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 ‘여제’ 장미란의 아름다운 퇴장 ‘위대하고 또 위대했다’

입력 2012-08-06 09:49:58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장미란의 2008 베이징올림픽 우승 당시 모습. 동아일보DB

2012 런던올림픽은 ‘한국 역도의 여제’ 장미란(29·고양시청)의 시대가 가고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대회였다.

장미란은 5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 엑셀 제3 사우스 아레나에서 벌어진 역도 여자 75kg 이상 급(무제한급) 경기에서 인상 125kg, 용상 164kg, 합계 289kg으로 4위를 차지했다.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기록한 326kg(인상 140kg, 용상 186kg)에 비하면 37kg 모자란 기록이다.

금메달을 획득한 중국의 저우루루 은메달을 따낸 후 눈물을 지어보인 러시아의 타티아나 카시리나가 장미란의 자리를 대신했다.

경기 후 장미란은 "다치지 않고 잘 끝나서 아쉬움은 있지만 부상 없이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도 준비하면서 쉽지 않았지만 누구나 올림픽을 준비하는 마음은 부담스럽고 힘들 것이다.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래도 베이징 때보다 한참 못 미쳐서 국민들이 실망하셨을까봐 염려가 된다. 내는 가능한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늦은 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자신의 경기를 시청했을 한국의 팬까지 걱정하는 장미란의 아름다운 마음씨를 엿볼 수 있는 대목.

그야말로 아름다운 퇴장이다. 장미란은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여자 역도 75kg 이상 급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혜성같이 등장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역시 은메달을 따내며 전국구 스타로 등극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5년부터 2007년 까지 세계선수권을 3연패하며 세계 최고의 여자 역사로 떠올랐으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또한 2008 베이징 올림픽은 장미란을 위한 무대나 다름없었다. 한국이 획득한 13개의 금메달 가운데 시청자의 눈에 가장 쉽게 따낸 금메달로 비칠 정도로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했다.

고만고만한 외국 선수들이 2, 3위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며 인상과 용상에서 무게 신청을 할 때 장미란은 시쳇말로 쏘 쿨 하게 가장 높은 무게를 신청해 모든 선수 가운데 마지막 순번으로 나서 힘 하나 들이지 않았다는 표정으로 바벨을 들어올리며 금메달을 목을 걸었다.

하지만 세월은 흘렀고 젊은 선수와의 세대교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기량 저하는 라이벌에게는 호기나 다름없었다.

장미란은 은퇴 여부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이와 기량 저하 등을 감안했을 때 이제 더 이상 올림픽 무대에서 그녀의 모습을 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여자 역도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과 중량급에서도 세계적인 선수와 맞붙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장미란의 업적은 오랜 시간 회자되고 또 회자될 것이다.

동아닷컴 조성운 기자 madduxl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