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글로벌 제품 마케팅 사사 마린코빅(Sasa MarinKovic) 담당이사 인터뷰
최근 AMD는 2세대 APU ‘트리니티’를 선보였다. 2세대 APU의 특징은 이전 1세대 APU에서 향상된 설계로 제작해 멀티미디어 및 게이밍 성능을 향상했으며, 전력 소모를 줄여 제품 크기를 줄였다는 점이다. AMD측에 따르면, 이전보다 와트(Watt)당 성능이 2배 향상되었다고 밝혔다(자체 프로세서 성능은 약 29% 향상되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때 비디오 화질을 최적화하고 파일 변환을 가속화해 빠르게 볼 수 있는 AMD HD 미디어 가속기 기능 등을 탑재했다. 또한, 사용자가 어떤 작업을 하는가에 따라 CPU와 GPU의 전력을 변환해 동작 속도를 향상시키는 3세대 AMD 터보 코어(Turbo Core) 기술도 탑재해 동작 속도를 최대 3.2 GHz까지 높일 수 있다.
이에 IT동아는 AMD에서 글로벌 제품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사사 마린코빅 담당이사와 글로벌 소프트웨어 마케팅의 테리 마케돈(Terry Makedon)을 만나 트리니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IT동아: AMD 2세대 APU 트리니트를 알리면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전력 소모량인 것 같다. 하지만, 사실 일반인들은 ‘전력 소모가 줄었다’는 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전력소모량은 AMD 2세대 APU와 같은 프로세서뿐만 아니라 모든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부품의 가장 주된 이슈 중 하나다. 아니, 사실 전력을 소모하는 모든 기기에서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이다. 전력소모량은 제품 전체의 크기와 무게, 두께 등 제품 외형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최근 들어 얇고 가벼운 노트북이 다수 출시되고 있는데, 이는 탑재되는 프로세서 및 여러 부품의 전력소모 효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소한 함께 사용하는 배터리의 용량을 줄여 좀더 가볍게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중요한 것 ‘사용 시간’이다. 노트북이 아닌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보자. 스마트폰을 집에서 충전해 밖에 나와서 사용하는데,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배터리 용량이 바닥난다면 어떨까?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노트북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노트북은 들고 다니면서 사용하는 휴대용 제품이다. 1시간 정도 지났는데 50% 정도의 배터리 용량이 사라져버렸다? 참 난감할 것이다.
2세대 APU는 이전보다 전력소모량을 줄였다. 한번 충전으로 12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때문에 그만큼 얇고, 가벼우며,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을 제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전력소모량은 줄이되 성능은 오히려 높였다. 이전 1세대 APU와 비교했을 때 와트당 2배의 성능을 발취한다.
IT동아: 최근 AMD를 보며 재미있게 느낀 바가 있어 질문하겠다. 신제품이 출시되었다면, 당연히 이전 제품보다 기본적인 성능이 좋아졌을 것이다. 그리고 업체는 좋아진 성능이나 기능 등에 대해서 알리기 마련이다. 특히, 프로세서 제조사는 성능이 좋아졌다는 것을 많이 알리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 AMD는 성능보다는 기능에 대해서 알리는 듯하다. 유독 ‘사용자 경험이 향상되었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는데.
맞다. 이번에 2세대 APU를 출시하며 성능도 성능이지만 사용자들이 노트북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어떤 기능을 주로 이용하는가 등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다. 이는 곧 AMD가 APU를 바라보는 철학에 변화를 일으켰다. 이제는 프로세서가 ‘동작 속도는 몇 GHz로 작동하는지’, ‘64비트는 지원하는지’ 등에 대한 기술적 이슈보다 중요한 것이 생겼다. 그래픽 성능도 ‘다이렉트X 11 이상을 지원하는지’, ‘그 안에 들어가는 유닛 수는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것보다 중요한 것이 생겼다.
기술의 발전이라는 것은 기술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사실 프로세서의 성능은 이제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것만큼 많이 발전했다. 예전처럼 노트북 프로세서의 코어가 몇 개인지, 최대 동작 속도는 몇 GHz인지에 대한 것보다 게임이나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잘 실행이 되는지에 신경을 쓴다. 이는 곧 사용자 경험을 중요시하는 것과 같다.
2세대 APU는 이러한 점에 주목했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GPU의 성능이 올라가고, 압축 작업을 할 때는 CPU의 성능이 올라간다.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감상할 때에는 더 빠르게 인코딩하며, 흔들리는 동영상을 바르게 잡아주기도 한다. 이처럼 많은 시간을 투입해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 안에서 APU가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IT동아: 그래도 아직 일부 사용자들은 벤치마크 프로그램의 수치와 같은 성능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이 수치들도 제품을 알리는데 중요하지 않은가? 이를 위한 대책이 아예 없지는 않을텐데.
벤치마크의 수치는 실제 사용자가 아니라 일부 프로그램의 점수표, 성적표와 같은 것이다. 고등학교 때 배운 수학, 실생활에서 필요한지 묻고 싶다. 실제로 살아가는데 미적분, 통계 등은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AMD APU가 벤치마크 프로그램의 수치는 적게 나올지 모르지만 게임을 실행했을 때 화면에 표시되는 프레임 수치는 더 높다. 즉, 실제 게임을 할 때 더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태블릿PC,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그 안에 어떤 프로세서가 탑재되었는지 그래픽 성능은 얼마나 되는지 많이 신경을 쓰지 않는다(물론, 아예 없지는 않다). 그보다는 얼마나 많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실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이처럼 2세대 APU가 많은 프로그램을 지원해 실제 사용자에게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IT동아: 얘기를 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 AMD가 출시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볼 수 있을까?
AMD는 좋은 제품이 완성될 수 있도록 최고의 기술을 제공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마트폰에는 아직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는 바뀔 수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태블릿PC의 경우 윈도 운영체제를 탑재한 몇몇 제품을 MSI, 에이서 등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아직 전문적으로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아마도 AMD가 독자적으로 모바일 시장에 뛰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IT동아: 민감한 질문이 될 수 있겠지만, 이 질문은 꼭 하고 싶었다. 본 기자도 지금까지 ‘사용자를 위한 경험에 집중하겠다’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이를 위해서 AMD가 많은 프로그램에 기술을 지원하고 2세대 APU가 여기에 최적화되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용자를 위한 혜택은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 사용자는 압축 프로그램으로 윈집(Win Zip)보다 알집을 더 많이 사용하고,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으로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보다 곰플레이어나 다음팟 플레이어 등을 많이 사용한다. 즉, 사용자가 사용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지원하면, 결국 없는 기능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맞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한국 사용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옳다. 이는 다른 지역, 다른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예 없는 것이 아니다. 최근 디아블로3가 한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 디아블로3에도 2세대 APU를 위한 가속화 기능이 들어가 있다. 경쟁사보다 약 50% 정도가 더 빠르다. 문명5나 배틀필드3 등도 마찬가지다. 게임뿐만 아니라 포토샵, 플래시, 인터넷 익스플로러9, 크롬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점차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리고 사실 이 부분은 혼자만 노력한다고 되는 부분이 아니다. 프로그램, 게임 등을 개발하는 개발자와의 협력도 필수다. AMD는 이를 위해 개발자를 위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퓨전 펀드도 좋은 예다. 혹시 아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2세대 APU의 프로그램 개발 지원에 AMD 본사에 한국인도 근무하고 있다. AMD 코리아에서도 한국의 개발자들과 협력할 수 있는 창구를 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앞으로도 이를 위한 지원을 늘려나가겠다고 약속한다.
IT동아: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웃음). 마지막으로 AMD가 생각하는 APU에 대해서 듣고 싶다.
미래에는 APU의 시대가 될 것이다. 지금도 스마트폰, 데스크탑, 태블릿PC, 노트북, 서버 등 모든 장치가 APU처럼 하나의 칩에 통합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전력소모량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과정의 첫걸음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2세대 APU 트리니티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AMD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사사 마린코빅과 테리 마케돈은 IT동아와 인터뷰를 하기 전에 국내에서 치뤄진 LOL 이벤트 경기에 참석하기도 했다. 물론, 이 행사도 2세대 APU를 알리기 위한 일종의 행사였다. 국내외에서 인기가 있는 LOL 게임이 문제 없이 실행되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것.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를 처음 봤다는 둘은 그들의 열정에 감동하며 이렇게 말했다. “e스포츠가 한국 시장에서 중요하다라는 점을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참여해보니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특히, 게이머들의 열정적이고 진지한 모습에 많이 놀랐다. 이 게이머들에게 우리의 제품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었다”라고.
국내 게이머들의 열정에 감동했다는 그들의 말에서 가식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게임뿐만 아니라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많은 사용자가 2세대 APU에 대해 바라는 점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느낀 바가 많았다고 한다. 앞으로의 AMD가 기대되는 이유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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