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창민 “‘아이돌’ 아닌 ‘라카지’ 창민으로 봐줬으면”

입력 2012-08-03 1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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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려 한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그의 아버님은 지독한 보수주의이다. 그런데 우리 엄마 아빠는 모두 남자다. 엄마, 딱 하루만 내 엄마가 아니면 안 될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배은망덕하지만 착한 엄마는 아들의 맘을 이해하고 눈물을 감춘 채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심한다. 뮤지컬 '라카지'의 내용이다.

뮤지컬 ‘라카지’는 프랑스 남부 상트로페즈의 전설적인 게이클럽 라카지 오 폴(La Cage Aux Folles : 새장 속 광인)을 운영하는 게이부부 ‘조지’와 ‘앨빈’의 아들 ‘장미쉘’이 여자친구 안나와 결혼을 하기를 결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세상이 만든 새장 속에서 편견을 받으며 살아가는 동성애자들의 사랑, 서러움 등이 잘 표현돼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라카지’에서 게이부부 ‘조지’와 ‘앨빈’의 아들인 ‘장미쉘’ 역을 맡은 2AM 창민을 만났다. 바쁜 스케줄로 피곤해 보이고 목소리도 가라 앉았지만 특유의 유머감각은 여전했다. 처음 출연한 뮤지컬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찾아오는 피곤이 즐겁단다.


▶ “처음엔 내가 주인공인 줄 알았다. 과욕이지 과욕. 하하하”

- ‘라카지’가 막을 올린 지 절반 정도 됐다. 요즘 기분은 어떤가.

“더 잘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처음엔 2~3주만 지나면 잠결에 누가 시켜도 일어나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도 대사와 동선을 한 번 더 머리에 넣어야 한다. 여전히 무대에 오를 때면 긴장된다. 아직 ‘연기’라는 부분에 있어서 완전히 스며들지 못했다는 걸 실감한다. 지금은 일정 수준의 연기는 할 수 있지만 보통과 잘함, 그 차이가 존재한다. 그 차이를 메꾸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 가수로서 노래할 때의 무대와, 뮤지컬에서의 무대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사실 차이점을 잘 못 느끼겠다. 물론 뮤지컬은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맞게 노래를 하고 연기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나만의 색깔을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다른 배우들과 똑같이 한다면, 굳이 ‘라카지’에서 나를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창민의 색깔을 내며 부르는 게 맞다. 물론 연기는 한참 배워야 하는 과목이지만.(웃음)”

- 가수로만 활동하던 창민이 뮤지컬인 ‘라카지’에 캐스팅 됐는데.

“KBS ‘열린음악회’에 조승우 씨, 한지상 씨, 옴므(Homme)가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한 적이 있다. 뮤지컬 연출가인 이지나 씨가 조승우 씨의 무대를 보려고 TV를 시청하다 나를 보게 됐다. ‘창민이 이 친구 괜찮네~’ 라고 생각하고 뮤지컬 ‘광화문 연가’ 때 나를 부르셨다. 출연하고 싶었지만 2AM 활동시기와 맞물려 참여하지 못했고 다시 기회가 찾아와 뮤지컬에 데뷔하게 됐다.”

- 그럼 창민은 ‘라카지’에 어떤 매력을 느꼈나.

“사실 처음엔 내가 ‘앨빈’역을 맡을 줄 알았는데 완전 욕심이었다. 과욕이다. 과욕. (웃음) 아마도 몇 년이 지나고 내 필모그래피가 좀 쌓이면 ‘앨빈’역을 꼭 해보고 싶다. 이번에 ‘라카지’가 한국에서 초연되는 거라 끌렸다. 물론 소재가 재밌지만 누군가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는 데 가장 큰 매력을 느꼈다.”



▶ “뮤지컬, 첫 연습 때부터 패닉 상태”

- 연기를 배우는 게 힘들었을 것 같다.

“사실 2AM도 연기 연습을 한다. 그런데 그건 노래를 부를 때 감정을 잡기 편하게 하기 위해 배우는 거다. 정통 연기와는 조금 다르다. 처음엔 뮤지컬 연습에 들어가기 전 회사에서 연기 수업을 듣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연출자와 감독님께서 원하는 방향이 있을 것이고 그 분들에게 처음부터 배우는 게 낫다고 판단해 그냥 부딪혔다. 첫 날 연습을 다하고 완전 혼란스러웠다. 연기를 해본 적도 없는데 대사까지 외워야 하니까 패닉 상태에 빠지더라. 게다가 2AM은 댄스그룹이 아니니어서 춤에 익숙하지 않다. 춤 동작도 힘들었다. 당연하겠지만 처음에는 서 있는 것조차 제대로 못 서 있는다고 혼도 많이 났다.”

- 명색이 2AM인데 좀 억울하기도 했겠다.

“하하하. 사실 첫 연습이 끝나고 좀 억울했다. 잘 못하니까 속상하기도 하고…그리고 처음에 선배님들이 내가 살갑게 인사를 하면 좀 어색해하셔서 거리감도 느껴졌다. 절대 텃세 같은 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만날 TV에서 보던 애를 실제로 보니 신기하시기도 하셨을 것 같다. 나 역시 놀랍기도 하고 신기했으니까… 근데 막상 인사를 안 받아주니 ‘멘붕’이 왔다. 당황했지만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하자는 생각에 1막 대사를 다 외워버렸다. 그랬더니 연출가님이 ‘외우라고 그걸 또 다 외워왔니?’라며 ‘그래 같이 잘 해보자’고 하셨다. 그 이후에 정성화 선배님과 남경주 선배님 등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고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조지’와 ‘앨빈’의 아들로 살아가는 기분은 어떤가.

“선배님들이 정말 잘해주신다. 정성화 선배님은 연습할 때 내 연기와 노래를 보고 한 마디씩 해준다. 도움이 많이 된다. 또 비타민, 홍삼 등 먹을 것도 잘 챙겨주신다. 남경주 선배님은 실전에 필요한 조언을 잘해주신다. 본 공연을 할 때, 무대 뒤에서 3분 남짓 남은 시간에도 고쳐야 할 것들을 말씀해주신다. 칭찬도 잘해주신다. 고영빈 선배님과 김다현 선배님은 나의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알고 계신다. 정말 좋은 선배님들이다.”

-두 ‘조지’와 ‘앨빈’의 차이가 있다면.

“일단 두 ‘앨빈’은 외모 차이가 많이 난다. (웃음) 정성화 선배님은 진짜 엄마같다. 현실에 있을 법한 엄마. 김다현 선배님은 착한 계모 같은 기분? 남경주 선배님과 고영빈 선배님은 진짜 아버지 같은 기분이 든다.”

- ‘라카지’는 게이부부의 이야기다. 아직 우리나라는 ‘동성애’에 대해 덜 개방적인 것 같다.

“확실히 민감한 주제이긴 하다. 그래서 이야기하는 게 조심스러워지는 게 맞고…개인의 취향인 것 같다. 호불호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물건도 다르고 취향이 있는데…좋게 받아들이고 나쁘게 받아들이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 실제로 ‘장미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도 ‘장미쉘’처럼 똑같이 했을 것 같다. 오늘 하루만 엄마 ‘앨빈’이 자리를 비켜주면 평생 넷이서 행복하게 살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 엄마가 너무하다고 생각했을 거다. 사실 저번주에 엄마가 공연을 보러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니는 어찌 내한테 하는 거랑 똑같노’라고 하셨다. (웃음)”


▶ “아이돌이 못하면 모든 아이돌이 욕먹는 세상…그냥 개인으로 평가해줬으면”


- 뮤지컬 계에서 아이돌 캐스팅이 늘어나고 있다.

“예민한 질문이다. 보통 이런 질문은 피하는데…굳이 아이돌을 분류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20대 댄스그룹을 아이돌이라 하는 건지 정말 재능이 많은 아이들을 아이돌이라 하는 건지. 한국에서는 ‘아이돌’이라는 수식어에 많은 것을 담는 것 같다. 그 친구가 뮤지컬이나 연기 혹은 작곡을 하는 것은 그 친구의 재능이나 도전의식인데 그것을 아이돌이라는 카테고리에 굳이 묶어야 할까. 반대로 말하자면, 그 친구가 뮤지컬에서 못한 건 그 사람의 잘못이지 아이돌 전체의 잘못은 아니라는 거다. 나 역시 내가 못하면 ‘창민이 잘 못하더라’는 말을 듣는 게 낫지 ‘아이돌이 그렇지’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 뮤지컬에선 성공적인 데뷔를 치른 것 같다. 다른 분야에도 도전하고 싶은지.

“내가 뮤지컬을 선택한 이유는 음악적으로 발전하고 싶어서였다. 새로운 음악을 공부하고 싶었고 이젠 연기의 매력을 느끼게 됐다. 아직 뮤지컬도 다 못 배웠기 때문에 좀 더 배우고 싶다. 아직까지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건 시기상조인 것 같다. 때가 된다면 도전하고 싶다.”

- 뮤지컬 ‘라카지’를 찾아주시는 관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기본적으로 제일 무서운 게 선입견이다. 뮤지컬에 대한 후기는 읽지말고 그냥 직접 보러 왔으면 좋겠다. 색안경, 편견 등 다 버리고 그냥 극에 빠져 즐겼으면 좋겠다. 또한 일반 가정과 다른 가정일지 모르지만 진한 가족애도 느꼈으면 한다.”

사진제공ㅣ악어컴퍼니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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