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김남일 “스텝 바이 스텝…우린 두려운 게 없다”

입력 2012-09-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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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김남일(35)과 설기현(33)은 자신들의 경험을 후배들과 공유하며 인천유나이티드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두 선수가 선전을 다짐하며 손을 맞잡고 있다.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

스플릿 그룹B 선두(9위) 인천 두 주역…설기현&김남일 베테랑으로 사는 법

인천 유나이티드의 베테랑 김남일(35)과 설기현(33)은 ‘마이 웨이’를 외쳤다. 설기현은 올 초 인천 이적을 앞두고 한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다짜고짜 인천으로 가는 이유를 캐물었다. “인천은 열악한 도시민구단이다. 이적하면 힘들 것이다.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 고생하게 될 것이다.” 설기현은 어느 때보다 이를 악물었다. 시즌 초반 부상과 컨디션 저하에도 팀을 위해 헌신했다. 그러나 팀은 곤두박질쳤다. 설기현은 “내가 욕심을 부렸나. 좋은 팀에 있다보니 순진했던 것은 아닐까”하고 고민했다. 그러나 인천은 6월 상주와 K리그 17라운드에서 설기현의 종료 직전 결승골로 1-0으로 이긴 이후 조금씩 살아났다. 서울 전북을 잡는 등 기세가 등등했다. 설기현은 “나의 선택이 옳았다”고 말했다. 김남일은 “인내를 갖고 조금씩 해 나갔던 것이 힘이 됐다”고 말했다. 두 선수의 활약 덕분에 인천은 25일 현재 B그룹(9∼16위) 선두(9위)다. 햇볕이 내려쬐는 인천환경공단 승기훈련장에서 두 선수를 만났다.


후배에게 경험 전수·재능 찾아주려 노력
인천 변화의 원동력? 반복훈련과 인내

카리스마 남일형 팀에 미치는 영향 대단
기현이? 말 잘하고 몸도 짐승 무결점 男



○베테랑을 말하다

-어느덧 베테랑이 됐는데.


김남일(이하 김): “좋게 말해서 베테랑이지(웃음).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보고 경험한 것들을 후배들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설기현(이하 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경험이나 도움 줄게 많다는 표현으로 얘기할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좋게 생각한다.”


-선수 어렸을 때 베테랑들은 어떤 모습이었나.


김: “데뷔 당시 팀 내 최고참과 한방을 썼다. 숨도 못 쉬고 시간도 안 갔다. 밤에 잠도 못자고 그랬다. 당시는 선후배 위계질서가 철저했다.”


설: “그때 당시는 대선배들과 방도 쓰고 했다. 방졸로 청소도 하고 그런 부분을 신경 썼던 것 같다. 미국 골드컵 당시 노정윤 형하고 방을 썼는데, 깔끔하다고 말씀하시더라. 사실 깨끗한 모습은 아닌데, 애를 많이 썼다는 것이다.”


-지금 룸메이트는 후배 아닌가.


설: “남일이형과 방을 쓰고 있다. 경고누적으로 남일이형이 안 올 때 어린 선수들과 쓸 때도 있다. 늦게 자는 편인데, TV도 못 보고, 후배 신경 쓰게 된다.”


김: “기현이가 깰까봐 조심한다. 살짝 움직이면 인기척이 들릴 수도 있고. 경기 지장이 생길 수 있어 1.5리터 페트병 놓고 자기도 한다(웃음).”


설: “남일이형이 진짜 예민하다. 살짝 움직여도 인기척이 들려서 못 갈 때도 많다.”


-개인보다는 ‘팀’ 관련 질문공세가 많은데.


설: “서운한 건 없다. 시즌 초반 너무 못해서 연승하는 팀이 부러웠다. 같이 라면 먹으면서 2연승하면 어떤 기분일까 얘기 나누곤 했다. 그런 생각이 팀을 뭉치게 하고 개인을 버리게 만들었다. 다 같이 주목받고 있어 행복하다.”


김: “지금 얘기 다 맞다. 기현이는 연승하면 쏜다고 하는데 얘기가 없다(웃음).


-선수들 인터뷰 도중 김남일-설기현 언급 많은데.

설:
“당연히 우리 얘기 해야되는 것 아닌가(웃음). 농담이다. 선수들이 잘해서 주목 받은 것이고 영광을 나눠주니 오히려 우리가 고맙다. 필요 이상으로 인정받는 것 같다.”


김: “특별한 것은 없다. 우리가 배우고 경험했던 부분을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본인이 느끼는 것이다. 자기도 모르는 재능 찾아주려고 노력한다.”


○인천을 말하다

-인천 변화의 원동력은.

설:
“자신감은 잘 됐을 때 오는 것이다. 매번 지고 있는데 자신감 갖으라는 말부터 잘못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변화 대신 점진적인 발전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한번에 모든 걸 바꿨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김: “반복적인 훈련이 우리의 장점이다. 자신감의 원동력이 됐다.”


-인천은 어떤 팀인가.


설: “두려움이 없는 팀이다. 어느 누구와 붙어도 지지 않을 자신감이 생겼는데, 상위 그룹에 포함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김: “두려운 팀. 맞는 것 같다(웃음).”


-김봉길 감독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유명하다. 의외의 모습도 궁금하다.

김:
“봉길이형이라고 부른다(웃음). 영원한 형님이다. 다만 술자리에서 같은 말을 또 하시는 주사가 있더라. 자리를 피하고 있다(웃음).


설: “말년에 좋은 감독님 만나 편하게 축구하고 있다. 카리스마도 대단하시다.”


○서로를 말하다.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가.

김:
“기현이가 있어 팀에 올 수 있었다. 그만큼 기현이에 대한 의존도 크고. 몸이 좋아진 것도 기현이 때문이다. 5년 더 하지 않을까(웃음).”


설: “온다고 했을 때 굉장히 좋았다. 인천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남일이형이 없었다면 시즌 초반 좌절도 많이 했을 것이다.”


-장점 하나 꼽아 달라.

설:
“팀에 미치는 영향력 대단하다. 위치도 중앙이고 최고참이고. 카리스마가 있다. 우리 팀이 한번에 무너진 적이 없지 않나.”


김: “단점이 없는 것이 장점. 몸 관리 영어, 말도 잘 하고. 몸도 짐승이고.”


-두 선수 다 가족애가 남다르다. 한국 복귀 이유도 큰 걸로 알고 있다. 집에서 몇 점짜리 아빠 남편인가.

김:
“200점이다. 500점 만점에(웃음). 여러 지인들 식사할 때 와이프한테 항상 고맙다고 말한다. 결혼부터 이해심까지 모든 부분에서.”


설: “자신을 평가할 수 있나. 잘 하려고 노력한다. 집이 부산인데, 휴식차 내려가면 딸아이가 언제 올라가느냐고 묻는다. 가슴 아프다. 아침 훈련 때 간혹 새벽 차 타고 올라올 때도 있다.”

인천|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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