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그리고 한국인 최초의 월드시리즈 우승. 한화 박찬호(왼쪽)와 넥센 김병현은 올 시즌 나란히 한국프로야구에 데뷔했다. 그리고 아들, 아빠, 남편으로서 아주 특별한 추석을 맞는다. 스포츠동아DB
박 “지난 설날은 美 전지훈련 도중에 맞아”
내일 경기 마치고 충남 공주 ‘고향 앞으로!’
김 “딸 민주와 한국서 처음 맞이하는 명절”
30일 목동 삼성전 예정…고향엔 못 내려가
한화 박찬호(39)와 넥센 김병현(33). 2012년 한국프로야구는 그들이 있어 더욱 특별했다. 한국야구의 위상을 세계에 떨친 두 영웅이 나란히 국내무대에 서는 모습만으로도 많은 팬들에게 벅찬 감동을 안겼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1994년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았다. 그리고 동양인 최다승(124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김병현도 1999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정상급 마무리투수로 활약했고, 역시 한국인으로는 처음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2001년)를 꼈다. 그런 그들이 고국의 품에 안긴 뒤 맞이하는 첫 추석. 야구장의 히어로가 내 아들, 내 아빠, 내 남편으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박찬호 “조카들 줄 용돈 넉넉히 준비할 것”
박찬호는 29일 대전에서 넥센과 경기를 치른 뒤 곧장 충남 공주의 본가로 향한다. 추석 당일인 30일 경기가 없으니 금상첨화다. 박찬호는 “미국에 있을 때는 명절 때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는 게 전부였다. 추석의 분위기를 느낄 기회도 없었다”며 “19년 만에 고향집에서 차례도 함께 지낼 예정이라 무척 뜻 깊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설날은 애리조나 전지훈련 도중 맞아야 했지만, 이번에는 경기 일정까지 그를 도왔다. 박찬호는 “그 사이 조카들이 많아졌다. 아이들을 위해 용돈을 많이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금의환향하는 ‘코리안 특급’의 지갑이 무척 두둑할 듯하다.
○김병현 “모처럼 가장 역할 하게 돼 뿌듯”
김병현은 29일 대전 한화전을 마친 뒤 선수단과 함께 곧바로 서울로 올라온다. 30일 목동 삼성전이 예정돼 있어 고향 광주를 찾지는 못하지만, 추석날 아침을 가족과 함께 맞을 수 있게 됐다. 김병현 역시 “미국에 진출한 후 14년 동안 가족과 제대로 추석을 보낸 적이 없었다”며 “한국에 돌아와서 좋은 점이 참 많은데, 이런 기회도 그 안에 포함되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특히 이번 추석은 두 살배기 딸 민주와 함께 한국에서 처음 맞이하는 명절이다. 그는 “아이와 함께 차례도 지내면서 나도 모처럼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내게는 더 의미가 남다른 한 해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누군가에게는 매년 돌아오는 추석이지만, 올해 한가위는 ‘아빠’ 김병현에게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하루인 듯했다.
문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