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 브라운 “추신수에게 많이 배우고 싶다”

입력 2012-11-16 09: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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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 브라운. 동아닷컴DB

[동아닷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또 한 명의 한국계 선수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미치 브라운(18).

브라운은 2012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79번째로 추신수(30)의 소속팀인 클리브랜드 인디언스에 지명됐다.

미네소타 출신의 브라운은 우완 정통파 투수로 고교시절 이미 두각을 나타내며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고3 시즌 성적은 총 54이닝을 던져 7승 1패 평균자책점 0.91을 기록했다. 탈삼진은 무려 108개로 이닝당 평균 2개.

건장한 체격(186cm 95kg)의 브라운은 96마일(154km)에 달하는 직구 스피드도 좋지만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싱커 등 보유 구종도 다양하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다부진 체격에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는 브라운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늦어도 그가 2016년 이전에는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운은 졸업평점도 4.0 만점에 3.3점을 기록할 정도로 학업 성적도 우수했다.

샌디에이고 대학은 브라운을 영입하기 위해 숙식비 일체를 포함한 4년 장학금을 제시했지만 브라운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하루 속히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르고 싶었던 브라운의 간절함이 더 컸던 것.

프로 입단 계약금으로 80만 달러를 받은 브라운은 학업에도 관심이 있어 차후 대학에 진학할 때 구단으로부터 학비 일체(19만 6000달러)를 지원받는 조건으로 지난 6월 중순 계약서에 사인했다.

계약 후 루키리그에 배정된 브라운은 올 시즌 총 8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다.

브라운은 미국 가정에 입양된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4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그는 비록 한국말은 못하지만 동아닷컴 취재진에게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넬 만큼 아버지의 나라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브라운은 “장차 기회가 되면 꼭 한국을 방문해 아버지의 나라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도 밝혔다.

다음은 미치 브라운과의 일문일답.

-만나서 반갑다. 아버지가 한국인이라고 들었다.

“(웃으며) 그렇다. 아버지는 서울에서 태어나 열 네살 때 미국으로 입양되었다.”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에 가본 적이 있나?

“아직까지 가보진 못했다. 하지만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아름다운 모습은 많이 접했다. 내 고향인 미네소타 로체스터에는 한인 입양아들을 위해 한국문화 관련 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리는데 아버지와 함께 자주 참석하는 편이다. 기회가 되면 꼭 한국을 방문해 아버지의 나라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

-아까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는데 한국말을 할 줄 아는가?

“(손을 저으며) 아니다. 간단한 한국어 단어 몇 개만 구사하는 정도다. 아버지가 어렸을 적 미국에 입양돼 한국어를 쓸 일이 없다 보니 지금은 한국어를 전혀 못하신다. 아버지와 함께 입양된 큰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틈날 때 마다 아버지와 함께 한국문화 관련 행사에 참석해 한국어를 배우려고 한다. (웃으며) 그런데 마음처럼 쉽지 않다. 참 우리 아버지의 한국 이름은 박형진이었는데 입양되면서 제프 브라운이 되셨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아버지의 나이와 직업을 물어봐도 되나?

“물론이다. 아버지 나이는 54세이고 현재 병원에서 컴퓨터 기술자로 일 하신다.”

미치 브라운. 동아닷컴DB

-한국 음식은 먹어봤나?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접할 기회가 있다. 한국문화 관련 행사에서도 먹을 기회가 있었고 또 친한 친구 어머니가 한국인이어서 가끔 만들어 주신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무엇인가?

“갈비, 불고기, 잡채 등을 좋아한다. 김치도 맛있지만 너무 맵다. 하하”

-야구 이야기를 해보자. 언제 처음 야구를 시작했나?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당시 야구를 좋아서 시작한 것은 아니고 부모님께서 내가 활동적으로 성장하길 원하셔서 야구를 시키셨다. 개인적으로는 미식축구와 레슬링을 더 좋아했다. 하지만 자라면서 레슬링이나 미식축구를 하기에는 내 체격 조건이 그에 따를 것 같지 않았고 야구에서 더 두각을 나타내 야구에 전념하게 되었다.”

-그럼 언제 본인이 야구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나?

“그때가 열 여섯 살이었으니까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당시에 레슬링을 더 좋아했는데 갈비뼈가 부러지는 바람에 더 이상 레슬링을 못하게 됐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야구만 하게 됐는데 야구에만 집중하다 보니 전에는 미처 몰랐던 재미도 느끼게 됐고 결과도 좋아서 본격적으로 야구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투수만 했나?

“거의 그런 편이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투수와 유격수를 번갈아 했다.”

-어렸을 적 가장 좋아했던 팀과 선수는 누구였나?

“고향이 미네소타이다 보니 미네소타 트윈스를 가장 좋아했고 선수는 롤런 라이언을 가장 좋아한다.”

-샌디에이고 대학으로부터 숙식비 일체를 포함한 4년 전액 장학금 제의를 뿌리치고 프로에 입단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대학과 프로 중 어느 길로 갈 것인가에 대해 부모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 결과 대학 진학의 경우 주로 육체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 간다는 것을 알았고 내 경우는 이미 키가 다 자랐기 때문에 메이저리그가 목표라면 굳이 대학을 거치지 않고 프로에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프로를 선택하게 됐다.”

-고등학교 때 공부도 잘한 것으로 안다.

“(웃으며) 내가 대학에 가지 않은 이유는 공부가 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대학 대신 프로를 선택한 이유는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더 집중하고 매진해서 메이저리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였다. 기회가 되면 대학 공부도 꼭 하고 싶다.”

-지난 6월 중순 클리블랜드와 계약하고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프로를 경험했다. 프로와 아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웬만한 직구 스피드로는 프로선수들을 제압할 수 없다는 걸 느꼈다. 고등학교 때는 내 직구 스피드만으로도 한 가운데 공을 던져도 쉽게 삼진을 잡았는데 프로에서는 더 이상 안 통하더라. 짧은 시간이었지만 프로에서 느낀 건 무조건 공을 잘 던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 타자와 상황에 따라 다른 투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던질 수 있는 구종은 몇 가지인가?

“고등학교 때는 주로 직구와 커브만으로도 쉽게 타자를 상대했는데 프로에서는 더 이상 그게 안 통하더라. 하하. 그래서 지금은 직구(포심)와 커브 외에 싱커,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함께 던지고 있다.”

-올 시즌 직구 최고 구속은 얼마까지 나왔나?

“96마일(154km)까지 나왔다. 평소 스피드는 90~94마일 정도다.”

-프로 첫 해인 올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3.58의 성적표를 받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히 고등학교 때 성적에 비하면 실망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오히려 잘됐다고 본다. 사람은 누구든지 실수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기 때문에 나 또한 프로 첫 해에 잘 못 던진 것이 오히려 약이 돼 올 겨울 무엇을 해야할 지 확실히 알게 됐다. 코칭스태프가 알려준 보완점 등을 잘 준비해 내년 시즌에는 좀 더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적지 않은 계약금을 받았다. 계약금은 부모님이 관리하나?

“아니다. 재정 전문인이 관리한다. 처음에는 부모님께 맡기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재정 전문가를 고용해 안전하고 적당한 곳에 투자하는 게 미래를 위해 더 나을 것 같다고 조언해 주셔서 그렇게 했다.”

-같은 팀에 소속된 한국인 선수 추신수를 만나본 적이 있나?

“추신수에 대한 명성은 익히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만나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를 만날 수 있는 내년 스프링캠프가 더 기다려진다.”

-추신수를 직접 만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웃으며) 내가 아직 한국에 가보진 못했지만 나 또한 한국계이기 때문에 분명 추신수와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본다. 비록 야수와 투수로 포지션은 다르지만 추신수의 오랜 메이저리그 경험을 통해 프로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다양한 교훈 등을 얻고 싶다.”

-올 겨울 추신수가 팀을 떠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추신수가 계속 클리블랜드에서 뛰었으면 좋겠지만 어느 팀으로 이적하던지 그에게 가장 좋은 환경이 제공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되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미치 브라운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

“오늘날 나를 있게 해준 내 삶의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야구가 있었기에 내 삶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야구는 지금껏 내 삶의 모든 것이었으며 또한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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