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아버지 김종현 “하늘이 별명은 ‘방글이’…피구 실력도 지존이었죠”

입력 2013-03-2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년 연속 KLPGA투어 상금왕을 차지한 프로골퍼 김하늘이 가족들과 함께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왼쪽부터 아버지 
김종현, 어머니 고복례, 김하늘, 남동생 김대원 씨. 용인|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2년 연속 KLPGA투어 상금왕을 차지한 프로골퍼 김하늘이 가족들과 함께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왼쪽부터 아버지 김종현, 어머니 고복례, 김하늘, 남동생 김대원 씨. 용인|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KLPGA 상금왕 김하늘 “가족은 나의 힘”


■ 부모들이 말하는 김하늘


꿋꿋하게 꿈 키워온 딸 대견해

“딸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죠.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어렵게 골프를 할 때도 꿋꿋하게 자신이 할 일을 하며 프로골퍼의 꿈을 키워왔죠. 그런 딸을 보면 대견하고 자랑스러워요. 지금의 성공은 부모의 뒷바라지보다 자신의 노력이 더 컸어요.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왔는지 알고 있기에 더 미안한 마음뿐이죠. 이제는 하늘이가 골프를 즐기면서 여유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스트레스 받지 않기를 바랄 뿐이에요.”


■ 가족이 밝히는 김하늘의 과거(?)


피구도 잘 했던 천생 연습벌레


아버지=“골프선수가 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피구 선수가 됐을지도 몰라요. 피구 하나만큼은 정말 잘 했거든요. ‘피구 지존’으로 불릴 정도였어요”


동생 대원=
“지독한 연습벌레였대요. 같이 연습했던 형이 ‘네 누나는 밤이든 낮이든, 심지어 일요일에도 항상 그 자리에서 연습하고 있었어’라는 말을 듣고 그때 알았어요. 누나의 성공은 노력 덕분이라는 사실을요.”

“한번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우리 가족 누구도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어요. 그 믿음이 지금의 하늘이를 만든 힘이 됐죠.” 프로골퍼 김하늘(25·KT). 그는 2011년, 201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를 평정한 주인공이다. 2년 연속 상금퀸으로 등극하면서 1인자가 됐다. 그의 성공 뒤엔 진한 땀과 함께 믿음이 있다. 그의 가족은 그를 믿었고, 김하늘은 가족을 믿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가족은 ‘웃음’이 가득하다. 웃음은 김하늘을 성공으로 이끈 ‘행복 에너지’다.


원래 잘 웃고 다녀…누굴 닮았을까? 껄껄
자면서 위로 올라가는 버릇까지 부전녀전

미모는 엄마 닮아…딸의 영원한 응원단장
엄마가 손수 해주시는 밥 다들 부러워하죠

거짓말·야식은 금지 대신에 칭찬은 듬뿍
올해 해외진출 앞두고 타향살이 딸 걱정



○“원래 잘 웃어서 별명도 방글이”

“어서오세요. 우리 이렇게 살아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김하늘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김하늘의 아버지 김종현(50) 씨와 어머니 고복례(50) 씨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현관에 들어서니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김하늘의 사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왔다. 그리고 그 앞쪽엔 아버지와 엄마, 김하늘 그리고 동생 대원(19) 군이 함께 있는 가족사진이 손님을 맞이했다. 2007년 KLPGA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고 난 뒤 온 가족이 무대 위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리고 작은 액자 하나가 더 눈에 들어왔다. 활짝 웃는 미소가 아름답게 실려 있는 사진이다. “이 사진은 하늘이 팬이 선물해 준 거죠. 신문에 나온 기사를 보고는 ‘정말 잘 나왔다’며 액자로 만들어서 선물로 주셨어요. 하늘이도 무척 좋아하는 선물이죠.” 아버지 김종현 씨가 액자에 얽힌 사연을 설명했다.

집을 구경하는 동안 김하늘이 분주히 움직였다. “저 그냥 아무 옷이나 입으면 되죠. 평소 집에 있을 때처럼 입을게요.” 인터뷰를 준비하던 김하늘이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했다. 집안을 왔다 갔다 하는 그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계속 깔깔거렸다. 동생 대원 군과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더 큰 웃음이 집안을 가득 메웠다. “하늘이는 집에서도 저렇게 웃어요. TV를 보면서도 웃고 친구들과 통화하면서도 웃어요. 저렇게 웃는 걸 보고 있으면 저도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김 씨는 딸의 웃는 모습이 마냥 보기 좋단다. 누굴 닮았느냐고 물었더니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 자신을 닮았단다.

옆에 있던 김하늘이 거들었다. “외모는 엄마, 성격이랑 운동신경은 아빠를 닮은 것 같아요”라며 교통정리를 했다. 그러면서 “성격만큼은 아빠랑 완전히 똑 같아요. 아빠는 별일 아닌 일로도 가끔 ‘욱’ 하실 때가 있는 데 저도 그렇거든요.”

가족만 알 수 있는 내력(?)도 있다고 했다. 잠버릇이다. 김하늘은 “참, 한 가지 더 있어요. 잠버릇은 영락없이 아빠를 닮았어요. 자면서 자꾸 위로 올라가는 버릇이 있는데 아빠도 저도, 그리고 동생도 모두 잠버릇이 똑같아요”라고 비밀을 공개했다. 웃는 건 어려서부터 늘 그랬다. 누가 가르친 것도 아니다. 김 씨는 “원래 잘 웃고 다녀서 별명이 ‘방글이’였어요. 글쎄 누굴 닮아서 그런지 잘 모르겠네요”라며 껄껄껄 웃었다. 웃는 건 유전인 듯 했다.


○세 가지가 없는 가족

김하늘의 가족에겐 3가지가 없다.

첫 번째는 거짓말이 없다. 어떤 일이 됐든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해결 방법도 빠르다. 김 씨는 “어려서부터 거짓말을 하지 말자고 교육했죠. 그 덕분에 가족 모두가 믿음을 갖고 살아올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다그치는 법이 없다. “‘왜 그랬냐’라고 다그치지 않아요. 잘못한 것에 대한 지적보다는 잘 한 부분에 대해 칭찬하는 게 좋은 교육 방법이라고 생각해왔죠. 그러면 선수는 좋은 것만 기억하게 되고 그게 자신감으로 연결되더라고요.”

세 번째는 야식이 없다. “어려서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갖도록 했죠. 보통 9시 반이면 잠을 자게 했어요. 그러다보니 야식이란 게 없어요. 그 습관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선수 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세계 각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데 잠 때문에 고생한 적이 거의 없어요.”

김하늘은 아버지의 말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하늘의 성공엔 부모님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빼놓을 수 없다. 가족은 나름대로 철저한 역할분담을 하며 김하늘을 지원하고 있었다. 김 씨는 “우리 가족은 다 맡은 일이 정해져 있어요. 저는 하늘이의 운전기사이자 멘탈 코치, 엄마는 요리와 스케줄 담당,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응원단장을 맡고 있죠”라고 소개했다. 이런 부모의 뒷바라지가 있었기에 김하늘은 골프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김하늘의 가족은 다른 선수들 사이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사실 골프선수 가족 중에선 성적이 신통치 않게 되면 결별(?)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와 딸의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김하늘의 가족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끈끈한 가족애가 넘쳐난다. 그래서 골프선수 가족 중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김하늘은 가족의 힘이 성공의 밑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에겐 가족이 가장 큰 힘이죠. 동료들도 많이 부러워해요. 특히 언제 어디서든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걸 부러워해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가장 중요한 거죠”라며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2년 연속 KLPGA 상금왕에 오른 김하늘은 1차 목표를 모두 이뤘다. 이제는 다른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로 했다. 해외진출이다. 올해가 출발점이 된다.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딸을 바라보며 아버지는 미안한 마음을 실토했다.

김 씨는 “솔직히 또래 친구들에 비하면 못하는 게 많아요. 지난겨울에도 일본에서 활동 중인 이보미와 둘이 여행을 가기로 계획만 세워놓고는 바빠서 가지 못했어요. 그런 걸 보면 괜히 짠한 느낌이 들어요. 이제는 조금 여유를 갖고 하고 싶은 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죠”라고 말했다.

용인|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뉴스스탠드