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김진우 사랑의 기적

입력 2012-12-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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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진우가 사랑의 힘으로 나락까지 떨어졌던 야구인생의 전기를 마련했다. 김진우는 10승 투수의 약속을 지키고, 29일 광주에서 약혼식을 한다. 작은 사진은 김진우와 피앙세 김혜경 씨. 스포츠동아DB·사진 제공|김진우

여친과 29일 약혼…“그녀가 나를 구원했다”

유니폼 벗고 방황하던 2010년

유학도 포기하고 희망 준 여친
“10승 투수가 돼서 청혼할 게”
전격 컴백 2년만에 약속 지켜


사랑보다 강한 힘이 있을까. 이문열의 소설처럼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그러나 한번 빠진 깊은 수렁에서 다시 날아오르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분명 날개가 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다시 올라설 수 없다. KIA 김진우(29)에게는 2010년 당시 아무 것도 없었다. 희망의 빛도 점점 작아졌다. 그 때 사랑을 만났다. 다시 힘차게 날갯짓을 했다. 그리고 약속했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놈이지만, 다시 10승 투수가 됐을 때 청혼할게.” 김진우는 29일 광주에서 김혜경(28) 씨와 약혼한다. 2년 만에 약속을 지켰다. 10승 투수가 됐다. 당장 오늘이라도 결혼하고 싶지만, 여전히 가진 것은 많지 않다. 그 대신 다시 정상급 투수가 됐다. 사랑하는 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이 솟구치고 있다. 약혼은 김진우에게 또 한번의 새로운 다짐이자, 출발이다.

KIA 김진우는 방황하던 시절 자신을 붙잡아준 여자친구에게 “다시 10승 투수가 됐을 때 청혼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올해 마침내 그 약속을 지켰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오빠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해요.
내가 열심히 일해서 나중에
작은 슈퍼마켓 차릴게”

순간, 미치도록 뛰어보자는 외침이
마음속에 가득찼다.


“2010년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던 저 때문에,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여자친구가)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았어요. 오랜만에 용기를 내서 둘이 함께 야구장에 갔어요. 혹여 누가 알아볼까 조심스럽게 구석에서 야구를, 동료들의 모습을 봤습니다.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있을 때, ‘오빠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해요. 야구를 다시 못하게 돼도 걱정할 것 없어. 내가 열심히 일해서 나중에 작은 슈퍼마켓 차릴게. 둘이 함께 있으면 행복하잖아. 그게 가장 중요해’라는 말을 들었어요. 순간 다시 미치도록 뛰어보자는 외침이 마음속에 가득 찼습니다.”

‘다시 마운드로 돌아가자. 그리고 성공하자’고 다짐, 또 다짐을 했던 김진우는 2년여 만에 그 약속을 지켰다.

김진우와 김혜경 씨는 2002년 처음 알게 됐지만, 각별한 사이는 아니었다. 연락이 끊겼고, 2010년 초 식당에서 우연히 재회했다. 미국에서 잠시 돌아와 있던 김혜경 씨는 반갑게 인사하며 ‘8년 전 좋은 남자 소개 시켜준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농담했다. 그러나 김진우는 이미 한 눈에 마음을 빼앗겼다. “아무도 소개시켜주기 싫었어요.(웃음) 착한 마음씨,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 …. 한눈에 반했습니다.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제가 그저 자기에게 잘 해준다고,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준다며 웃었어요.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떨어지기 싫어서 붙잡았죠. 날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국에 남아서 정말 미안했죠. 꼭 다시 일어서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중반 어렵게 KIA 유니폼을 다시 입은 김진우는 올해 10승5패, 방어율 2.90으로 완벽히 부활했다. 연봉도 올해 4000만원에서 내년 1억1000만원으로 수직상승했다. “여자친구가 없었다면, 다시 일어서지 못했을 겁니다. 아무것도 없는 저를 믿고 응원해줬어요. 평생 미안하고 고마울 것 같아요. 내년에 더 잘해야죠. 그리고 멋진 결혼식 선물해야죠.”

‘기적’은 좀처럼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그 다른 이름 ‘사랑’으로 많은 이들에게 행복과 희망을 선물하는 것 아닐까.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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