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이젠 런던보이…“꿈 꿀 시간도 아깝다”

입력 2012-04-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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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이 포효를!’ 2012런던올림픽에선 정상 수성에 나선다. ‘마린보이’ 박태환이 런던올림픽 D-100에 맞춰 스포츠동아와 서면 인터뷰를 갖고 또 한번 금메달을 다짐했다. 스포츠동아DB

“어게인 金물살”…‘마린보이’ 박태환 인터뷰

D-100일의 아침이 밝았다. 7월 27일(현지시각) 개막하는 2012런던올림픽에서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태극전사들은 런던올림픽에서 10개 이상의 금메달과 세계 10위 이내의 성적을 목표로 뛴다. ‘10-10’ 과업의 선두주자는 ‘마린보이’ 박태환(23·SK텔레콤스포츠단)이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힘차게 물살을 가르던 3차 전지훈련 막바지, 서면 인터뷰를 통해 D-100일을 앞둔 그의 심경을 들었다. 3차 호주 전훈을 마치고 15일 귀국한 그는 19일 울산에서 개막하는 제84회 동아수영대회에 출전한다.


레이스 운영·실전감각 초점 맞춰 훈련
눈감으면 바로 기상울림…악몽도 못꿔

난 천재 아닌 노력파…이젠 더 집중
때론 많은 분들 기대감이 부담되기도

쑨양 키·록티 힘·펠프스 돌핀킥 부러워
조카 보면 힘 불끈…가족들에게 늘 감사



○D-100일

-4년 전 베이징올림픽 D-100일 때와 비교하면 마음가짐이 좀 다른가?


“예나 지금이나 D-day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루하루 훈련에 매진하기 때문에 신경을 크게 쓰지 않지만, 대회가 다가올수록 아무래도 더 집중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100일 동안 준비할 바를 딱 한 가지만 꼽자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레이스 운영, 실전감각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하고 있다.(마이클 볼 코치는 “경쟁자 쑨양(중국)의 페이스가 좋다고 해도 맞붙으면 박태환이 유리하다”고 말한다. ‘싸움닭’ 박태환의 감각적이고 영리한 레이스 운영에 높은 점수를 주기 때문이다)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받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많은 분들의 기대감….”


-꿈 얘길 종종 했었는데 최근 기억나는 꿈은?

“최근에는 꿈을 꿔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는 순간 기상울림이 들리기 때문이다.”(박태환은 2009로마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아나콘다가 내 몸을 조이는 꿈을 꿨다”며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수영천재?

-수영을 하면서 ‘나는 이럴 때 천재인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은?


“솔직히, 단 한번도 수영천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수영을 좋아하고, 또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즐겁게 수영하려고 한다.”(수영인들은 박태환을 천재라고 칭한다. 마치 생체시계가 있는 듯 정확히 구간별 기록을 지키고, 영법의 좌우밸런스 문제를 지적하면 2주 만에 이를 해결한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영법을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구해 터득했다는 것도 놀라움의 대상이다)


-‘내가 수영 이외의 것에서는 천재가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때는?

“공부할 때다. 책만 보면 졸리고, 머리가 아프다.(^^)”


-올림픽에서 경쟁자가 될 쑨양, 라이언 록티(2011상하이세계선수권 5관왕), 마이클 펠프스(베이징올림픽 8관왕·이상 미국)에게서 한 가지의 능력을 빼앗아올 수 있다면?

“쑨양의 신장, 록티의 파워, 펠프스의 스타트와 돌핀킥이다.”(183cm의 박태환은 198cm의 쑨양에 비해 15cm나 작다. 세계정상급 선수들 중 최단신에 속한다)


-만약 키가 10cm 정도 더 컸다면, 지금 박태환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10cm 더 커 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영법 때 스트로크 가동범위가 커져 기록이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인간 박태환

-어린 나이부터 스타의 길을 걸어오면서 자신을 뒤돌아볼 시간은 좀 적었을 것 같다. 아쉬운 부분이 있는지.


“어릴 적부터 수영만 하다보니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내성적이다. 낯선 사람들을 보면 대화를 할 때 어려움이 생겼다.좀 더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었다면, 내성적인 성격이나 낯을 가리는 면이 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스타선수에게는 누구나 덧씌워진 이미지가 있다. 실제 그렇지 않은데, 잘못 알려진 이미지는?

“건방져 보인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려서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어려워서 그렇다. 실제로 그런 게 아니니 이해해달라.”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장기간 전지훈련에 나와 있을 때.”


○마린보이에게 힘이 되는 사람들

-볼 코치와 만난지도 이제 2년이 넘었다. 그에게서 배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내심이다. 예전에는 훈련할 때 힘들면 포기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힘들 때도 볼 코치가 늘 마인드 컨트롤을 하도록 조언해주기 때문에 끝까지 훈련을 해내게 된 것 같다.”


-부모님과 누나, 조카에게 한마디 한다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힘이 돼줘서 늘 감사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조카가 굉장히 예쁘고 귀엽다. 건강하게 자라서 고맙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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