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표 “축구계 화합? 당선되면 ‘내 사람’ 한명도 안쓰겠다”

입력 2013-0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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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장 선거에 나선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이 23일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비전과 청사진을 밝히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

축구 좋아 경영수업 대신 선수돼
요즘도 일요일 아침 무조건 게임

악수만 한다고 소통되는 것 아냐
회사명 ‘피플웍스’처럼 직원 중심
선수와 지도자 존중 협회 만들것
한국축구 미래를 위한 선택 필요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1월28일)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스포츠동아는 유력 주자인 정몽규(51)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허승표(67) 피플웍스 회장의 인터뷰를 차례로 싣는다. K리그 관계자 및 전현직 프로와 아마 지도자 등 축구인 10명의 질문을 취합해 <축구인이 축구협회장 후보에게 묻다>는 형식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후보등록 순서에 따라 지난 주 기호 2번 정 회장을 만난데 이어 기호 3번 허 회장을 인터뷰 했다.

허승표(67) 회장이 경영하는 회사 이름은 ‘피플웍스(peopleworks)’다. ‘사람이 일을 한다’는 뜻이 인상적이다. 허 회장은 “오너가 전권을 쥐지 않고 우리 식구들(직원) 중심으로 함께 일한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그가 축구협회장에 도전하며 내건 ‘회장 중심이 아닌 소통과 화합, 선수와 지도자 존중’이라는 모토와 맞아떨어진다. 허 회장은 GS그룹 창업주의 아들이면서도 재벌 수업이 아닌 선수를 택한 축구인 출신이다. “축구가 좋고 축구 관련 일을 하고 싶어 자연스레 재벌 수업과 멀어진 것 같다”는 그는 1997년과 2009년, 두 차례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실패했다.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23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피플웍스 사무실에서 만난 허 회장은 “한국축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다. 지금은 변혁의 시기다. 대의원들이 누구를 찍느냐에 따라 한국축구의 미래가 달라진다. 신중히 판단하고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금도 축구를 즐기신다고 들었는데.

“일요일 아침이면 무조건 축구하러 간다. 30분씩 4쿼터를 뛴다.(4쿼터를 모두 뛰시나?) 당연하다. 같이 축구 한 번 해봐야 믿겠나. 하하. (포지션은?) 스트라이커다. 상대 수비수가 상당히 저를 견제 한다. 하하.”


-그룹 창업자의 아들인데 축구선수를 택했다.

“사실 초등학교 때도 가난하게 살았다. 다른 사람과 똑 같이 고기 한 번 못 먹고 컸다. 1970년 대 말 우리 산업이 막 발달할 때는 실업팀, 영국에 있었고 스스로 재벌이라는 것도 못 느꼈다. 어릴 때부터 축구가 좋았다. 그룹 일을 맡으면 자유스럽지 못하다. 축구 관련 일을 하려면 운신의 폭이 넓어야한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회장은 일단 경영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축구는 기술, 전술에 바탕을 두지만 협회를 조직, 운영하는 것은 또 다르다. 상당한 경력능력이 있어야 한다. 제가 35년 이상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남 못지않게 잘 할 자신이 있다.”


-지금까지 축구발전에 뚜렷하게 기여한 사람이 회장이 돼야 한다는 지적에는.

“축구현장에서 많이 떠나 있었다고 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 협회 이사, 부회장 등 실무경험이 있고 제도권 밖에서 많은 축구인을 만났다. 축구연구소도 4년 반 운영했다. 남 못지않게 축구와 가까이 있었다. 제 말을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만 보는데 그렇지 않다. 뒤에서 불평하지 않고 정면으로 지적한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국축구 외교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국제외교는 지속적인 인간관계가 중요하므로 일단 영어를 잘 해야 한다. 축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 열정도 필요하다. 유명 축구선수 출신이라면 좋지만 굳이 아니어도 이런 능력을 갖췄다면 협회가 장기 프로젝트로 길러야 한다. 이 길밖에 없다.”


-공약과 정책 발표에 특히 많은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선수, 지도자, 축구인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제가 확신하는 비전을 선거를 떠나 정확하게 표현하고 보여드리고 싶었다. 공약을 보고 칭찬해 주시는 분들이 꽤 있어 보람된다.”


-공약으로 내건 6대 비전(선진행정/시도협회 연맹 분권화/함께 누리는 교육&복지/경기력 강화/인프라&저변 확대/건전한 재정)과 3대 약속(특별자문회의/온라인 회장실/옴부즈맨 제도) 가운데 우선 실시해야 할 정책은.

“6대 공약은 축구의 사이즈를 넓고 깊게 가자는 것이다. 이 중 인프라와 저변확대(4년 내 등록선수 20만 명, 10년 내 100만 명)를 위해 조직변경이나 대외·국제 관계, 지방화 등 나머지 5가지 공약이 함께 가야 한다. 단지 20만, 100만 숫자만 가지고는 안 된다. 좋은 코치 양성하고 기술 발전하고, 전담 사업국과 교육국 만들고, 지방협회와 협조해야 한다. 6가지 모두 연관성 있다.”


-선거가 정책 중심이 아닌 인물 중심으로 가는 부분은 조금 아쉬울 것 같다.

“대의원들에게 정책을 설명하고 축구 이야기를 하는 것이 90%, 저를 지지해달라는 말하는 것이 10%가 돼야 이상적인데 선거가 너무 과열돼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


-축구계 통합이 중요하다. 능력과 인품을 갖췄다면 반대 세력도 중용할 의향이 있으신지.

“화합, 소통은 보여주지 않으면 믿지 않는다. 분명히 약속드린다. 당선되면 축구계에서 저하고 가깝다는 사람 한 명도 안 쓴다. 써서도 안 된다. 통합은 어느 날 두 사람이 악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제가 20년 동안 느껴왔기에 자신 있게 약속한다.”


-K리그가 위기다. 가장 큰 문제로 중계가 안 되는 점이 꼽힌다. 해결방안은.

“우리 회사가 초기에 통신사업을 해 이익이 났을 때 R&D(연구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했고 TV와 방위, 2차 전지산업까지 진출했다. 미래를 위해 투자 했고 결실이 나왔다. A매치 중계권 계약을 할 때 프로와 연계시켜야 한다. 그러면 당장 계약금은 낮아질 수 있지만 협회가 손해를 보더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이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다.”


-선거 직전이라 후보자들이 대의원 제도의 폐해에 대해 말을 못 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지금 대의원들 모두 문제 있다는 시각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현 대의원들도 15∼30명의 자체 대의원에 의해서 선출된 분들이고 이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 오히려 과열선거로 이런 환경을 만든 후보자도 책임이 있다. 회장이 되면 선거제도 문제점 등에 대해 대의원 주관 하에 언론, 축구인 의견을 들어보고 돌아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세 번째 경선인데. 지난 두 번과 비교하면 느낌이 어떠신지.

“예전에는 지도자들과 밥 먹자 해도 그들이 피했다. 지금은 굉장히 달라졌다. 그리고 격려 전화가 참 많이 온다. 제 입장에서 이 두 가지가 눈에 띌 정도로 달라졌다.”


-허 회장이 본 정몽규 후보는.

“굉장히 차분하고 예의가 바른 분으로 느껴졌다. 인간적으로 호감이 간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번이 축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가 될 수 있다. 과거 우리 선배들이 어렵게 운동할 때 장덕진 전 회장이 금융단 팀을 만들어 축구선수 대우가 한 단계 높아졌다. 또 정몽준 전 회장이 월드컵 개최로 역사적 공헌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멈췄다. 이 단계에서 새로운 변화가 없으면 침체기다. 대의원들이 누구를 택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5년, 10년이 달라진다. 한국축구를 위해 신중히 판단하고 선택해 주셨으면 한다.”


허승표?

▲생년월일 : 1946년 12월28일
▲학력 : 경남중-보성고-연세대
▲축구경력 : 잉글랜드 프로팀 아스널/코벤트리입단(72∼74) 잉글랜드축구협회 코치 자격증 획득, 서울신탁은행축구부, 축구협회 국제담당 이사(80∼89), 축구협회 부회장(91∼92),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04∼08)
▲주요경력 : (주)승산 부사장(78), (주)미디아트 회장(90), (주)피플웍스 회장(현재)
▲수상내역 : 제3회 대한민국 지역혁신 부문 대통령상



○도움 주신 분

안기헌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한웅수 전 FC서울 전무, 이철근 전북현대 단장, 이재하 FC서울 단장, 최만희 전 광주FC 감독, 허정무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박항서 상주상무 감독, 이영진 청주대 감독, 정종선 언남고 감독, 이성천 포항여전고 감독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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