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이만수 감독(왼쪽)은 17일 PO 2차전 패배 직후 “감독 때문에 졌다”고 말했다. ‘헐크’의 반성은 앞으로 SK에 득이 될까? 이 감독이 16일 PO 1차전 승리 후 정우람을 격려하고 있다.문학|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SK 이만수 감독, 2차전 패배 약 될까
선수기용 아쉬움…야구일기 빽빽이 채워
“2차전 이른 실수 차라리 잘된 것” 지적도
과감한 운용 필요성 체득…남은 경기 기대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심지어 베테랑 사령탑도 전지전능하지 않은데, 2년차라면 말할 것도 없다. 문제는 얼마나 빨리 자신의 오류를 평가하고, 새로운 동력으로 삼느냐다. 17일 롯데와의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패한 뒤 SK 이만수 감독은 “감독 때문에 졌다”고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가장 아쉬운 순간은 박희수의 투입 시점”이라고 자평했다. 4-1, 3점의 리드를 너무 크게 봤고, 7회 엄정욱을 올렸다. 18일 부산으로 향하던 이 감독은 “결국 엄정욱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 것 같아 감독으로서 미안하다. 성준 투수코치에게 잘 다독여주라고 했다. 이제 같은 상황이라면, 박희수에게 7·8회를 맡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훈의 힘…2003·2009한국시리즈 조범현 감독
스포츠동아 조범현 해설위원(전 KIA 감독)은 사령탑 첫 해였던 2003년 SK를 이끌고 값진 준우승을 일궜다. 객관적 전력의 열세 속에서도 KS에서 막강 현대를 3승4패로 물고 늘어지며 ‘아름다운 2위’라는 평을 들었다. 조 위원은 당시를 회상하며 선수기용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컨디션이 좋았던 강혁 대신 시즌 내내 중심타자로 활약한 이호준을 중용한 대목이었다. 이호준은 2003년 KS 7경기에서 타율 0.190으로 부진했다. 6년 전의 교훈을 곱씹었던 조 위원은 KIA 사령탑이던 2009년 KS 7차전에서 장성호 대신 나지완 카드를 내밀었다. 나지완은 끝내기홈런으로 KIA에 우승을 안겼다.
○하얗게 밤을 지새우며 적어 간 ‘헐크’의 비망록
‘헐크’ 이만수 감독의 보물 1호는 매일매일 작성하는 야구일기다. 17일 밤 이 감독은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비망록을 채워갔다. “정말 많은 것들을 썼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반성의 지점은 투수 운용만이 아니었다. “6회말 2사 1·2루서 대타 모창민을 기용하면서, 2루주자 조인성을 대주자로 바꾸는 것도 고려했었는데…”라며 또 한번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책에 그친 것만은 아니다. 이후 과감한 경기 운용의 틀도 잡았다. 한 야구 관계자는 “이 감독이 시리즈 최종전이 아니라, 이른 시기(PO 2차전)에 실수를 한 것이 SK로선 차라리 잘된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철저하게 학습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SK는 롯데에 비해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다. ‘헐크’의 반성은 과연 PO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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