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야구장에서 좌석을 가장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 응원 막대풍선을 두드릴 때 옆 사람과 부딪칠 정도로 좌석의 좌우 간격이 협소하고, 앞뒤 간격도 좁아 사람들이 드나들기 힘들어서다. 사진은 24일 광주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이 한화 박찬호와 KIA 윤석민의 선발 맞대결을 관전하는 장면. 광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팬들에게 물었다…“야구장 시설서비스 무엇이 가장 불편한가요?”
한국프로야구는 올해로 출범 31년째를 맞았다. 지난해 680만 관중 돌파에 이어 올 시즌에는 700만 관중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프로야구는 그야말로 ‘국민스포츠’로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인프라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나 대부분의 시설물은 30년 전에 비해 별반 나아진 것이 없는 실정이다. 일부 지자체는 신축구장을 준비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선 언제 최신식구장이 들어설지 기약이 없다. 한꺼번에 개선되지 않는다면 급한 것부터 고쳐나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장 불편하고, 어떤 시설부터 시급히 개선돼야 할까. 스포츠동아 이슈&포커스는 프로야구가 펼쳐지는 야구장의 ‘불편한 진실’에 관한 의식조사를 2회에 걸쳐 다룬다. 지난주 현장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의식조사 결과에 이어 이번 주에는 팬들의 의견을 싣는다.
좌석 좌우·앞뒤 간격 턱없이 비좁아
자리 비울땐 라인 전체가 일어나기도
“녹색그물, 관전때 시선 혼란” 뒤이어
“화장실 확충 개선 시급” 의견도 다수
○좌석이 압도적 불만사항
야구팬에 대한 설문은 대표적 소셜네트위크서비스(SNS)인 트위터를 통해 이뤄졌다. ‘한국의 야구장에서 가장 불편하고,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할 시설이나 서비스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총 293건의 답변이 쏟아졌다.(복수응답 허용)
그 중 가장 많은 답변은 좌석이었다. 109개로 총 응답의 37.2%를 차지했다. 안전그물 개선에 대한 요구가 44개(15%)로 뒤를 이었고, 화장실 문제 42개(14.3%), 흡연 문제 34개(11.6%), 주차장 문제 14개(4.8%)의 순으로 나타났다.
○좌석 간격 넓혀주세요!
한국의 야구팬들은 야구장의 가장 불편한 시설로 좌석을 꼽았다. 대부분은 “좌석의 좌우나 앞뒤 간격이 너무 좁아 불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the_shinymilky는 “좌석 중간쯤에 앉은 관중이 잠시 화장실에 갈라치면 그 줄 사람들이 다 일어나야 하는 게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hsm882는 “야구장 가면 움직이기 편하도록 통로 근처에 앉는다”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설명한 뒤 “사람이 들어오면 일어서고, 나가면 일어서고, 3시간 넘는 경기시간인데…”라며 야구경기에 집중할 수 없는 불편한 좌석구조에 불만을 나타냈다.
국내 구장도 최근에는 좌석의 좌우, 앞뒤 간격을 일부 넓혀가고 있지만 테이블석 등 일부 고가의 좌석에만 한정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일반석에선 옆자리에 가방이나 짐을 둬 일찌감치 공간을 확보하는 얌체족도 등장하고, 좌석이 아닌 계단이나 통로에서 관전하는 관중도 상당수일 수밖에 없다. @wofhddldjaak는 “계단이나 통로를 막는 관객을 제재할 관리인 부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좌석 방향도 불편해요!
좌석의 크기와 간격뿐 아니라 방향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gomgom27은 “자리에 앉아서 마운드 쪽으로 허리를 돌려야 돼 경기 보고 난 후엔 허리가 아프다”고 호소했다. 관중의 시선은 투수와 타자 방향으로 향하지만, 내야석을 제외하면 외야석의 의자는 대부분 외야수를 보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좌석의 좌우 간격이 좁은 만큼 앞좌석 뒤편에 컵홀더와 고리 등을 만들어 음료수와 가방 등을 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5aoh는 “잠실의 경우 구단이 시에 내는 사용료가 100억원이 넘는다는데 의자도 고쳐주지 않고, 번호도 지워져 있어 자리 찾기가 어렵다”고 했고, @up3110은 “앞뒤 간격도 좁아서 소지품 두기도 힘든데 음료수 꽂는 부분이라도 좀 보수해주시길…”이라며 근본적인 시설개선이 당장 이뤄지지 않는다면 개선 가능한 것부터 손을 봐줄 것을 부탁했다.
○안전그물 검은색으로 바꿔주세요!
국내서는 구장마다 안전그물이 관중석과 그라운드를 가로막고 있다. 그것도 녹색 그물이다. 이에 대해 팬들은 “이젠 우리도 녹색이 아닌 검은색 안전그물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녹색 안전그물은 야구 관전에 방해요소라는 것이다. @Philoe는 “그물 앞에 앉아있으면 매직아이처럼 핑핑 도는 현상이 생긴다”며 “좀 더 가까이서 야구를 보고 싶지만 차라리 그물이 시야를 안 가리는 쪽을 선택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또 안전그물을 지탱하기 위해 설치한 굵은 철기둥도 관전을 방해하는 시설이다.
그러면서 대부분 NC 다이노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조한 마산구장을 롤모델로 꼽았다.
특히 내야 관중석 의자를 한줄씩 걷어내 관중석 규모를 5600석 가량 줄이는 대신 넓고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고, 국내에선 처음으로 검은색 안전그물을 설치해 관중의 눈 피로도를 줄였다. 검은색 그물은 녹색 그물과 비교해 제작과 설치비용에 차이가 없어 각 구단과 지자체가 마음만 먹으면 큰돈 들이지 않고 교체할 수 있는 시설이다. @gettozam은 “창원(마산)구장 보면서 꼭 초록색이 아니어도 된다니 컬러라도 바꾸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화장실과 흡연구역도 재정비해주세요!
야구장의 불편한 시설 중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는 것이 화장실이다. 특히 여자화장실의 확충과 개선이 시급하다.
@seraphina_v는 “줄도 너무 길고 3회 이후에는 물도 안 내려간다”며 “야구 보러 야구장 갔는데 정작 화장실 줄 서느라 야구는 DMB로 본다”고 꼬집었다. @Kohistory는 “여성분들은 30분은 화장실 대기에 관람시간을 빼앗긴다”고 말했다.
흡연과 주차 역시 불편해했다. 어린이와 비흡연자들을 위해 흡연구역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사실상 실효성 없이 운영되는 개방형 흡연구역이 아니라 공항이나 도쿄돔의 흡연실처럼 밀폐된 흡연공간 설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밖에도 갈수록 치솟는 입장권 가격과 먹거리 가격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고, 매표소와 무인발매기의 증설, 소지품 보관소와 수유실 및 어린이 놀이시설 확충, 야구장 디자인과 주변환경 개선을 당부하기도 했다. 암표상 단속과 야구관람을 방해할 정도로 지나치게 큰 앰프와 스피커 소리도 개선점으로 꼽혔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