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훈. 스포츠동아DB
사실 ‘생애 첫 4번’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았다. 더구나 시즌에 들어와 뒤늦게 발동이 걸리는 ‘슬로 스타터’ 체질. 그러나 4연속경기홈런을 날리는 등 4번타자로서 시즌 초반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신개념 4번타자’라는 칭찬과 함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LG 정성훈은 23일 “신개념 4번이 도대체 무슨 의미냐. 4번 하면 덩치도 크고 그래야 하는데 삐쩍 말랐다는 뜻인 것 같다”며 “이런 관심도 영 어색하다”고 밝혔다.
“매 시즌 대개 7번 정도에서 타순이 시작하다 한 단계씩 올라오곤 했다. 내 기억에 프로에 와서 5번을 제일 많이 친 것 같다”던 그는 그러면서 “지난해 1번을 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난 4번보다 1번이 더 좋더라”고 말했다.
정성훈이 4번보다 1번 타순이 좋다고 말한 까닭은 상대 투수들의 승부 태도 때문. 특히 1회, 상대 투수들은 1번에게는 과감히 승부를 걸어오게 마련이지만 4번을 맡다보니 유인구도 많고 해서 영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그럼 1번으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좋은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지 않느냐”며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다. 1번이 좋긴 해도, 아무래도 4번으로서 느끼는 긍지와 자부심이 큰 모양이다. 아무나 4번을 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