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구단 창단 주체로 전용배(왼쪽) 동명대 교수는 KT-수원을, 박노준 우석대 교수는 부영-전북을 지지하고 있다. 스포츠동아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10구단 주체로 어디가 더 타당한지를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스포츠동아DB
KT가 수원에 뿌리내리면 흥행 문제없어
인프라 탄탄…10년 이상 끌고갈 자금력 강점
10km내 인구 300만…모든 수도권팀과 지하철시리즈
도시연고제 규약상 전북은 전주라는 한계 직면
박노준 교수“이래서 부영-전북이다”
1군 진입하는 2015년 메이저리그급 구장 완공
2011년 당기순이익만 3800억…오너 기업 매력
전주와 1시간 거리 인구 180만명…교통 사통팔달
KT 2008년 야구단 인수 발빼기 오너기업 아닌 탓
KT-수원이냐, 부영-전북이냐? 스포츠동아가 지상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10구단 창단 주체로 KT-수원을 지지하는 전용배(45) 동명대 체육학과 교수, 부영-전북을 지지하는 박노준(51) 우석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의 목소리를 통해 어디가 10구단으로 더 적합하고 타당한지 점검해보기 위해서다. 비슷한 질문으로 상대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점은 무엇이고, 약점에 대한 해결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들어봤다.
-수원과 전주는 과거 현대 유니콘스와 쌍방울 레이더스 시절 팬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은 도시다. 프로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흥행 측면에서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전용배 교수(이하 전)=솔직히 인정한다. 그러나 현대 시절에는 거쳐 가는 연고지였다. 10년 정도 한 도시에서 유지를 해야 정착을 할 수 있는데, 현대는 그렇지 못했다. 구단 차원에서 노력을 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KT가 완전한 연고팀으로 수원에 뿌리를 내릴 것이다. 그때와는 시장과 상황이 달라졌다.
▲박노준 교수(이하 박)=쌍방울 시절에는 나도 현역선수로 뛰었지만, 원정팀이든 팬들이든 다시 오고 싶지 않은 환경이었다. 시설이 열악했고 구단도 투자에 인색했다. 그러나 이젠 180도 달라진 환경이다. 메이저리그가 부럽지 않은 야구장이 1군 리그에 진입하는 2015년 전주에 완공된다. 충분히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팀이 될 것이다.
-전북엔 전통적으로 해태와 KIA 타이거즈 팬이 자리를 잡고 있다. 수원은 축구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 틈새를 뚫을 수 있다고 보는가.
▲박=쌍방울 시절 10년간은 프로야구단답지 않은 구단운영을 했다. 그러나 부영그룹은 자금력이 든든하다. 좋은 선수를 확보해 절대 밑바닥에 머무는 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성적이 좋아지면 지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관중은 충성도가 중요한데, 전북 주민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한 결과 93%가 창단을 지지했고, 89.7%는 경기를 관람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특히 40.8%는 연간회원권을 사겠다고 했다. 전북현대는 프로축구 관중동원에서 3위권이고, 프로농구 KCC는 관중석 점유율이 85% 이상이라고 한다. 전북에도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는 뜻이다. 고향에 좋은 팀이 생기고, 제대로 된 야구장을 갖춘다면 당연히 지역팀을 응원하지 않겠나. 수도권에 이미 4개팀이 있고, 영남지역에 3개팀이 존재하는데, 호남지역에는 1개팀이다. 지역안배를 위해서라도 전북에 10구단이 생겨야 한다.
▲전=지금까지로 본다면 수원은 축구도시가 맞다. 그렇다면 전주도 똑같은 축구도시다. 전주에는 프로축구와 프로농구단이 있는데, 과부하 아닌가. 수원은 프로축구단만 있다. 프로야구단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관중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그런데 프로야구가 흥행할 때는 상관없지만, 창단 후 상황이 좋지 않을 때도 대비해야 한다. KT-수원은 10년 이상 버틸 수 있지만 부영-전북은 힘들 것이다. 또 프로야구에 지역안배라는 논리는 없다. 일본은 도쿄와 수도권에 5개팀이 있다. 도쿄에 요미우리와 야쿠르트가 있고, 수도권에 세이부, 지바롯데, 요코하마가 있다. 메이저리그도 그렇지만, 프로야구는 인구로 움직인다.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매일 열리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인구 외 다른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KT는 전국에 지사망이 있다.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선 홈뿐 아니라 원정경기 관중도 중요한데, KT는 어느 지역을 가든 부영보다는 많은 팬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접근성과 교통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쌍방울 홈구장은 전주시내에 있었다. 새 야구장은 전주IC 바로 옆이다. 전주시 인구는 65만이지만, 전북 내 1시간 거리 인접도시 인구수만 따지면 180만이다. 35분 거리에 130만 명이 산다. 새 야구장은 군산, 익산, 완주, 고창, 김제 등과 사통팔달이다. 대전과 광주도 50분 거리다. 한화팬과 KIA팬들도 찾기 쉽다.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환승정류장을 야구장 입구에 만들기로 했고, 셔틀버스도 야구경기에 맞춰 운행할 계획이다. 요즘 주말에는 원정팬이 많이 오는데, KTX 익산역에서도 15분∼20분 거리에 있다.
▲전=수원은 반경 10km 안에만 300만 명이 살고 있다. 전북에 비해 확실히 비교우위에 있는 부분이다. 또 수원∼안산∼인천을 잇는 수인선 복선전철이 2015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2019년까지 건설될 지하철 신분당선이 생긴다. 수원은 잠실에서 40분, 인천에서 1시간 거리다. 모든 수도권팀과 지하철 시리즈가 가능하다. 우선 수원야구장을 2만5000석 규모로 증축하는데, 신축야구장은 현재의 수원구장에서 3km 떨어진 수원시내 한복판에 만들 계획이다.
-KT는 오너 기업이 아니라서, 또 부영그룹은 건설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불안요소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항구적인 구단 운영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전=KT는 대기업이다. 오너와 상관없이 꾸준히 투자할 수 있다. 특히 경기가 좋지 않을 때도 어려움 없이 투자를 할 수 있는 기업이다. KT는 오랫동안 프로야구단 창단을 준비해왔다. 부영은 그런 면에서 야구단에 언제부터 관심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박=부영그룹은 엄밀히 말해 경기를 타는 건설업이 아니라 금융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2011년 당기순이익만 3800억원이다. 17개 자회사가 모두 비상장기업이다. 상장시킬 필요가 없을 정도로 탄탄한 기업들이고, 자금력이 그만큼 풍부하다. KT와 달리 오너 기업이기 때문에 마음껏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요즘 같이 한 푼이 아쉬운 경기상황에서 부영은 지난해에만 국내외 사회공헌활동으로 360억원을 기부했다. 부영이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려는 것은 40년 사회공헌활동의 연장선이자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대의 가장 큰 약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전=KBO 야구규약에는 분명히 ‘도시연고제’라고 돼 있다. 전북이라는 컨소시엄으로 선택되더라도 결국 전주밖에 선택을 못한다. 광역으로 간다면 위법성의 불씨가 남아 있다. 9구단 NC도 창원이 주체가 됐지 경남이 나서지 않았다. 프로야구는 비즈니스고 산업이다. SK가 창단할 때 쌍방울을 안고 왜 인천으로 갔는지 보면 답이 나온다. 물론 수원도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나 서울과 부산의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본다면 세 번째 선택은 수원이다. 정말 전문가와 팬들에게 ‘당신이 구단주라면 어디로 갈 것이냐’고 묻고 싶다.
▲박=미안한 얘기지만 2008년 1월을 기억하는가. KT가 프로야구단을 하겠다고 해놓고 무책임하게 발을 뺐다. 그래서 탄생한 게 히어로즈였다. 만약 당시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라도 나서지 않았다면, 프로야구는 7개 구단 체제로 치명타를 맞을 뻔했다. 당시 KT는 현대를 인수하기로 해놓고 이사회 통과가 안돼 발을 뺐다고 했는데, 앞으로 그런 일이 또 없으리란 법 있겠는가. 오너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정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