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시절 손민한. 스포츠동아DB
합격땐 신고선수로…끊임없는 집착
전력 외로 분류돼 방출됐고, 우리 나이로 서른아홉의 투수다. 게다가 수십억 원의 비리 사건을 막지 못한 책임자였다.
커다란 흰색 도화지에 아직 작은 점 하나 없는 깨끗한 이미지의 신생팀은 왜 여러 가지 의문 부호가 뒤따르는 손민한(38)에게 집착하고 있을까.
손민한은 지금 NC를 떠나 홀로 훈련하고 있다. NC가 먼저 나가라고 한 것은 아니다. 다시 돌아오면 계속 훈련을 지원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테스트 기회도 여전히 존재한다. NC 구단 관계자는 28일 “1월 31일 이전에 계약은 힘들지만 여건이 된다면 3월에 1군 코칭스태프가 (스프링캠프에서) 돌아와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류선수계약 마감시한(1월 31일)이 지나도 손민한이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는 길은 이처럼 남아있다.
NC 김경문 감독과 1군 코칭스태프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있다. 3월 귀국한 코칭스태프가 테스트 후 합격점을 주면 손민한은 신고선수로 계약한 뒤 6월 1일부터 정식선수로 뛸 수 있다. NC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여러 가지 불편한 시선이 뒤따르지만, 손민한에게 계속 팔을 벌리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전력상승에 대한 기대, 둘째는 마지막 도전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다. 모두 김 감독의 의중이 크게 반영되고 있다. 김 감독은 애리조나로 떠나기 전 “(손민한은) 공을 던질 줄 아는 친구다. 원래 빠른 공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몸을 잘 만들면 충분히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인통산 103승 투수의 관록이 신생팀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인 듯하다. 그리고 김 감독은 “9번째 구단이 창단된 이유 중 하나는 많은 선수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 아니겠느냐”는 말도 했다.
그러나 손민한이 스스로 넘어서야 할 산은 높다. 국내 모든 프로야구선수들은 초상권에 피해를 입었다. 법적 잘못은 입증되지 않았지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전임 회장으로서 손민한의 도의적 책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