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INTERVIEW] 박병호 “MVP 고지가 저기! 내 꿈은 아직 ing…”

입력 2012-09-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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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수많은 야구천재들이 프로에서 쓸쓸히 사라졌다. 2004년 성남고 3학년 박병호의 앞날은 온통 장밋빛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좌절과 고뇌가 뒤엉킨 7년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며 고난을 견딘 박병호는 이제 넥센의 4번타자, 그리고 2012년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거포로 거듭났다. 스포츠동아DB

스윙 교정후 벌써 30홈런·100타점 고공쇼
만년 백업 내가 MVP 유력후보라니 얼떨떨
감잡은 방망이 언젠간 50홈런 목표 이룰 것


넥센 박병호(26)의 생애 첫 홈런왕 등극이 유력해졌다. 박병호는 25일 현재 12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0, 30홈런, 100타점을 기록 중이다. 홈런뿐 아니라 타점에서도 2위와 격차가 꽤 크다. 장타율 역시 0.567로 선두다. 20홈런-20도루에는 도루 3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당연히 유력한 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다. 올 시즌 그는 25홈런-80타점을 목표로 잡았다. 홈런왕에는 2∼3년 뒤 도전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홈런왕 타이틀은 빠르게 그의 곁으로 다가섰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언젠가 40홈런을 때리고, 그 다음에는 50홈런타자가 될 수도 있다.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박병호에게 생애 첫 30홈런은 그저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30홈런! 솔직히 기대이상이죠!

-축하한다. 30홈런-100타점을 모두 해냈다.


“얼떨떨합니다. 이렇게 빨리 30홈런을 칠 것이라곤 생각을 못했어요.”


-30홈런을 친 순간(9월 21일 대전 한화전) 어떤 생각이 들던가?

“대전구장이 작아서 욕심을 좀 냈어요. 홈런 치고 베이스 돌면서 ‘해냈어. 잘했어’, 그렇게 마음속으로 외쳤죠.”


-30홈런은 목표 초과 달성 아닌가?

“맞아요. 올해 제 목표가 25개였죠. 솔직히 30홈런은 어렵다고 봤고, 25개만 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언제 30홈런을 예감했나?

“8월 1일 SK전(문학)에서 홈런 3개를 쳤어요. 8월초 6경기에서 홈런 6개를 쳤는데, 그때 ‘잘하면 30홈런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100타점도 같은 경기에서 나왔다.

“2사 주자 2·3루였어요. 볼넷으로 내보낼 수도 있고, 만약 승부하면 변화구라고 생각했는데 슬라이더가 들어왔어요.”


○잊지 못할 홈런왕 레이스!

-어렸을 때부터 꿈이 홈런왕이었잖아?


“네, 맞아요. 제가 야구하는 이유죠.”


-홈런왕을 꿈꾼 계기가 맥과이어와 소사의 홈런왕 다툼이었다며?

“초등 6학년 때(1998년) 마크 맥과이어(당시 세인트루이스)가 70개를 치고, 새미 소사(당시 시카고 컵스)가 66개를 쳤어요. 정말 가슴이 터지는 줄 알았어요. 어떻게 저렇게 홈런을 칠 수 있을까?”


-그때 정말 대단했지. 미국도 난리가 났었잖아?

“사실 초등학교 6학년이 뭘 알겠어요? 근데 맥과이어와 소사가 홈런 치는 걸 볼 때마다 막 흥분이 되는 거예요. 나도 저렇게 치고 싶다. 홈런왕이 되고 싶다.”


-박병호 가슴에 불을 지핀 홈런 레이스가 또 있었잖아?

“성남고 2학년 때죠. 2003년. 이승엽(삼성) 선배와 심정수(당시 현대) 선배가 같이 50개를 넘게 치는 거예요. 야구장에 잠자리채 나오고 난리 났죠. 이승엽 선배가 56개, 심정수 선배가 53개 쳤잖아요? ‘나도 프로에 가서 저런 홈런 레이스를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박병호와 그런 멋진 홈런 레이스를 펼칠 선수가 누가 있을까?

“저랑이라뇨. 아직 저는 많이 부족해요. 올해 30홈런을 쳤지만 아직 저는 보완할 점이 많아요.”


-그럼 네가 보는 홈런왕 후보들은 누구야?

“KIA 김상현 선배요. 부상만 없으면 가장 홈런을 많이 칠 것 같아요. 한화 김태균 선배도 마음만 먹으면 홈런왕 할 것 같고. 삼성의 (최)형우 형도 무섭죠.”


-박병호 하면 엄청난 파워를 꼽는다. 국내에 너보다 더 파워가 좋은 타자가 있어?

“파워는 김상현 선배죠. 저보다 확실히 세요.”


○좋은 선구안이 홈런 치는 비결이죠!

-기술적으로 어떤 점이 향상됐나?

“스윙이 좋아졌어요. 제가 몸쪽 공에 약한 편이고, 몸쪽 공을 쳐도 파울이 많았는데, 올해는 몸쪽 공을 쳐서 홈런을 만들었어요.”


-박흥식 코치의 주문인가?

“스프링캠프 때 코치님이 묻더라고요. ‘병호야! 몸쪽 공을 대비하지 못하면 힘들다. 한번 해볼래?’ 스프링캠프부터 시즌 내내 몸쪽 공 치는 훈련하고, 스윙 교정하고 했죠. 팔을 완전히 쓰지 않고 레벨스윙 하고.”


-선구안도 많이 좋아졌더라. 볼넷도 많고.

“저는 제가 선구안이 나쁜 타자인 줄 알았어요. 근데 공을 꽤 보더라고요. 옛날에는 공 따라다니기 바빴는데 이젠 상대투수의 볼 배합도 읽게 되고, 스트라이크 하나 먹고 칠 여유도 생겼어요.”


-좋을 때는 좋지만 가끔은 엉뚱한 스윙을 할 때도 있다.

“제가 완성된 선수가 아니잖아요. 솔직히 좋은 스윙, 나쁜 스윙 왔다 갔다 해요. 가끔 맥없이 스윙하고 (덕아웃에) 들어가면 박 코치님이 ‘창피하다. 네가 우리 팀 4번타자 맞나?’ 하시죠.”


-박병호는 어느 정도 완성된 선수인가?

“글쎄요. 한 70% 정도. 태균이 형이나 이대호(오릭스) 선배 같은 안정감은 아직 멀었죠.”


○최종 목표는 50홈런이죠!

-20홈런-20도루에 도루 3개가 남았다.


“집중해서 해보려고요. 좋은 기회니까요.”


-‘뛰는 4번타자’라고 한다. 내년에도 뛸 건가?

“글쎄요. 좀 줄여야죠. 제가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도루는 아니니까요. 부상위험도 있고요.”


-내년에는 40홈런 가능할까?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제가 도전해야 할 목표죠.”


-최종 목표는 50홈런이잖아?

“맞아요. 40홈런을 넘기면, 그 다음은 50홈런이죠. 이승엽, 심정수 선배처럼 50홈런을 꼭 치고 싶어요.”


-너는 50개도 가능할거야. 솔직히 너의 능력을 아무도 모르잖아. 네 파워에 기술적 발전이 곁들여지면 말이야.

“50홈런은 꿈이고 목표죠. 칠 수도 있고 못 칠 수도 있지만, 50홈런을 꿈꾸는 것만으로도 신이 납니다.”


-올 시즌 유력한 MVP 후보다.

“기분이 묘해요. 지난해까지 주전도 아니었던 제가 1년 만에 MVP 후보가 됐으니까요.”


-MVP 욕심나지 않나?

“선수가 MVP 욕심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죠. 제가 MVP가 된다면 아마 꿈일 겁니다.”


-이제 9경기 남았다. 어떤 목표가 있나?

“자칫 느슨해질 수도 있는데 더 집중해야죠. 시즌 끝까지 전경기 출장하고 싶고요. 홈런도 2∼3개는 더 쳐야죠.”


-김시진 감독과는 연락한 적 있나?

“30홈런 치고 난 뒤 통화했어요. ‘너는 이제부터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저를 4번타자로 키워주신 감독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넥센 박병호?

▲생년월일=1986년 7월 10일
▲출신교=영일초∼영남중∼성남고
▲키·몸무게=185cm·97kg(우투우타)
▲프로 경력=2005신인드래프트 LG 1차 지명·입단, 2011년 7월 넥센 이적
▲2012년 연봉=6200만원
▲2012년 성적(25일 현재)=124경기 441타수 128안타(타율 0.290) 30홈런 100타점 73득점 17도루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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