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한국시간) 런던올림픽 사격 남자 50m 소총 3자세에서 깜짝 은메달을 딴 김종현(27·창원시청)은 2등의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2년 전 광저우아시안게임 이 종목에서 단체전 금, 개인전 은을 목에 걸었다. 특히 개인전 은메달은 스스로 힘으로 따낸 거라 의미가 컸다. 들뜬 마음으로 메달리스트들이 참가하는 공식 기자회견에 들어섰지만 상처만 입었다. 기자들은 개인전 1위 한진섭에게만 질문했고, 김종현은 20분을 우두커니 앉아만 있었다. 그는 런던올림픽 직전 사격연맹이 실시한 설문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란에 ‘2등의 설움. 아시안게임 때 2등 했는데, 기자회견에 불러놓고 말 한마디 안 시켰음’이라고 적었다.
김종현은 런던올림픽 은메달로 당당히 세계적인 선수 대열에 합류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은메달은 천양지차다. 그도 “정말 기쁘다”며 연신 싱글거렸다.
그러나 공식 기자회견에서 또 냉대를 받았다. 외신기자들 질문은 동메달을 딴 에몬스(미국)에게 집중됐다. 에몬스는 마지막 발에 트라우마를 가진 독특한 사연의 선수. 이날도 결선 2위를 달리다가 마지막 발에 7.6점을 쏴 김종현에게 은을 내줬다. 에몬스에 이어 금메달리스트 캄프리아니(이탈리아)가 간간히 질문을 받았다.
한참을 멍하게 있던 김종현은 한국 취재진이 두 차례 질문을 해서 잠시나마 입을 열수 있었다. 기자회견 후 만난 그는 “또 앉아만 있다가 나갈 뻔했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은 뒤 “앞으로 독보적인 기록으로 우승해서 주목을 받겠다. 50m 소총 3자세하면 ‘김종현’이 떠오르도록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은메달을 따고도 두 번이나 겪은 서러움이 김종현의 도약에 자극제가 되길 기대해 본다.
런던(영국)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