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의 제왕’ 머레이, 조국에서 한 풀다

입력 2012-08-07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페더러에 3-0 완승…윔블던 패 설욕
영국, 104년 만에 남자단식 금메달
“내 생애 최고의 승리” 환희의 눈물


영국의 앤디 머레이(25)가 올림픽 테니스 황제 자리에 올랐다. 머레이는 5일(현지시간) 윔블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에서 숙적 로저 페더러(31·스위스)에 세트스코어 3-0(6-2 6-1 6-4)의 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머레이의 금메달 획득은 자신에게나, 조국 영국에게나 의미 있는 일이었다. 세계랭킹 4위인 그는 정상급의 실력을 갖췄지만 메이저대회 우승 경험이 없는 ‘무관’의 선수였다. 2008년 US오픈, 2010·2011호주오픈에서 결승까지 올랐지만 우승과 인연을 맺지는 못했다. 1개월여 전 열린 윔블던대회에서도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 올림픽 우승으로 머레이는 그림자처럼 따라붙던 ‘무관’ 딱지를 뗄 수 있게 됐다.

더불어 머레이는 페더러와의 승부에서도 설욕에 성공했다. 머레이는 올해 윔블던대회 결승에서 조국 팬들의 열광적 성원을 등에 업고 우승에 도전했지만 1-3(6-4 5-7 3-6 4-6)으로 역전패해 페더러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1936년 프레드 페리 이후 자국선수의 윔블던 우승을 염원했던 영국 팬들의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

‘아픔을 되풀이할 수 없다’는 머레이의 의지는 이날 올림픽 결승에서 잘 드러났다. 그는 페더러의 강서브에 환상적인 스트로크로 맞서면서 일방적 경기를 펼쳤다. 서브 에이스로 마지막 득점을 장식한 머레이는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다. 한 달 전 흘린 아쉬움의 눈물이 환희의 눈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머레이는 “내 인생 최고의 승리다. 이번 승리는 윔블던 패배를 완벽하게 털어버릴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올잉글랜드 클럽에 모인 영국 팬들도 감격스럽기는 마찬가지. 영국은 1908년 런던올림픽에서 조쉬아 리치가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104년 만에 올림픽 남자단식 챔피언을 배출했다. 영국 팬들은 104년 만에 탄생한 올림픽 챔피언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머레이는 남자단식에 이어 벌어진 혼합복식 결승에서도 로라 롭슨과 함께 출전해 은메달을 따내 이번 올림픽에서만 2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