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환. 스포츠동아DB
언젠가 박태환의 아버지 박인호 씨가 전한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2004아테네올림픽 가기 전에 태환이에게 햄버거를 사줬어. ‘태환아, 부담 갖지 말고 해. 얼마나 좋니? 네가 좋아하는 그랜트 해켓, 이언 소프(이상 호주)랑 겨뤄볼 수도 있고….’ 근데 태환이가 선수 이름을 얘기할 때마다 움찔움찔 하더라고. ‘아빠는 참…. 내가 어떻게 그런 선수들이랑….’ 그래서 나도 속으로 그랬지. ‘그래, 몸 건강히만 다녀오라’고.” 그 대회에서 부정출발로 실격을 당한 박태환은 라커룸에 눈물만 뿌리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8년의 시간…. ‘마린보이’가 또 한번 웁니다. 하지만 두 눈물 사이의 간극은 엄청납니다. 박태환을 기점으로 미국과 호주가 장악하던 남자 자유형 400m의 패권은 아시아로 넘어왔으니까요. 올림픽 2연패에 실패했지만, 세계수영사에서 박태환이란 존재가 지니는 의미는 퇴색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아시아선수(쑨양)가 금메달을 따서 축하할 일”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마린보이’가 써내려갈 과업은 남아있습니다. 다니엘 코왈스키(호주·1996애틀랜타올림픽) 이후 올림픽 사상 2번째 자유형 200·400·1500m 메달 획득입니다. 본인의 표현대로 “(아쉬움을) 씻어내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마음을 잘 추스르길 기대해봅니다. 400m에만 매어있기에는 아직 할 일이 많으니까요.
런던|전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