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진의 유로 2012 관전평] 서프라이즈! 스페인 제로톱 전술

입력 2012-06-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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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최전방 스트라이커 포기…변칙 전술 승부수
전원공격 전원수비 FC 바르셀로나표 토털사커 차용
이탈리아 명품 빗장수비…창 vs 방패 모든 것 보여줘


2012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12) 조별리그의 하이라이트였다. ‘무적함대’ 스페인과 ‘막강수비’ 이탈리아가 마주친 대회 C조 승부(11일 폴란드 그단스크 경기장)는 90분 내내 흥미진진했다.

축구의 모든 걸 보여줬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창과 방패의 정점이었다. 후반 16분 디 나탈레(이탈리아)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 19분 나온 세스크 파브레가스(스페인)의 동점골. 다소 유리한 경기력을 과시한 스페인이 아쉬울 법 하지만 이탈리아도 훌륭했다.

사상 첫 유로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스페인에 맞서 이탈리아는 3-5-2 포메이션을 축으로 스리백 수비라인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되받아치는 전략을 택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스페인은 이 경기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포기했다. 일명 제로(0)톱 전술로 11명 모두 공격수이고 모두 수비수라는 FC바르셀로나의 그것을 따라간 듯 했다.

스페인은 특유의 패스 플레이, 압도적인 볼 점유율로 상대의 기를 꺾으려 했다. 허리진에만 무려 6명이 배치돼 한꺼번에 이탈리아의 진영을 파고드는 변칙 플레이를 꺼내들었다.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다비드 비야의 공백을 채워내기 위한 델 보스케 감독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도 비쳐졌다. 파브레가스가 미드필드의 꼭지점에 배치된 듯 했지만 그 역시 실질적인 포지션은 미드필더였으니 스트라이커는 아예 없었다고 보는 편이 옳았다.

그러나 스페인의 변칙적인 공격 전술은 오히려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빗장수비)만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일부 지역은 과감히 포기하더라도 문전 공간만큼은 거의 내줄 수 없다는 이탈리아의 의지가 엿보였다. 기본 3명이 투입된 수비진은 수시로 4명이 됐다가 5명으로 변화했고, 전 지역에 걸쳐 강한 프레싱이 가해졌다. 스페인이 자랑해온 페르난도 토레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공세도 크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뭔가 동료들과 부조화를 이루는 인상이 다분했다. 그라운드 상태가 썩 좋지 못했던 것도 스페인 특유의 패스워크가 덜했던 결과를 가져왔다. 움직이면서 볼을 주고받는 스페인 특유의 ‘무빙 (볼) 컨트롤’은 전반까지 거의 없었다. 일단 볼을 받은 뒤 다음 동작으로 이어졌기에 템포가 끊겼다.

이탈리아의 반격은 효율적이었다. 수비에서 튀어 나오는 역습은 흥미진진했다. 속도감도 충분했고, 무게감도 상당했다. 피를로와 카사노로 이어진 정확한 패스는 찬스 메이킹이라는 측면에서 훌륭했다.

오히려 스페인은 전체적으로 공격에 포커스를 맞추다보니 중앙 수비가 위태로울 때가 많았다. 볼 점유율은 스페인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효율성에서 이탈리아가 앞섰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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