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 모자 위의 콧대

입력 2012-12-2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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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폰서 로고는 골퍼들의 자존심… 女최대어 김자영의 새 로고는?

요즘은 예쁜 데다 골프까지 잘 치는 ‘엄친딸’이 꽤 많다. 한국 골프에 ‘여풍(女風)’이 분 건 오래된 얘기지만 올해는 ‘자유의 몸’이 된 엄친딸들이 대거 시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시즌은 끝났지만 물밑에서는 역대 가장 뜨거운 ‘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10월 ‘대형 신인’ 김효주(17·롯데마트)가 2년간 10억 원에 메인 스폰서 계약을 하면서 선수와 기업 간의 줄다리기는 더욱 치열해졌다.

그러나 이처럼 최고 대우를 받는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골프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錢爭)’을 들여다봤다.


○ ‘최대어’ 김자영은 어디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선수는 ‘미녀 골퍼’ 김자영(21)이다. 올해 넵스와 계약이 끝나는 김자영은 새 스폰서를 찾고 있다. 그는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가는 곳마다 ‘삼촌 팬’을 몰고 다녔다. 2년 전 넵스와 계약할 당시 우승이 없어 상대적으로 적은 계약금을 받았지만 올해는 최상급 실력까지 선보여 몸값 폭등이 예상된다.

올해 2승을 거두며 여자골프 대상을 수상한 양제윤(20) 역시 LIG손해보험과의 계약이 끝나면서 향후 진로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귀여운 외모와 튀는 패션 감각을 지닌 양수진(21)도 넵스 잔류와 다른 스폰서로의 이적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이 밖에 장하나(20)와 이정민(20·이상 KT) 등 대어급 선수들이 줄줄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신인상을 차지한 유소연(22)도 한화와 계약이 끝나 새로 계약을 해야 한다. 그는 지난해 한화그룹과 ‘연간 3억 원+α’에 계약했다.


○ 골프계도 빈익빈 부익부

반면 빼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 올해 LPGA투어에서 상금왕과 최저 타수상 등 2관왕에 오른 박인비(24)와 일본에서 맹활약한 안선주(25)가 대표적이다.

일본 골프용품업체 스릭슨의 장비 후원을 받고 있는 박인비는 올해 스릭슨 로고가 달린 모자를 달고 뛰었지만 아직 메인 스폰서는 찾지 못했다. 2010∼2011년 2년 연속 일본 여자 투어 상금왕에 오른 안선주도 무적(無籍) 신세다. 한 골프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스폰서들이 실력으로 선수를 평가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실력보다는 외모로 선수 후원을 결정하는 풍토가 생겼다”고 했다.


○ 언제든 ‘거품’ 꺼질 수 있어

최근 일본 골프계에는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들었다. 파나소닉이 일본 골프계 최고 스타 이시카와 료(21)와의 후원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 2008년부터 이시카와의 스폰서로 나섰던 파나소닉은 최근 몇 년 사이 기업 상황이 어려워지자 보증된 흥행카드를 포기했다.

골프계 관계자들은 한국에서도 언제든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여자 골퍼들의 몸값이 너무 올랐다. 일부 선수에게만 관심이 집중되면서 시장이 풍성해 보이지만 경기 침체 속에 많은 기업이 선수 후원 여부 자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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