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소방왕 오승환, 포수 불안까지 꺼준다”

입력 2012-06-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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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포수 진갑용(왼쪽)은 오승환의 거침없는 세이브 행진의 조력자다. 진갑용은 오승환이 간혹 세이브에 실패했을 때도 “정신 좀 차리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절친한 선배다. 사진은 진갑용과 오승환이 함께 승리를 자축하는 모습.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포수 진갑용이 말하는 오승환

알고도 못치는 돌직구에 승부욕도 대단
최고의 마무리와 호흡…난 복받은 포수


“포수로서 난 복 받았다.” 삼성 포수 진갑용(38)은 특급소방수 오승환(30)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사실에 대해 주저 없이 이같이 말했다. 오승환은 26일까지 개인통산 226세이브를 기록했다. 역대 개인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인 김용수(은퇴·현 중앙대 감독)의 227세이브에 1개차로 다가섰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해 한국프로야구 마무리투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이런 오승환을 바라보면서 진갑용은 “마무리투수로 타고났다”고 평가했다.


○포수의 9회 스트레스를 덜게 해준 마무리

한국을 대표하는 포수 중 한명인 베테랑 진갑용이 “포수로서 복 받았다”고 표현한 것은 ‘포수의 9회 스트레스’를 오승환이 크게 덜어줬기 때문이다. 9회를 잘 마무리하지 못해 역전패하면 그 팀의 모든 구성원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그 중에서 투수를 이끌어가야 하는 포수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무리 열심히 상대를 분석해 절묘한 볼배합을 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불안한 마무리를 보유하고 있는 팀은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머리는 머리대로 쓰고 블론세이브를 하게 되면 투수뿐 아니라 포수는 밤잠을 이룰 수 없다. 이런 면에서 진갑용은 오승환이라는 초특급 마무리와 호흡을 맞추면서 다른 팀 포수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직구 하나로 이렇게 롱런할 줄이야

오승환이 데뷔한 2005년부터 공을 받아온 진갑용은 “사실 승환이가 처음 마무리를 맡았을 때만 해도 성공할 줄은 몰랐다. 그때만 해도 직구 하나로는 오랫동안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제는 최고 강점으로 주저 없이 “직구”를 꼽을 만큼 신뢰하고 있다. 진갑용은 “나는 오승환이 마운드에 있으면 맞더라도 직구 사인을 낸다. 변화구는 직구를 구사하기 위해 보여주는 공일뿐이다. 직구 사인을 내서 맞으면 후회가 없다.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할 만큼 오승환의 직구는 최고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상대 타자들이 “알고도 못 치는” 최고의 무기라는 설명이다.


○스스로를 단련하는 승부욕의 소유자

진갑용은 오승환에 대해 “성격도 마무리투수로 타고났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속에 들어가 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승환이는 자신을 강하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다른 투수들은 맞으면 피해 다니고 걱정부터 하는데 오승환은 ‘쳐봐라’는 식으로 던지면서 자신을 단련하더라”며 승부욕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남들이 볼 때는 오승환이 마무리를 쉽게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다. 마무리는 정말 힘든 자리다”며 외롭고 고통스러운 소방수 보직을 맡아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온 후배를 대견스러워했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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