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 첫 태극마크…최재수의 전성시대

입력 2012-11-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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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활약을 바탕으로 느지막이 태극마크를 단 수원 삼성 최재수가 제2의 축구인생을 꽃 피우고 있다. 8월5일 울산전 득점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최재수(가운데 맨앞쪽). 스포츠동아DB

서울→군복무→울산 거쳐 수원에 둥지
슈퍼매치 2승1무…빅버드 들어서면 전율
“대표팀 주전경쟁 내 스타일로 정면돌파”


평소 소원했던 일들이 한꺼번에 성취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것도 조금 늦었다고 여겨진 시점이라면…. 수원 삼성 수비수 최재수(29)가 딱 그런 케이스다. K리그에서 물 오른 활약으로 이름값을 높였고, 축구 선수라면 모두가 꿈꾸는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느지막이 찾아온 행복. 제2의 인생을 꽃피운 최재수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서울 맨에서 수원 맨으로

수원 삼성과 FC서울은 K리그 양대 산맥이다. 뿌리 깊은 라이벌 의식 때문인지 양 구단 간 선수 교류는 거의 드물다. 그런데 최재수는 서울과 수원 유니폼을 모두 입었다. 지금은 수원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프로 무대에 그를 데뷔시킨 팀은 서울이었다.

고등학교(강릉농공고)까지 강원도에서 생활한 최재수는 연세대 재학 중이던 2004년 서울에 입단했다. 최재수가 ‘서울 맨’으로 보낸 건 2007시즌까지. 2008년부터 이듬해까지 광주 상무(현 상주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울산 현대로 이적했다.

서울에서 최재수는 무명이었다. 쟁쟁한 동료들이 많아 출전 시간은 적었다. 4시즌을 뛰며 그가 벤치의 호출을 받은 건 총 36경기. 측면 수비로 뛰며 1골1도움을 했다. 모두 2005년에 기록했다.

한데 그가 골 맛을 본 건 공교롭게도 2005년 6월12일 라이벌 수원과 홈 대결(1-1)이었다. 전반 12분 왼발 슛으로 첫 골을 터뜨렸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는 “축구의 참 맛을 느꼈다”고 했다.

잊혀졌던 그는 군 복무를 통해 스스로를 다잡았고, 울산(2010∼2012년 상반기)에서 꾸준한 출격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지난 시즌 40경기에 출격해 1골 11도움을 올렸다.

올 시즌에도 꾸준히 출전해 1골1도움을 올린 최재수는 후반기를 앞두고 수원행이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혼란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좋은 느낌도 있었다.

“깜짝 이적이라고 하는데 사실 서운하거나 그런 생각은 없었다. 축구를 하면서 온 몸에 닭살이 돋는 느낌을 알고 있나? 수원에서 전율이 전해지는 기분을 여러 번 만끽하고 있다. 빅 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에 들어설 때마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당연히 서울과 슈퍼매치를 빼놓을 수 없을 터. 진정한 수원 맨이라면 반드시 밟아야 할 통과의례다. 최재수는 올해만 3차례 슈퍼매치에서 뛰었고, 팀은 2승1무를 했다.


○이제는 전국구 스타로

최재수는 최근 생각지도 못한 행운을 안았다. 호주 평가전(14일 화성종합경기타운)을 앞둔 최강희호에 이름을 올렸다. 스물아홉에 찾아온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국가대표팀이 실험 중인 왼쪽 측면 수비수를 채우기 위해 선발했다는 최강희 감독의 설명도 흐뭇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난 건 아니다. 외부 평가는 냉정했다. 부상을 입은 박원재(전북 현대)-윤석영(전남 드래곤즈)의 대체자로 뽑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지금부터 진짜 경쟁이 시작됐다. 무혈입성은 생각지 않는다. 냉정한 프로에서 경쟁으로 살아남았으니 대표팀에서도 무명 신화를 꿈꾼다. 특히 왼쪽 풀백에 김영권(광저우 헝다)과 김창수(부산 아이파크)도 나설 수 있어 경쟁은 불가피하다.

“나이는 숫자다. 요즘 축구를 느끼면서 한다. 자신감도 요령도 생겼다. 내세울 건 없어도 순간 스피드나 주변을 편하게 하는 스크린플레이, 치고 빠지는 타이밍 등 이젠 알고 축구를 한다. 후회 없이, 부끄럽지 않게 하겠다.”

구단에서도 최재수의 존재감이 드러나고 있다. 수원은 대학 수능시험(8일)을 앞두고 그의 이름을 따 ‘재수 없다’는 응원 동영상을 제작해 인기몰이를 했다. 이렇게 구단 마케팅의 전면에 나서본 것도 처음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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