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저녁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2아시아시리즈 삼성과 대만 라미고 몽키즈의 경기에서 삼성이 3-0으로 완봉패를 당했다. 경기종료 후 삼성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사직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라미고 선발투수 로리에게 0-3 완패
대만에 또 덜미…2006년 악몽 재연
류 감독 상기된 얼굴로 “죄송합니다”
삼성이 충격패를 당했다. 6년 만에 대만 우승팀에게 일격을 당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삼성은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마구매니저 아시아시리즈2012’에서 대만 챔피언 라미고 몽키즈의 외국인투수 마이크 로리에 단 3안타로 묶여 0-3으로 완패했다. 삼성은 10일 차이나 스타즈(중국 대표팀)와 경기를 남겨두고 있지만, 여기서 승리하더라도 1승1패가 된다. 전날 차이나 스타즈를 대파한 라미고가 2승을 기록해 A조 1위로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긴장감 떨어지지만 국가대항전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아무래도 각 팀이 시리즈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긴장감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가대항전이라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4일부터 선수단을 소집해 아시아시리즈 대비 훈련을 시작하면서 “이제부터는 삼성 라이온즈 야구를 하는 게 아니라 한국 대표로 야구를 한다고 생각하라”고 선수들의 정신력을 다잡았지만 결국 패전의 멍에를 쓰고 말았다. 이날 삼성 타선은 안타도 3개밖에 치지 못했지만 실책을 2개나 하는 등 집중력에서도 허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마이클 로리에게 졌다!
삼성은 라미고 선발투수인 우완 마이클 로리(26)에게 완벽하게 당했다. 최고 구속은 144km로 빠르지 않았지만, 199cm의 장신에서 내리 꽂는 공의 각도가 좋았고, 컨트롤이 절묘했다. 9이닝 동안 129개의 공을 던지면서 단 1개의 볼넷도 허용하지 않았다. 로리는 미국 마이너리그에서도 더블A까지 올라간 것이 최고 경력이다. 200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50라운드에 샌프란시스코에 지명돼 입단했고, 루키리그와 싱글A, 독립리그를 거쳤다. 더블A 경력도 일천하다. 지난해 알투나 커브(피츠버그 산하) 소속으로 생애 처음 더블A에 올라 4경기에서 7.2이닝을 던진 게 전부. 올해는 미국 독립리그 롱아일랜드에서 5승7패(방어율 4.92)를 기록하다 라미고에 스카우트돼 대만으로 진출했다. 라미고에선 정규시즌 8경기에 등판해 6승1패1홀드, 방어율 2.50으로 호투한 뒤 대만시리즈에서도 2경기에 등판해 2승을 거두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삼성 6년 만의 악몽
한국은 종종 대만에 덜미를 잡혀왔다. 아시아시리즈도 예외는 아니다. 2008년 아시아시리즈에선 SK가 세이부를 4-3으로 꺾고도 퉁이에 4-10으로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된 바 있다. 삼성은 2006년에도 아시아시리즈에서 대만 우승팀 라뉴 베어스에 2-3으로 패해 예선 탈락했다. 라뉴는 공교롭게도 라미고의 전신이다. 지난해 사상 처음 아시아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류중일호’는 대회 2연패에 도전했지만 첫판에서 그 꿈이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삼성 류중일 감독=(벌겋게 상기된 얼굴, 빠른 걸음으로 회견장에 들어와 착석) 결승에 못 올라가서 야구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한국시리즈 끝나고 1주일 정도 기간이 있었는데 경기감각이 좀 떨어진 것 같다. 실책도 나왔지만 무엇보다 상대 선발피처(마이클 로리) 공략에 실패한 것이 패인이다. (라미고) 영상물은 있었는데 그 친구(로리) 영상물을 못 본 것이 아쉽다. 제구가 좋았고 변화구, 특히 포크볼로 삼진 잡는 능력이 좋더라. (회견을 마치며 큰 소리로) 죄송합니다!
사직｜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