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 스페셜] 야구팬 우롱한 창원시의 막가파 결정

입력 2013-01-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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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홈구장터 선정 무엇이 문제?

부적격 판정 ‘진해 육군대학’ 밀여붙여
정치 꼼수 인한 막대한 혈세 낭비 예고
시민 반대에도 “시민 위한 결정” 억지
“KBO 말이 많다”…불통 행정도 눈총


‘0.01%’만을 위한 최악의 선택이다. 100명도 되지 않는 창원 정치인들이 100만 창원시민, 많게는 수백만 명의 야구팬들을 외면하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택했다.

프로야구는 그동안 10구단 시대 개막과 더불어 광주, 대구, 창원에서 새롭게 문을 열 최신식 야구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행복한 미래를 꿈꿨다. 그러나 30일 창원시 박완수 시장과 시의원들의 억지 밀어붙이기로 큰 재앙의 씨앗이 싹텄다.

박완수 시장은 이날 창원시청에서 “진해 육군대학 부지에 새 야구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창원시 스스로가 발주한 새 야구장 부지 타당성 조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곳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것이다. 1000만 관중을 향해 달리는 프로야구에는 큰 장애물이자, 창원 시민들에게는 향후 수십 년간 막대한 혈세가 낭비될 수 있는 결정이다.

육군대학 부지는 구 창원과 마산에서 접근성이 떨어지고 교통인프라가 최악인 곳이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고 국방부에서 소유권을 이전해야 하기 때문에 2016년 개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창원시 정치인들은 ‘창원→시청, 마산→도청, 진해→야구장’이라는 분배를 통해 정치적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꼼수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진해에 사는 시민도 창원시 홈페이지에 “솔직히 도로가 확 늘어나지 않는 한, 평일 관중 2000명 이상도 힘든 곳”이라고 지적할 정도다. 창원은 프로야구 연고지중 가장 인구가 적기(수원 114만·창원 108만) 때문에 야구장 위치가 더욱 중요하다. NC 내부에서 “흥행을 위해선 진해 신축구장보다는 관중석이 1만석 이상 적지만 현재의 마산구장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창원시는 이날 육군대학 부지를 발표하면서 최적의 장소로 꼽힌 창원과 마산종합운동장의 단점(창원-야구장 건설로 국제공인경기장 자격 상실, 마산-중복시설 문제)만 늘어놓았을 뿐 진해의 교통인프라 개선방안, 공사완료 시점 등에선 구체적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박 시장은 이날 심각한 자기모순을 드러내기도 했다. “새 야구장은 NC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10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짓는 창원시민들의 스포츠체육시설이다. 시민들이 골고루 이용하게 하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고 강조하면서 시민들이 가장 반대한 곳에 야구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또 “KBO(한국야구위원회)가 말이 많은데 상급 기관도 아니다. 유감스럽다”, “NC의 예치금 100억원은 내가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며 불통과 책임전가식 태도를 보였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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