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 ‘문제아’, ‘악마의 재능’… 마리오 발로텔리(맨체스터 시티)의 수식어들이다. 발로텔리는 이번 대회 팀 훈련 중 혼자 따로 노는가 하면 동료들의 훈련을 방해하기도 하는 등 여전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29일 새벽(한국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의 2012년 유로 2012 준결승전에서 발로텔리는 2골을 폭발시키며 이탈리아의 영웅이 됐다. 정신적으로 다소 불안한 모습에 가려져 있던 특급 재능이 제대로 발휘된 셈. ‘원조 마리오’ 마리오 고메즈(바이에른 뮌헨)로부터 ‘슈퍼 마리오’란 별명을 빼앗고도 남을 경기였다.
이탈리아의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은 이번 유로 2012에서 발로텔리와 안토니오 카사노(AC밀란)을 투톱으로 기용해 ‘‘악마의 재능’을 붙여놓는 게 아니냐‘라는 우려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이탈리아가 결승에 진출하면서 프란델리의 도박은 대성공이 됐다.
오래 전부터 일류 유망주로 인정받아온 발로텔리는 2010년에는 세계 최고의 유망주에게 주어지는 골든보이상을 수상했지만, 다종다양한 사건사고를 일으키며 ‘문제아’로 낙인찍혔다.
발로텔리는 이번 대회에서도 감독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조별리그에서는 안토니오 디나탈레(우디네세)보다 못하다는 혹평을 들었다. 하지만 아일랜드와의 3차전에서 마수걸이 골을 성공시키더니, 독일과의 경기에서 환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그간의 논란을 일축했다. 스스로도 유니폼을 벗어제치며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프란델리 감독의 흔들리지 않았던 신뢰가 보답받은 것. 발로텔리는 후반 25분경 다리 근육 경련으로 디나탈레와 교체되기 전까지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프란델리 감독은 "발로텔리가 탁월한 활약을 했다. 내가 지시한 대로 경기에 완전히 몰입하고 집중했다"며 "한 팀으로서 어떻게 경기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탈리아는 발로텔리의 2골로 독일을 2-1로 꺾고 결승에 올라 스페인과 맞붙게 됐다. 이탈리아에게는 1968년과 2000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유로 결승 진출. 이탈리아는 오는 7월 2일 우크라이나 키에프에서 스페인과 우승트로피 ‘앙리 들로네’의 주인을 놓고 한판승부를 벌인다.
발로텔리는 이날 대회 3득점을 기록해 득점 공동 선두가 됐다. 다른 득점 공동선수들인 고메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마리오 만주키치(볼프스부르크)가 모두 탈락한 상황인 만큼 발로텔리가 가장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 이대로 우승할 경우 이번 대회 MVP로도 꼽힐만 하다. ‘악동’ 발로텔리로서는 팀 우승의 주역이자 득점왕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다.
이날 경기전까지 4연승을 질주하며 승승장구했던 독일은 ‘이탈리아 징크스’를 깨지 못하고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다. 독일은 이날 경기 포함, 메이저대회에서 이탈리아와 8번 싸워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4무 4패에 그쳤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