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의 밤은 축제의 밤

입력 2012-06-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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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자키클럽은 건전한 레저문화로 자리 잡았다. 해피벨리 경마장의 화려한 야경 앞에서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는 홍콩 시민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홍콩 자키클럽서 베팅산업 운영 묘수 찾기

정부 비과세 지원…연 1500억원대 이익금 환원
시민들 잃어도 기부한 셈…‘국민 레저’로 발돋움


홍콩 자키클럽은 전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경마, 스포츠베팅, 베팅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시행하고 있는 홍콩의 비영리 법인단체다. 스포츠토토를 관리 감독하고 경정·경륜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의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유사한 점이 많다. 최근 불법 베팅과 승부 조작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홍콩 자키클럽의 운영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건전한 레저로 인식

경마 경기가 열리는 주말 자키클럽의 풍경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축제가 열리고 있는 유럽의 광장을 보는 듯했다. 경마로 돈을 따기 위해 혈안이 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자키클럽을 찾아 여유롭게 맥주를 마시며 레저로서의 베팅을 즐기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스포츠토토나 경정·경륜을 여전히 도박으로 보는 시선이 팽배한 반면 홍콩 시민들에게 자키클럽은 주말 레저를 즐기는 장소일 뿐이었다. 베팅을 해서 따면 좋고 잃으면 기부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뿌리 깊다.


○자키클럽의 사회공헌

자키클럽이 이처럼 홍콩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레저스포츠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사회 공헌의 방법에 있다. 자키클럽은 비영리법인으로 이익금 전액을 정부 및 비영리 자선단체와 연계해 의료, 공공서비스, 교육, 체육·여가·문화 4개 분야에 집중해 사용한다. 연평균 기부금 규모는 약 1500억원(2011년 기준)이다.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홍콩주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사회공헌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사회 환원 필요

스포츠토토나 경륜·경정 사업도 자키클럽의 사회공헌활동을 닮아갈 필요가 있다. 경륜과 경정의 매출액 중 고객 환급금(72∼81%)을 제외하고 16%는 세금으로, 3∼12%의 발매 수익금은 전액 기금으로 적립된다. 이렇게 적립된 기금은 공익사업에 쓰이지만 정작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긴 어렵다. 홍콩 시민들이 자키클럽을 통한 베팅 문화를 레저로 생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자키클럽의 이름으로 직접 병원이나 대학, 테마파크, 체육시설을 지어 시민들에게 환원해 왔기 때문이다. 내가 베팅한 돈이 ‘도박’에 쓰인 것이 아니라 레저를 즐기며 기부를 했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금 줄이고, 환급률 높여야

국내에서도 스포츠토토나 경정·경륜 등의 스포츠 베팅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높은 세금(16%)을 줄이고 공단이 직접 사회공헌활동을 할 수 있는 사업 자금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자키클럽의 경우는 아예 세금이 없다. 이 때문에 경마 환급률은 82%에 달한다. 기본적으로 환급률을 높여야 ‘도박’이 아닌 ‘레저’라는 인식의 전환이 가능하다. 아울러 불법 사이트에 대한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도 뒤따라야 한다. 홍콩 정부는 자키클럽을 활성화하는 대신 불법 베팅 사이트에 대한 엄중한 단속으로 음지에 숨어 있던 베팅 자금을 양지로 끌어내 사회공헌의 질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홍콩|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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