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엘리스가 있어 든든한 류현진

입력 2013-02-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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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스포츠동아DB

■ ‘LA 다저스 안방마님’ 엘리스는 인간승리 주인공

9년간 마이너 생활…지난해 빅리거
수비율 0.995·도루저지율 0.327
“널 위해 내가 존재한다” 류현진 응원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했다. “이제 그만 은퇴하고 코치를 하라”는 권유도 받았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위로 올라갔지만, 여전히 최고의 무대는 멀어 보였다. 그러나 오래 살아남은 자는 천천히 강해지는 법이다. 마침내 끝까지 버틴 보람을 찾았다. 나이 서른을 넘어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주전 포수’ 소리를 듣게 됐다. 여전히 눈물 젖은 햄버거를 먹는 동료들에게는 희망을 안기는 모델로 우뚝 섰다. 올 시즌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과 호흡을 맞추게 될, LA 다저스 안방마님 AJ 엘리스(32) 얘기다.

엘리스는 2003년 싱글A에서 데뷔해 3년을 그 곳에 머물렀다. 2006년과 2007년은 더블 A에서 보냈다. 2008년 트리플A로 승격되면서 메이저리그 데뷔전까지 치러봤지만, 2년간은 트리플A 출장 경기수가 훨씬 더 많았다. 물론 헛되이 흘러간 시간은 아니다. 재능과 운이 조금씩 모자랐던 무명 선수는 그동안 스스로를 더 단단하게 다져나갔다. 2010년 44경기(트리플A 18경기), 2011년 31경기(트리플A 59경기)에 나서면서 조금씩 희망이 찾아왔다.

그리고 2012년, 마침내 그의 기록에서 마이너리그 성적이 사라졌다. 빅리그 133경기에 출장해 423타수 114안타(타율 0.270), 13홈런, 52타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포수로서 빼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포수 마스크를 쓴 131경기·1151이닝 동안 수비율 0.995에 도루저지율 0.327로 리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은퇴 위기에서 마침내 찾아낸 햇빛. 그래서 엘리스는 그 자리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다저스 구단 관계자는 “몸값 높은 스타 선수들 사이에서 이렇게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쓴 선수는 구단 입장에서도 참 고맙고 좋은 스토리다”라며 “오래 고생한 선수라서 그런지 늘 투수들에게 먼저 자신을 맞추려고 하고 항상 겸손한 자세를 유지한다”고 귀띔했다.

다저스가 자랑하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도 “꼭 엘리스가 내 공을 받아야 한다”고 고집할 정도란다.

엘리스는 류현진의 첫 불펜피칭 때 호흡을 맞춘 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류현진과 나는 다른 언어를 쓰지만, 소통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야구는 세계 공용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갓 도착한 새 동료에게 “나는 너를 위해 존재한다. 네 공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어깨를 두드렸다. 사람복 많은 류현진이 출발부터 좋은 조력자를 만난 듯하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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