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홍원기, 아내에게 바친 황금장갑

입력 2012-12-22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올해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3명이나 배출시킨 넥센 홍원기 코치가 아내에게 특별한 황금장갑을 선물했다. 1년 전 아내가 “당신은 고생만 하고 골든글러브를 못 탄 게 나한테는 한”이라는 말을 듣고는 특별히 황금색 글러브를 제작해 결혼기념일 선물로 안겼다. 스포츠동아 DB

“당신은 고생만하고 골든글러브를 못탔구나”
작년 시상식 후 가슴에 남은 아내의 한마디
결혼기념일 맞아 아내를 위한 황금장갑 제작
팬클럽 이름도 새겨 뜻깊은 날 감동의 선물


1년 전,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지켜보던 아내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당신은 선수 시절에 고생만 많이 하고 골든글러브를 못 탔구나. 그게 나한테는 한이네.” 곁에 있던 남편은 무심히 대답했다. “그러네. 내가 골든글러브를 못 탔네.” 그러나 아내의 그 한마디는 남편의 가슴 속에 오래오래 남았다. 1년여가 흐른 2012년 12월 21일. 결혼 15주년을 맞은 넥센 홍원기(39) 코치는 아내 이혜숙(40) 씨에게 아주 특별한 ‘황금장갑’을 안겼다. ‘남편 홍원기’가 15년을 동고동락한 아내에게 바치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넥센 홍원기 코치가 후원업체의 도움으로 제작해 아내에게 선물한 골든글러브. 사진제공|홍원기 코치



○넥센의 4번째 골든글러브 주인공은 ‘홍원기’

홍원기 코치는 깜짝 결혼기념일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주변의 도움을 받았다. 선수 시절부터 지금까지 홍 코치를 후원했던 조이리(JL) 글러브에서 특별히 황금색 글러브를 제작해주기로 한 것이다. 홍 코치는 “지난해 아내가 했던 말을 가슴에 늘 갖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JL 측에 ‘나만의 골든글러브를 갖고 싶다’고 귀띔했더니 흔쾌히 만들어주겠다고 하더라”며 “결혼기념일을 맞아 우리 가족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때마침 올해는 홍 코치의 제자들인 박병호(1루수), 서건창(2루수), 강정호(유격수)가 내야 골든글러브를 휩쓸어 더 의미가 생겼다. 홍 코치는 “골든글러브는 야구선수로서 최고의 영예 아닌가. 때마침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내줘서 코치로서도 무척 행복한 겨울이었다”며 “타이밍도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내가 올해 넥센의 4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것으로 하자”고 기분 좋게 웃었다.


○최고의 결혼기념일 선물…팬들에 대한 감사도 담아

황금색 글러브 안에는 홍원기 코치의 현역 시절 등번호(5번)와 함께 ‘승리 뒤엔 그가 있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두산에서 선수로 뛰던 2000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응원해주는 팬들의 모임 이름이다. 이 팬클럽은 한 달에 한 번씩 보육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데, 홍 코치의 아내 이 씨와 딸 수아(14) 양도 늘 동행해 뜻 깊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홍 코치는 “나는 일정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하지만, 우리 가족의 기념일도 챙겨주고 좋은 일에 힘쓰는 고마운 친구들”이라며 “특별한 의미를 모두 담고 싶어서 팬클럽 이름과 번호를 함께 새겨달라고 부탁했다”고 귀띔했다. 선수 시절 받지 못한 골든글러브의 아쉬움을 뒤늦게 스스로 푼 홍 코치. 그러나 그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 어떤 상들보다 의미 있는 ‘황금장갑’이 될 것이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