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에게 넘어간 트래픽 관리, 망중립성은 어디로

입력 2012-07-17 18: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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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3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개최한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 토론회에서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가 실질적인 트래픽을 관리할 수 있는 관리 기준을 발표했다. 이통사가 마음대로 트래픽을 관리할 수 없도록 몇 가지 규제를 마련했다지만,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망 관리 권한이 이통사에게 넘어감에 따라 결국 방통위가 이통사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표면적으로는 카카오톡의 보이스톡과 같은 m-VoIP를 이통사가 제한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슈가 되고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단지 m-VoIP의 규제에서 벗어나 작년 말부터 제기되어 온 망중립성 원칙에 대해 ‘시장에 맡기겠다’라며 물러서있던 방통위의 의견이 이번 기준안 발표로 바뀌었기 때문. 이제 실질적인 망중립성 원칙은 깨지고 이통사의 입김이 거세길 수 있는 모양새다.

망중립성 원칙은 그동안 이통사와 서비스 업체 간 끊이지 않는 의견 대립으로 그 방향을 잡고 있지 못했다. 사실 이 망중립성 원칙이라는 것이 어느 한쪽의 의견을 따르기엔 명분과 실리가 서로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켜 있어 쉽사리 결정 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지난 ‘터질 것이 터졌을 뿐, m-VoIP 논란 어디로 흘러가나(http://it.donga.com/newsbookmark/9507/)’ 기사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망중립성 관련 원칙은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되었어야 옳다. 이번 방통위의 발표가 논란을 낳고 있는 이유다.

방통위가 밝힌 통신망의 합리적인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

이번 방통위의 기준안 발표 핵심은 아래와 같다.

인터넷접속서비스제공사업자는 망 과부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한도 내에서 제한적으로 트래픽 관리를 시행할 수 있으나, 해당 트래픽 관리의 목적에 부합하고, 트래픽 관리가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하며, 유사한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기기 등을 불합리하게 차별해서는 아니 된다.

인터넷접속서비스제공사업자는 트래픽 관리에 있어 유무선 등 망의 유형이나 구조, 서비스 제공방식, 주파수 자원의 제약 등 기술적 특성을 고려할 수 있다.

해당 내용을 요약하면 앞으로 이통사가 방통위가 정한 합리적인 경우에 대해 제한적인 트래픽 관리를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합리적인 경우에 대한 부연 설명도 이어졌다. DDos, 해킹 등 망의 보안성 및 안정성 확보를 위한 경우, 망 혼잡으로부터 다수이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평한 인터넷 이용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제한적으로 트래픽 관리를 시행하는 경우, 관련법령의 규정에 근거하거나 법령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법령이나 약관에 근거한 이용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적법한 계약 등 이용자의 동의를 얻어 트래픽을 제한하는 경우 등이다.

실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우를 자세히 살펴보자. 사용자가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이나 스포츠 실시간 중계 동영상 등 트래픽을 발생하는 콘텐츠를 오래 이용했을 경우 이통사가 임의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 P2P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많은 이용자가 몰릴 경우 제한할 수 있으며, 기준 이상 트래픽을 발생하는 콘텐츠 등도 우선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

그리고 이통사가 트래픽을 제한, 관리한 것에 대해 정보 공개를 제기했다. 일시적으로 망 부하 현상이 발생했을 경우 모니터링을 통해 이를 인지하면, 제한 대상이 되는 이용자에게 고지해야 한다. 이후 제한이 이뤄지며, 망 부하 현상 해제 시 제한은 다시 풀리는 방식이다. 필요할 경우 제한된 이후에 사후 고지를 할 수도 있다.

망중립성 원칙은 어디로?

이용자 고지, 약관 정정, 트래픽 제한 시 정보 공개 등 방통위가 마련한 규제책이 있긴 하지만, 이번 기준안은 이통사에게 많은 혜택을 준 것처럼 보이고 있다. 서비스업체와 시민단체 등은 이미 반발에 나선 상태. 기준안 발표가 있기 전날인 7월 12일, 경실련, 언론개력시민연대, 인터넷주인찾기, 진보넷, 오픈웹, 참여연대, 청년경제민주화연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이 함께하고 있는 ‘망 중립성 이용자 포럼’은 방통위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3일 토론회에 참석한 녹색시민연대 전응휘 이사, NHN 한종호 이사, 서울YMCA 신종원 실장, 삼성전자 박준호 전무 등도 이번 기준안 발표에 대해 전체적인 합의가 있었거나 논의된 바가 없었다는 의견이다. 작년 말 방통위가 구성한 망중립성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들의 의견은 이번 기준안이 방통위의 일방적 결정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절차 논의에 대한 질책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네이버, 다음 등 대혈 포털도 ‘이통사의 이익을 위한 조항이 너무 많으며, 언제 차단될 지 모르는 부담감이 큰 조항’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시민단체 및 서비스업체, 사용자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실질적인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통사도 이번 기준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트래픽 관리 즉, 제한할 수 있는 기준이 엄격해 실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 반문하며, 실질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망중립성 원칙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던 방통위의 이번 합의되지 않은 일방적 기준안 발표로 결국 양측의 입장만 곤란해졌다는 평가다.

앞으로의 결정은?

방통위는 이번 결정에 대해 기준안을 바탕으로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에 방통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공식적인 트래픽 관련 기준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즉, 기준안이 이대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고 합의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 때까지 잡음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가지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이통사의 데이터 중심 서비스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 출시 이후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 재편이 이뤄진 것처럼 LTE 이후에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앞으로는 음성통화, 문자 등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통사의 데이터 중심 요금 기준에 관심을 갈 수밖에 없다. 어제오늘 일이 아닌 망중립성 문제에 대해 지나온 과거, 그리고 현재의 상황보다 미래에 더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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