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추트레인이 뿔났다!’ 클리블랜드 추신수가 6일(한국시간)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토론토와의 홈개막전 15회에 머리 쪽으로 빠르게 날아온 루이스 페레스의 공을 피하다 쓰러졌다. 위협구에 발끈한 추신수가 마운드로 달려나가려하자 양팀 선수단이 모두 몰려나오는 벤치클리어링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나 양 팀 선수단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내 해산했다.
이례적 분노폭발…양팀 벤치클리어링
일촉즉발 상황서 퇴장 등 없이 마무리
개막전 1안타 3사사구…팀은 역전패
클리블랜드에게 이번 시즌 개막일인 6일(한국시간)은 좌절의 날이었다. 9회에 4-1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토론토와 연장 16회까지 접전을 펼친 끝에 4-7로 졌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화가 났던 사람은 추신수(30)였을 것이다. 아마도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그라운드에서 엄청나게 화를 냈으니 말이다.
추신수는 15회 토론토 투수 루이스 페레스가 던진 공에 머리를 맞을 뻔했다. 간신히 피한 후 화가 나서 마운드 쪽으로 몇 걸음 걸어갔고, 이 때문에 벤치와 불펜에 있던 선수들이 모두 달려 나왔다. 경기 초반에도 타석에서 등에 공을 맞았기 때문에 더 화가 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빠른 볼에 손을 맞아 엄지 부상을 입으면서 많은 시간을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던 추신수다. 몸쪽 공에 확실히 두려움을 느낀 듯하다.
다행히 추신수가 마운드로 향한 후 별다른 싸움은 벌어지지 않았다. 양쪽 벤치가 모두 텅 비긴 했어도 주먹이 오가지는 않았다. 주심이 곧바로 퇴장을 선언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경기는 아무 일 없이 속개됐다. 매니 악타 감독은 “개막전은 많은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경기”라며 “공은 추신수의 머리 바로 근처까지 날아갔다. 페레스가 일부러 그랬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추신수가 지난해 사구 때문에 경기를 거의 뛰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화가 난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고 말했다.
팽팽하게 진행되는 연장전이었다. 페레스가 추신수를 고의로 맞추려 했을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 일부러 몸쪽에 꽉 차게 던진 공은 분명히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신수의 두려움 역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건강하게 시즌을 시작하는 것은 그의 성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지금까지 열심히 준비했던 것들이 시즌 첫 게임에서의 부상으로 물거품이 되기를 원치 않았을 것이다. 행운도 따랐다. 심판들이 그에게 퇴장을 명령하지 않은 것 말이다. 퇴장 당했다면 벌금, 더 나아가 출장 정지 같은 징계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악타 감독은 “심판들의 결정은 존중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안타깝게도 그것이 개막전에서 추신수가 만들어낸 유일한 드라마였다. 그는 이날 4타수 1안타에 2볼넷 1사구를 기록해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경기를 통해 추신수가 그라운드에 서는 것 자체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위협하는 일이 그를 얼마나 화나게 하는지 알게 됐다. 평소 그라운드 안팎에서 부드러운 매너를 갖고 있는 추신수이기에 이 정도 감정 표현은 이례적인 일이다.
MLB.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