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3000만원짜리 태풍 선물세트

입력 2012-08-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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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즌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태풍도 온다하고, 더위도 끝나 가는데 여전히 순위싸움은 뜨겁네요. 2위가 어디가 될지, 4강 티켓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 오리무중입니다. 1위 삼성도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고요. 태풍이 큰 탈 없이 지나가길 기대하면서 이번 주 ‘톡톡(Talk Talk) 베이스볼’은 메리트 시스템에 관련된 뒷얘기부터 시작합니다.


당당히(?) 메리트 요구하는 선수들!


○…지난주 이 코너를 통해 A와 B 구단이 경기당 수천만원의 승리수당을 ‘당근책’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현장에선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해당 구단 선수들은 타 팀 선수들의 부러움 섞인 확인 요청에 대부분 완강하게 부정했다고 하더군요. ‘받아도 안 받은 척, 줘도 안 준 척’ 해야 하는 사안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이런 와중에 모 구단 프런트가 스포츠동아에 “둘 중 한 구단이 우리인 줄은 알겠는데, 나머지 다른 한 구단은 어디냐”고 물어오는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습니다. 더 주목할 것은 제3의 구단과 관련한 뒷얘기입니다. 이 구단 선수들은 얼마 전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구단에 ‘돈을 걸자’고 먼저 요구했다고 합니다. ‘다른 구단도 다 하는데, 우리 팀도 메리트 제도를 도입해 성적 좀 내자’는 말이었겠죠. 구단은 고심 끝에 이를 거부했다고 하는데, 묘하게 그 팀은 그 과정에서 연패에 빠져 고전했답니다. 사실 상식적으로 보면 선수들이 먼저 ‘돈을 걸자’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죠. 그 정도로 우리 프로야구계가 메리트 시스템에 물들어 있다는 말이니까요. 이와 관련해 야구단에서 잔뼈가 굵은 모 구단 베테랑 프런트는 이렇게 말 하더군요. “선수들을 저렇게 만든 건 구단이다”라고요.


태풍 볼라벤이 성사시킨 ‘16억3000만원’짜리 등판


○…26일 대전구장에선 무척 진귀한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메이저리그 출신인 KIA 서재응이 선발로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뒤 6회부터 ‘괴물 투수’의 원조 김진우가 마운드를 이어받아 2이닝 무실점으로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또 곧바로 우완 에이스 윤석민이 등판해 1이닝을 역시 무실점으로 끝냈고요. KIA의 토종 원투스리 펀치가 연이어 나서는 모습에 팬들의 환호도 대단했습니다. 물론 한화 팬들에게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었을 테지만요. 하지만 KIA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답니다. 김진우는 19일 등판에서 3.2이닝만 던졌는데, 이후 등판간격이 너무 길어지고 있었던 거죠. 28∼30일 삼성과의 군산 3연전 때 예정된 등판 역시 태풍 ‘볼라벤’ 때문에 불투명한 상황이었고요. 게다가 윤석민도 28일 삼성전 선발로 내정돼 있지만 비로 경기가 날아갈 가능성이 높아 시험투구가 필요했다고 합니다. 결국 시기상 26일 경기가 가장 적당한 기회였죠. 4강을 위해 마지막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KIA가 선발진의 컨디션 조절을 위해 고심하다 택한 방법이랍니다. 어쨌든 볼라벤의 영향으로 계약금 합계 16억3000만원짜리 투수들의 릴레이 등판이 성사됐네요.


험난한 전 경기 출장, 롯데 황재균의 고충


○…롯데 황재균은 LG 오지환, 넥센 박병호와 함께 올 시즌 전 경기 출장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올 여름 최악의 폭염을 견뎌야했고, 오락가락하는 비 때문에 컨디션 조절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대주자, 대수비, 대타라도 나가겠다고 벼르고 있는데요. 이유를 물으니 “타율도 낮고, 뭐 하나 잘하는 게 없으니 그거라도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하더군요. 백업 3루수가 딱히 없는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화 오선진이 백업 3루수였냐. 누가 갑자기 나타나 잘할지 아무도 모를 일”이라며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더군요. 심지어 전 경기 출장 선수들의 출장이닝까지 계산하면서 “(박)병호 형이 최다이닝 출장자 같다. 누구 한 명 하루 정도 안 빠지나”라며 순도 100%의 전 경기 출장에 의욕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경기출장과 관련해선 선수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결정권자는 코칭스태프, 그 중에서도 감독이니까요. 다행히 양승호 감독은 “가능하면 (기록을) 챙겨주고 싶다”며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날에도 대수비나 대타로 꼬박꼬박 내보내주고 있습니다. 사령탑의 살뜰한 챙김을 받은 덕분일까요. 황재균은 26일 사직 두산전에서 동점을 만드는데 큰 공을 세우며 스승의 은혜에 보답했습니다.


‘강명구 실루엣’ 김종호가 분발해야 하는 이유


○…삼성의 잠실 원정경기 때면 늘 삼성 응원석인 3루측 내야석에서 경기 전 선수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는 한 남성팬이 있습니다. 경기 전 훈련 때부터 우렁찬 목소리를 자랑하니, 삼성 선수들 역시 이 팬의 존재를 잘 알고 있는데요. LG전이 벌어진 26일에도 이 팬은 “최형우, 얼굴 좀 보자”, “이승엽, 파이팅!” 등을 외쳤습니다. 이 팬은 또 이날 경기 후에는 7년 만에 시즌 10승에 개인통산 100승과 1000탈삼진을 달성한 배영수의 이름을 크게 연호했습니다. 하지만 삼성 선수들의 이름이라면 줄줄 꿰고 있던 이 팬이 한 선수에게 실수를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타격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던 외야수 김종호를 향해 “강명구, 열심히 좀 해라”고 외친 것이죠. 김종호는 19일 강명구를 대신해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골수팬조차도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삼성 구단 관계자들은 김종호에게 “운동 열심히 해야겠다”며 격려했고요. 또 몇몇 선수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김종호의) 뒷모습이 강명구와 비슷하기는 하다. 헷갈릴 만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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