 미리 군대에 보내는 출혈을 감수한 대가다. 덕분에 현재 KGC에는 드래프트 전체 1순위만 김태술 박찬희 등 3명에 달한다. 지난해 오세근의 영입은 화룡점정이었다. 그러나 그 3년간 KGC 프런트와 이 감독이 겪었을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승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경질 위기에 선 적도 있었다. 다행히 젊은 감독에게 정점의 전력이 완성되는 2011∼2012시즌을 맡긴 KGC의 판단은 적중했다. KGC는 정규시즌 2위로 일약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고, KT를 꺾고 창단 첫 챔프전 진출에 성공했다.
○한칼을 감춘 유쾌한 리더
사실 3승1패로 승리했지만 KGC의 4강전은 졸전이라는 것이 중평이었다. 전자랜드와 2차례 연장까지 가는 5차전 승부 끝에 올라와 기진맥진한 KT를 맞아 거의 무전술에 가까운 경기를 거듭했다. 체력전이 전부였다. 이 때문에 절대다수의 전문가는 챔프전을 동부의 일방적 우세로 점쳤다. 그러나 KGC는 팀에서 가장 수비가 좋고, 발이 빠른 포워드 양희종을 앞에 내세우는 비장의 존 프레스 디펜스로 1차전 패배 후 2차전 반격을 가했다. 이어 양희종, 오세근의 매치업 우세를 극대화해 4·5차전을 잇달아 잡았다. KGC 선수들에 따르면 이 감독은 애초부터 동부전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수비전술을 준비했고, KT전에는 일부러 작전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코트에서 하얀 와이셔츠 차림으로 박수를 치고, 젊은 선수들과 호흡하는 젊은 사령탑 이상범 감독이 프로농구 챔프전 역사상 최대의 이변을 꿈꾸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