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환. 스포츠동아DB
처음에는 “은메달도 값지다”고 했습니다. “(실격판정 번복 때문에) 마냥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있었지만, 그것이 영향을 줬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도 덧붙입니다. “마지막에 스피드가 부족했던 것 같다”는 자평도 이어집니다. 질문이 이어지자, 그의 머릿속도 생각이 꼬리를 무는 듯했어요. 그리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수영인생에서 2009로마세계선수권처럼 내려갈 때도 있었고, 그 이후처럼 다시 올라오는 상황도 있었는데, 오늘은 그 모든 일들이 하루에 다 이뤄져서 힘들었어요.” 이어 자신의 가슴팍을 칩니다. “아유 미치겠네.” 또 다른 질문이 나오자, 눈시울을 붉히던 박태환(23·SK텔레콤)이 마침내 울음을 터트립니다. “(인터뷰) 내일 하면 안돼요? 죄송해요.” 취재진도 더 이상 그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무수한 금메달의 감격 속에서도 울지 않았던 그입니다. 워낙 눈물이 없어, 측근들에게 “나는 감정이 메말랐나봐”라고 토로할 정도였다고 하네요. 과연 이날은 얼마나 아쉬웠던 것일까요.
언젠가 박태환의 아버지 박인호 씨가 전한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2004아테네올림픽 가기 전에 태환이에게 햄버거를 사줬어. ‘태환아, 부담 갖지 말고 해. 얼마나 좋니? 네가 좋아하는 그랜트 해켓, 이언 소프(이상 호주)랑 겨뤄볼 수도 있고….’ 근데 태환이가 선수 이름을 얘기할 때마다 움찔움찔 하더라고. ‘아빠는 참…. 내가 어떻게 그런 선수들이랑….’ 그래서 나도 속으로 그랬지. ‘그래, 몸 건강히만 다녀오라’고.” 그 대회에서 부정출발로 실격을 당한 박태환은 라커룸에 눈물만 뿌리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8년의 시간…. ‘마린보이’가 또 한번 웁니다. 하지만 두 눈물 사이의 간극은 엄청납니다. 박태환을 기점으로 미국과 호주가 장악하던 남자 자유형 400m의 패권은 아시아로 넘어왔으니까요. 올림픽 2연패에 실패했지만, 세계수영사에서 박태환이란 존재가 지니는 의미는 퇴색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아시아선수(쑨양)가 금메달을 따서 축하할 일”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마린보이’가 써내려갈 과업은 남아있습니다. 다니엘 코왈스키(호주·1996애틀랜타올림픽) 이후 올림픽 사상 2번째 자유형 200·400·1500m 메달 획득입니다. 본인의 표현대로 “(아쉬움을) 씻어내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마음을 잘 추스르길 기대해봅니다. 400m에만 매어있기에는 아직 할 일이 많으니까요.
런던|전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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