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 500만 관객을 눈앞에 뒀다. 새 흥행 기록을 쓰며 ‘이야기’에 눈길을 돌리는 중장년층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고 있다. 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볼거리만 찾던 관객을 이야기로 매료
40대 이상 중장년층을 고정관객 흡수
뮤지컬·고전 장르=흥행실패 편견 깨
한국영화 다양한 장르 도전 영향 관심
공감을 담아낸 한 편의 영화는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또 대중을 움직이게도 만든다.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 흥행 기록을 새로 쓰며 국내 극장가에서 ‘관객의 눈’을 바꾸고 있다.
15일까지 490만 관객을 모은 ‘레미제라블’은 뮤지컬 영화로는 국내 최고 기록인 ‘맘마미아’(453만)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동시에 ‘아바타’부터 ‘트랜스포머’ 시리즈까지 SF 혹은 판타지 블록버스터가 장악한 외화 흥행 톱10 진입까지 앞뒀다. ‘레미제라블’은 40∼50대 관객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중장년층의 영화 관람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뮤지컬 영화는 안 된다’는 편견까지 바꿔 놓았다.
● 화려한 볼거리? 이야기로 관객 눈길 바꾸다
고전의 힘은 강했다. 최근 할리우드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이야기 고갈’이란 사실을 ‘레미제라블’의 흥행이 역설적으로 증명했다. 화려한 영상과 기술에 집중했던 관객의 눈길이 탄탄한 이야기로 향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블록버스터 위주로 할리우드 영화를 소비해 온 한국 관객에게도 스토리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 작품으로 꼽힌다.
‘레미제라블’은 주인공 장발장(휴 잭맨)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그리고 있다. 배경은 프랑스 혁명을 전후한 격동기. 세상과 인간을 구원할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는 영화는 시대적 혼돈 속에서도 인간을 향한 믿음을 잃지 않는 장발장을 통해 현재의 우리를 들여다보게 한다.
시대와 배경은 달라도 변화를 갈망하는 마음과 인간을 향한 사랑은 불변의 가치란 사실도 ‘레미제라블’은 증명하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가장 많이 내놓는 평가 역시 “지금 우리의 모습과 맞아 떨어진다”는 내용이다. 진정성 깊은 이야기가 불러 온 공감의 힘이다.
● 영화관은 20대의 전유물? 중장년 관람문화 바꾸다
지난해 한국영화 관객이 사상 처음 연간 1억 명을 돌파했다.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1000만 영화를 비롯해 흥행작이 계속 나오면서 다양한 연령대 관객이 극장에 몰렸고 덕분에 40∼50대 관객들도 빠르게 늘었다.
그동안 중장년층은 히트작이 나오면 ‘반짝’ 극장으로 몰리는 부동층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지난해 부쩍 늘어난 중장년 관객은 잇따라 나오는 ‘잘 만든’ 영화를 선택하면서 이제는 ‘극장 고정 관객’으로 안착했다.
그 기폭제가 된 올해 첫 영화가 ‘레미제라블’이다. 실제로 이 영화의 흥행은 40대 이상 관객의 열렬한 지지로 이뤄졌다. 15일 낮 12시 현재 티켓 예매사이트 맥스무비 집계에 따르면 ‘레미제라블’ 예매율은 40대 이상에서 가장 높은 39%를 기록했다. 그동안 극장 주관객으로 인정받았던 20대의 예매율은 20%에 그쳤다.
● 뮤지컬 영화는 안 된다? 편견을 바꾸다
영화 관객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는데도 특정 장르의 작품은 흥행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은 여전히 팽배하다. ‘뮤지컬 영화는 안 된다’는 편견과 ‘고전 원작의 영화는 어렵다’는 우려다. ‘레미제라블’은 국내 영화 시장에서 오랫동안 깨지지 않았던 이 두 가지의 편견을 교정했다.
특히 뮤지컬 영화에 인색했던 국내 시장에서는 2006년 ‘삼거리 극장’ 이후 7년째 뮤지컬과 영화의 접목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 흥행 실패가 이유다.
고전을 원작으로 한 영화 역시 마찬가지. 2006년 ‘오만과 편견’이 세운 93만 관객이 최고 성적이다.
이 같은 일반의 편견이란 한계를 뛰어넘어 500만 기록을 앞둔 ‘레미제라블’이 한국영화의 다양한 장르 도전과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