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날 있게한 건 홀어머니 눈물…임훈 ‘보은의 장거리포’ 장전

입력 2012-11-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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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임훈은 “야구인생의 새로운 계기를 만들겠다”며 플로리다 마무리캠프 참가를 자청했다. 중장거리타자로 변신하기 위해서다. 10년 넘게 자신을 뒷바라지한 어머니를 생각하며 그는 플로리다의 밤을 밝힌다. 스포츠동아DB

아버지 세상 등진 후 나를 잡아준 모정
어려운 살림살이에 10여년을 뒷바라지
억대선수는 아니지만 용돈 드릴땐 뿌듯

똑딱이는 NO!…내 맥시멈 을 알고싶다
오늘도 베로비치서 야심찬 풀스윙 붕붕


“코치님! 만약 우승을 하더라도, 저는 꼭 마무리훈련 가고 싶습니다.” SK 임훈(27)은 한국시리즈 때부터 코칭스태프를 졸랐다. 11월 자율훈련과 휴식을 병행하고 싶은 것은 한 시즌을 치른 선수라면 당연한 마음. 그러나 임훈은 3일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시작된 마무리캠프 참가를 자청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중장거리 타자로 새롭게 변신하기 위해서다. 홀로된 이후 10년 넘게 자식을 뒷바라지한 어머니 생각 때문에, 그의 방망이는 더 날카롭게 돈다.


○홀로 아들을 키운 어머니를 위해

2000년 6월 동대문구장. 제1회 더블A(만 15세 이하)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임훈(당시 신일중3)은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나지완(27·KIA)과 송창식, 최진행(27·이상 한화) 등이 영광의 주역이었다. 감격의 순간, 임훈의 아버지는 아들보다 더 들떠 있었다. 자랑스러운 아들과 함께 우승 기념 촬영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그라운드에 서 있는 아들을 본 마지막 순간이었다. 얼마 뒤 아버지는 위암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사춘기 소년에게 아버지와의 이별은 큰 충격이었다. 임훈을 잡아준 사람은 어머니 윤미애(53) 씨였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어머니는 헌신적으로 야구선수 아들을 뒷바라지했다. “식당일 때문에 아침에 나가셔서 밤늦게 들어오시곤 했어요. 그렇게 바쁘신 와중에도 저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으셨어요. 보약은 물론이고, 먹는 것 하나하나 신경을 많이 쓰셨지요. 그 덕분에 마음 놓고 운동에만 신경 쓸 수 있었습니다.” 결국 아들은 꿈에 그리던 프로선수가 됐다. 아직 억대 연봉 선수는 아니지만, 어머니가 식당을 차리는 데도 도움을 드렸다. 가끔씩 용돈도 부친다. “전화 드릴 때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자랑스럽다고 하세요.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잖아요. 그간 고생하신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더 잘해야 하는데….”


○중장거리 타자로의 변신

임훈은 오랜 2군 생활을 뚫고 2010년부터 1군 출장 기회를 늘려갔다. 그러나 아직까지 인상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올 시즌 성적은 117경기에서 타율 0.268. “답답함을 많이 느꼈어요. 여기서 안주하면, 딱 이 정도 선수밖에 안될 것 같더라고요. 제 맥시멈을 알고 싶어서 마무리훈련을 자청했습니다.” 고교 시절까지만 해도 그는 중장거리 타자였다. 그러나 프로 데뷔 이후 빠른 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맞히는 스윙에 집중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제 그는 코칭스태프와의 상의 하에 또 한번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단타를 치기 위한 스윙에 한계를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풀 스윙으로 바꿔보고 있어요. 제가 그만한 몸(185cm·86kg)도 갖고 있고…. 지금까지는 순조롭습니다.” 땅볼보다 외야로 나가는 타구가 많아졌다는 것이 일단은 만족스러운 상황이다. 시뮬레이션 게임에선 2루타성 타구도 늘어났다. 이만수 감독 역시 임훈의 중장거리 타자 변신 프로젝트를 격려하며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임훈은 “아직 몇 개의 홈런을 치겠다고 약속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야구인생의 새로운 계기를 만들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느낌이 좋다”며 웃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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