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INTERVIEW] 류택현, 공 5개에 인생 건 ‘42세 청춘불패’

입력 2012-04-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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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마흔에 팔꿈치수술을 받았고, 긴 재활도 거쳤다. 방출의 아픔을 뒤로 한 채 다시 마운드에 섰고, 960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LG 류택현의 야구를 향한 열정이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시범경기 광주 KIA전에 등판한 류택현의 역투 모습. 스포츠동아DB

LG 불펜 맏형 ‘불사조’ 류택현


마흔에 수술대…2년만에 1군 컴백
960일만에 승리투수 ‘감동드라마’
2경기 더 던지면 통산최다출장 新


스포츠는 우리에게 감동과 희망을 준다. 팬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 안에 감동과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LG 류택현은 8일 대구 삼성전에서 960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경기 후 그는 “수술은 옳은 선택이었고, 스스로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마흔 살에 팔꿈치 수술을 했다. 많은 사람이 은퇴를 권유하고 수술을 말렸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택했다. 40세에 수술하고, 41세에 재활하고, 42세에 보란 듯 복귀했다. 지난주까지 통산 812경기에 출전한 그는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앞으로 2경기에 더 등판하면 조웅천(SK 코치)이 보유한 통산최다출장 813경기를 넘어선다. 류택현은 “몇 경기를 더 던질 수 있을지, 몇 년을 더 할지, 그건 알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이 기쁜 건 수술하고 1군에 복귀했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은퇴 갈림길서 모두 반대한 팔꿈치 수술
창피한 꼴 보여주기 싫어 이 악물고 재활

8일 삼성전 최형우 삼진 잡고 승리 ‘감격’
이 순간이 행복한 건 마운드에 있기 때문
45세 현역 목표…타자와 신나게 싸워야죠



○삼진을 잡아야 한다!


-8일 삼성전 7회말 2사 2루 최형우 타석에 마운드에 올랐다. 무슨 생각을 했나?

“불펜투수는 상황판단이 중요합니다. 맞혀 잡을지, 삼진을 잡아야 할지. 점수를 줘도 되는 상황이 있고, 목숨 걸고 막아야 하는 상황이 있어요. 그 때는 0-0이기 때문에 무조건 삼진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왜 삼진인가?

“한점이 결승점이 되는 분위기잖아요? 맞혀 잡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고, 볼넷을 내보내면 다음 투수의 부담이 커요.”


-삼진 잡으려고 하면 삼진 잡을 수 있나?

“(씩 웃으며) 저 삼진 많이 잡는 편이예요.(통산 561이닝 499탈삼진이다) 초구에 던진 커브를 형우가 헛스윙 할 때 50%는 이겼다고 생각했죠. 투스트라이크 노볼에서 (심)광호가 바깥쪽 직구 사인을 내고, 빠져 앉더라고요. 그 때 스트라이크를 그냥 던져버릴까 하다가 서두르지 말자고 생각했죠.”


-그리고 다음 공에 루킹 삼진이 나왔다.

“이번에는 직구 사인을 내고, 안 빠져 앉더라고요. 둘 다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승리투수가 되고 웃는 모습을 봤다.

“고생했던 시간들이 막 지나가는 거예요. 저도 제가 대견했나 봐요.”


○“썩은 동아줄이 끊어진 거죠.”

-갑자기 팔꿈치에 부상이 왔는데 어떤 상황인가?

“2007년 홀드 1위를 했지만 제가 생각하는 최고 시즌은 2009년이에요. 그런 말 하잖아요? 타자의 생각이 보인다. 진짜 자신만만했는데, 2010년 4월에 일이 터진 거죠.”


-팔꿈치 부상인가?

“네. 2군에서 (이)범준이랑 롱토스를 하는데 90m 5개 정도 하고, 다시 던진 공이 50m도 안나가는 거예요. 범준이가 “선배님, 앞으로 들어갈까요?” 해서 “아니야. 그냥 있어” 했죠. 다시 세게 던졌는데 이번엔 40m도 안나가고, 또 한번 정말 세게 던졌는데 이번에는 30m…. ‘무슨 일이 단단히 났구나’ 했는데 사실 그때 제 썩은 동아줄이 끊어진 거죠.”


-수술을 결정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재활로 이겨내려고 했어요. 수술은 생각도 안했죠. 근데 배팅연습 때 우타자 바깥쪽에 던진 공이 말도 안 되게 자꾸 타자를 맞히는 거예요. 팔꿈치가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알았죠.”


-수술을 반대한 사람이 많았다.

“40이면 은퇴할 나이잖아요. 누가 40살에 수술을 해요? 은퇴해라, 제2의 야구인생을 살아야 한다. 구단에서는 프런트로 들어와라. 모두가 반대였죠. 근데 후배 투수들은 저의 도전을 원했어요. 젊은 친구들이 “은퇴는 언제나 할 수 있는 거잖아요” 하더라고요.”


-그래도 40살에 수술한다는 것은 참 힘든 결정 아냐?

“저는 2009년의 느낌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원인을 제거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믿음도 있었고. 하지만 ‘과연 될까’라는 부정적 생각도 많았죠. 근데 어느 날 침대에 누워 있는데 제가 왼손에 아령을 들고 막 운동하고 있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내 안에 있는 나는 도전을 외치고 있었던 거죠. 그 때 결심했어요. 이건 나 아니면 못하는 도전이고 경험이다.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너 나가면 나도 복귀한다!

-수술과 재활은 힘들지 않았나?


“수술을 두 번 했어요. 2011년 9월 11일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하고, 사흘 뒤 뼛조각제거수술을 했어요. 재활은 당연히 힘들었죠. 40살 넘어서 따라하는 게 보통일이 아니더라고요. (봉)중근이는 수술하고 8개월 만에 피칭을 했는데, 저는 11개월째 들어 피칭을 시작했어요. 정말 이 악물고 했죠. 남들 다 말리는 수술을 했는데 정말 창피한 꼴 보여주긴 싫더라고요.”


-얼마 전 KIA 이종범이 은퇴했다. 40세가 넘는 베테랑은 은퇴라는 부분에서 항상 구단과 신경전도 있지 않나?

“당연하죠. 나이 먹으면 눈치를 봅니다. 그래서 더 고맙죠. 구단에서 수술을 허락하고 재활에도 도움을 주고, 수술 뒤 재입단의 문도 열어줬잖아요. 김기태 감독과 조계현 수석코치, 차명석 투수코치도 너무 감사해요. 그분들이 긍정적으로 봐주지 않았으면 절대 제가 1군에서 던질 수 없어요. 눈치 안보고 편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해주신 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조웅천 SK 코치의 최다출장기록 경신이 눈앞이데.

“813경기를 넘어선다면 여러 가지 생각에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어요. 근데 아마 (정)우람이가 그 기록도 깨겠죠. 조 코치와는 동갑 친구예요. 일본 오키나와캠프에서 조 코치가 내 공을 받아줬어요. “‘야! 택현이. 공 좋다. 올해 내 기록 깨지는구나” 하면서. “근데 너 나가면 나도 복귀한다”고 했어요. 아직 조웅천 선수 복귀 이야기는 없죠?”


○끝까지 1군에 붙어있겠다!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끝까지 1군에 붙어 있어야죠. 제가 플레잉코치라 1군에 있으면 선수고, 2군에 가면 코치인데 1군에 있는 게 팀에 보답하는 길 아니겠어요?”


-올해는 싱커를 던지더라.

“2009년부터 준비했어요. 사실 좌타자만 상대하다 보니까 싱커 필요성을 못 느꼈는데 SK 정우람을 보고 싱커에 도전하게 됐죠.”


-정우람은 서클체인지업을 던진다.

“서클체인지업은 잘 안 돼요. 근데 싱커는 괜찮아요. 우람이 서클체인지업에 우타자들 꼼짝 못하잖아요. 저도 싱커를 던지니까 우타자가 편해요.”


-불펜투수는 많은 구종이 필요 없는 것 아닌가?

“저는 공 5개를 던지러 올라가는 투수예요. 어정쩡한 공은 던질 수 없죠. 하지만 싱커는 새로운 도전입니다. 우타자도 막아낼 수 있다면 그 또한 팀에 도움이 될 테니까요.”


-LG의 젊은 투수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는가?

“올해 LG는 빠르게 승부하자가 슬로건입니다. 적게 던져서 아웃카운트를 잡는 겁니다.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고, 자꾸 승부하면서 강해지자는 거죠. 항상 자신의 공을 믿고 던지라고 이야기합니다.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죠. 자신의 공을 못 믿으면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가 없어요. 투수는 항상 긍정적이어야 하고, 항상 자신을 믿어야 합니다. 그게 안 되면 살아남을 수 없죠.”


-언제까지 뛸 수 있을까?

“45살까지 던지면 좋겠는데…. 그건 장담할 수 없죠. 힘들게 이 자리에 다시 선만큼 좀더 열심히 준비하고 던질 생각입니다. 그리고 내 공이 타자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미련 없이 은퇴해야죠. 그 때까지는 내 공을 믿고 타자들과 신나게 싸울 겁니다.”


류택현은?

▲생년월일=1971년 10월 4일
▲출신교=도곡초∼신일중∼휘문고∼동국대
▲키·몸무게=185cm·80kg(좌투좌타)
▲프로 경력=1994신인드래프트 OB 1차 지명·입단∼1999년 LG∼2010년 방출∼2012년 LG 플레잉코치
▲통산 성적=882경기 561이닝 13승28패6세이브103홀드 499탈삼진 방어율 4.48
▲2012년 연봉=4500만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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