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앞에 태극마크는 차선?

입력 2012-11-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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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스포츠동아DB

보라스 “WBC출전 불가” 파문

“추신수 FA 총력 ·류현진 데뷔 준비 올인”
김인식 기술위원장 “에이전트의 말일 뿐”
박찬호·이승엽의 희생·헌신과는 온도차


만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병역특례 혜택이 있고, 추신수(30·클리블랜드)가 아직 병역을 마치지 않았어도 태극마크를 거부했을까.

미국 폭스스포츠는 13일(한국시간) 추신수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추신수는 FA(프리에이전트) 자격 취득을 1년 남긴 2013시즌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WBC 출전이 어렵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보라스는 LA 다저스와 계약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류현진에 대해서도 “메이저리그 데뷔를 충실하게 준비하기 위해 WBC 참가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것(병역특례혜택)만을 바라고 국가대표가 된 것은 절대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가슴에 있는 태극마크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직후 추신수가 한 말이다. 불과 2년 전이다. 그 이후에도 추신수는 국내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국가대표, 태극마크가 자신에게 주는 의미를 강조했다. 한 휴먼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선 자신의 집 옷장에 걸린 국가대표 유니폼을 만지며 감동적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러나 추신수의 모든 입장을 대변하는 에이전트는 WBC 참가 불가, 태극마크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국가대표팀을 총괄하는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이날 “우려했던 부분이다. 다만 에이전트의 말이다.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끝나야 (추신수가) 팀을 옮기는 것도 결정이 되지 않겠나. 미리 속단할 수는 없지만, 이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금조 KBO 운영기획부장은 “WBC는 기본적으로 최고의 선수들이 각 나라를 대표해 참가하는 대회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다르빗슈 유의 텍사스처럼 소속팀이 난색을 표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선적으로 선수 본인의 의사가 첫 번째다. 그래서 대회참가 확약서를 선수 한명 한명에게 다 받는다”며 “류현진의 경우 해외에 처음 나가고, 아직 계약이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복잡한 부분이 많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또는 이적하게 될 경우 새 팀에 WBC 파견 요청 공문을 보낼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광저우아시안게임 직전까지 추신수는 현역입영 대상자였다. 대표팀에 발탁되자마자 한걸음에 달려왔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그리고 병역특례혜택을 받았다. 만약 그 때 대표팀이 추신수를 부르지 않았다면, 수십억 원의 연봉에 FA를 앞둔 주목받는 메이저리거가 아니라 월급 10만원의 ‘병장 추신수’가 지금의 모습일 수도 있다.

2006년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입지가 예전과는 달랐지만, 만사를 제쳐두고 제1회 WBC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승엽도 2008년 소속팀 요미우리의 난색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했다. 에이전트 보라스의 발언이 추신수와 이미 조율된 얘기는 아니길 바란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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