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6개월만에 패배·5회 연속 올림픽행 무산 ‘충격’
“농구협, 임달식 감독 교체·선수단 부실 관리 결과”
단순한 ‘패배’가 아니다. ‘참사’다. 늘 국제무대에서 선전해온 한국여자농구가 사상 최악의 경기를 펼치며 5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1일(한국시간) 터키 앙카라 아레나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 일본과의 패자 준결승(5∼8위전)에서 51-79로 완패했다. 1쿼터 7분 만에 점수가 2-23으로 벌어졌고, 전반에 이미 20-47로 뒤졌다. 3쿼터에도 점수차를 좁히기는커녕 더 벌어졌다. 상대가 미국도, 중국도 아닌 일본이라 더 놀라운 졸전. 한국이 일본에게 진 것은 2006년 12월 도하아시안게임 3∼4위전의 석패(70-74) 이후 5년 6개월 만이다. 한국은 결국 1996년 애틀랜타대회부터 이어온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어쩌면 예견된 참사다. 대한농구협회는 대회를 코앞에 두고 갑자기 감독을 교체했다. 2009년부터 대표팀을 이끌어온 임달식(신한은행) 감독 대신 이호근(삼성생명)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임 감독이 그동안 참가한 대회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임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지난해 8월 일본 나가사키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자랑했다. 중국을 꺾고 전승으로 결승에 올랐고, 결승에서도 경기 막바지까지 중국을 압박하다 3점차로 아깝게 졌다. 성공적 세대교체도 인정받았다. 그런데 석연찮은 이유로 사령탑이 바뀌었으니 대표팀이 우왕좌왕하는 건 당연하다. 감독 선임 과정에 특정인사의 개인감정이 개입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분위기는 더 흉흉했다.
선수단 관리 역시 원활하지 못했다. 무릎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하은주(신한은행)를 무리하게 선발했다. 결국 하은주는 단 1초도 뛰지 못했다. 최윤아와 강영숙(이상 신한은행)도 역시 부상을 호소했고, 신정자(KDB생명)는 감기몸살을 앓았다. 임 감독의 신한은행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이 감독의 삼성생명 선수가 한명도 선발되지 않으면서 잡음도 끊임없이 일었다.
신세계의 해체로 진퇴양난에 빠진 여자농구. ‘건재’를 보여줘야 할 시기에 ‘침몰’하고 말았다. 대한농구협회가 난국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길이 없어 보인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