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정형식 기습번트로 본 승부와 불문율 사이

입력 2012-09-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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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의 기습번트가 내야안타가 됐다면 팬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삼성 정형식은 26일 대구 KIA전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 
중이던 윤석민을 상대로 8회말 2사후 기습번트를 시도했다. 0-1로 뒤지고 있던 상황. 불문율을 어긴 것일까, 아니면 승리를 위한
 최선이었을까. 스포츠동아DB

만약 그의 기습번트가 내야안타가 됐다면 팬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삼성 정형식은 26일 대구 KIA전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 중이던 윤석민을 상대로 8회말 2사후 기습번트를 시도했다. 0-1로 뒤지고 있던 상황. 불문율을 어긴 것일까, 아니면 승리를 위한 최선이었을까. 스포츠동아DB

‘노히트노런 땐 번트 NO’ 불문율 속
윤석민 상대 기습번트에 에티켓 논란
정형식 “1-0 상황, 승리 위한 최선”
류감독 “정답 있나? 아웃돼서 다행”


삼성 정형식(21)이 26일 대구 KIA전에서 노히트노런 행진 중이던 투수 윤석민을 상대로 8회말 2사 후 기습번트를 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기습번트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퍼펙트게임이나 노히트노런이 진행 중일 때 기습번트를 대지 않는다’는 야구의 불문율을 어겼다는 지적이다.


○벤 데이비스와 타바레스의 기습번트

2000년 9월 16일 수원구장 해태전에서 현대 선발 김수경은 9회초 1사까지 노히트노런을 이어갔다. 그러나 해태 외국인타자 지저스 타바레스가 투수 옆을 지나 2루수 염경엽 앞으로 굴러가는 기습번트로 첫 안타를 만들었다. 당시 스코어는 11-0. 타바레스는 1994∼1998년 5년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228경기를 뛴 선수였다. 당시 “야구 에티켓도 모르는 걸 보니 메이저리그가 아닌 이태원 출신 가짜 용병”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2001년 5월 29일(한국시간) 퀄컴스타디움. 애리조나 선발 커트 실링은 샌디에이고전에서 8회말 1사까지 퍼펙트게임을 진행했다. 0-2로 뒤진 가운데 샌디에이고 포수 벤 데이비스는 기습번트로 실링의 키를 넘기는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실링은 당시 3-1 완투승을 거둔 뒤 “무슨 사고방식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불문율이 우선인가? 승리가 우선인가?

타바레스는 승부가 이미 기운 상황에서 대기록 하나를 깨기 위한 기습번트를 댔기 때문에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데이비스와 정형식의 기습번트 상황은 논란이 일 수 있는 상황이다. 스코어가 각각 2-0과 1-0이었기 때문이다. 데이비스는 “살얼음판 승부였다. 내가 출루해 다음타자 버바 트래멀이 큰 것 한방을 쳐주면 동점이라 그렇게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형식은 27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승부만을 위한 번트였다. 1-0에서 상대의 대기록부터 생각해 줘야하는 것인지, 우리팀 승리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논란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과거에 우리가 야구를 배울 때는 불문율 같은 게 없었다”며 “어제 그 상황이면 어떤 게 정답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최근 메이저리그의 영향으로 국내에도 그런 문화들이 들어오는 과도기에 있다. 어제 형식이가 번트를 대는 순간에 ‘만약 안타가 되면 논란이 되겠다’ 싶었다. 결과적으로 아웃돼 차라리 잘 됐다”고 말했다.

만약 시즌 최종전을 이겨야 우승이 결정되는 상황이라고 가정하면, 26일의 정형식과 같은 번트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승을 위한 기습번트라고 봐야 할까. 아니면 불문율을 지키기 위해 기습번트는 생각하지도 않았어야 할까. ‘불문율’은 말 그대로 규칙이 아닌 에티켓의 문제다. 그래서 정확한 답이 없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사직|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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