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기상천외 훈련…왜?

입력 2013-0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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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모토니시 인스트럭터는 자체 평가전에서 번트만 대는 야구 등 이색 훈련을 도입해 가고시마 스프링캠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모토니시 인스트럭터(앞쪽)가 사이판 1차 캠프 도중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사진 제공|롯데 자이언츠

■ 6이닝동안 번트만…1·2루 사이 노란 줄자 놓고 주루

가고시마캠프 잦은 비에 실전훈련 스톱
모토니시 인스트럭터 디테일 훈련 착안
주자 진루시키는 정밀한 번트 집중훈련
과감한 주루 위해 줄자 놓고 리드폭 넓혀


롯데가 2차 스프링캠프를 차린 일본 가고시마에는 요즘 유달리 비가 자주 내린다. 롯데에서 “이상기후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일 비다. 당초 실전감각을 위해 계획된 가고시마 캠프인데, 정작 경기를 못하는 날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비가 내리는 날은 실내훈련으로 대체한다. 그나마 실내훈련장은 대여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반나절도 채 못하고 훈련이 종료된다. 가뜩이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차출이 많은 롯데로선 자칫 ‘가고시마 캠프 무용론’이 나올 판이었다. 여기서 기발한 아이디어로 날씨에 묶인 롯데 캠프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구원투수가 바로 모토니시 인스트럭터다. 당초 외야수비와 작전·주루 보강 차원에서 초빙된 모토니시 인스트럭터는 실전을 많이 치르지 못하게 되자 이색적인 훈련방법을 도입해 롯데에 절실한 ‘디테일 야구’를 주입하고 있다.


○번트만 대라!

롯데는 16일 6이닝으로 진행된 자체 평가전에서 오직 번트만 대는 야구를 시도했다. 모토니시 인스트럭터의 아이디어로 홀수 이닝은 무사 1루서 4아웃제로, 짝수 이닝은 무사 2루서 3아웃제로 번트경기를 진행했다. 수비 쪽은 무조건 번트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극단적인 번트 시프트를 펼치게 된다. 자연스레 번트 시 타구 판단이나 수비 포메이션을 반복 연습할 수 있게 된다. 공격 쪽 역시 어떻게든 주자를 진루시키는 정밀한 번트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선수가 감독?

16일 평가전에서 김시진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박준서와 용덕한에게 임시 감독직을 맡겼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스스로 상황에 맞춰 수비 포메이션을 짜보라는 모토니시 인스트럭터의 의중에 따른 조치였다. 실전에선 플레이가 진행되면 감독의 개입에도 한계가 있다. 지시는 감독이 내리지만 순간적으로 선수가 판단해야 할 상황이 온다. 모토니시 인스트럭터는 그럴 때 선수들의 자율적 수비 조직력을 요구한 것이다.


○주루훈련에 등장한 노란 줄자

비가 내린 20일 모토니시 인스트럭터는 노란색 줄자를 가져와 1루서 2루 사이에 선을 그었다. 주루훈련에 나선 선수들에게 그 노란 선까지 리드를 해보라고 주문했다. 그 다음에 1루 견제를 해서 선수들의 귀루를 체크했다. 롯데 선수들의 리드폭을 넓히고, 1루 견제 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홍대갈(홍성흔-이대호-가르시아)’이 다 떠난 롯데는 이제 견실한 수비와 과감한 주루의 팀을 지향하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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